[피플파워] 한국 풍경과 생활, 사진첩에 담아 세계에 알려

일흔이 된 미국인의 한국 사랑은 특별했다. 한국인보다 더 한국의 생활상과 풍경을 더 사랑하는 그는 두산중공업 기술고문으로 있는 백발의 조셉 코스토스이다. 그는 자신이 발견한 한국의 이미지를 사진에 담아 디지털 이미지를 강조한 작품으로 만들어 4권의 사진첩을 내고 전 세계에 온라인으로 알리고 있다. 그의 눈에 비춰진, 그의 프레임에 담긴 한국은 어떤 모습일까.

“한국의 매력은 ‘친절’입니다. 업무 현장은 물론이고 식당·산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은 모두 친절했습니다. 어디를 가든지 저는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했습니다. 두 번째 매력은 한국은 ‘안전한 나라’입니다. 밤늦게 야경을 촬영하려고 창원 시내나 인근 산과 바다에 다녀도 전혀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그 덕분에 저는 퇴근 후 여가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었습니다.”

올해로 21년째 한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미국인 엔지니어 조셉 코스토스(Joseph Kostoss) 씨는 한국을 이렇게 말했다.

오리불고기 가장 좋아하는 ‘한식 마니아’

현재 두산중공업 터빈·발전기 담당 기술 고문으로 재직 중인 그는 지난 1991년 한국과 첫 인연을 맺었다.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둔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인 제너럴 일렉트릭(이하 GE)에서 발전기 설계 엔지니어로 근무하다 GE의 기술 제휴 엔지니어 자격으로 당시 한국중공업의 영광 원자력발전소용 발전기 제작을 돕고자 한국에 첫발을 내디딘 코스토스 씨는 2년 임기만 머물 예정이었지만 수차례 근무를 연장했다.

조셉 코스토스 두산중공업 기술고문./김구연 기자

그가 한국에 첫발을 내디딜 때만 해도 한국사회는 ‘반미(反美)’ 확산으로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이런 정세는 당시 미국에도 전해져 코스토스 씨가 한국에 가는 걸 가족은 물론 주위 사람도 극구 말렸다.

난생처음 접하는 한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불안감은 해가 거듭할수록 조금씩 사라졌다. 그가 한국 근무를 계속하게 된 가장 이유는 두산중공업과 GE의 긴밀한 관계가 계속되고 이에 따른 발전기 프로젝트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스토스 씨는 GE의 엔지니어로 10년간 두산중공업 근무를 마친 후에도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두산중공업의 터빈·발전기 제작 기술 고문직 제의를 받아들였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코스토스 씨는 현재까지 무려 21년째 한국생활을 계속해오고 있다.

20년 넘게 가족과 떨어져 한국에 머무는 코스토스 씨는 한국을 사랑하게 됐다. 말이 아닌 행동과 실천을 통해 느끼는 것이다. 그는 스테이크나 햄버거 같은 미국 음식보다 주저 없이 한국 음식이 더 좋다고 말한다. 육개장이나 된장찌개도 잘 먹지만 그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오리 불고기다. 그가 이처럼 ‘한식 예찬론자’인 것은 한식은 건강식이자 자연식이라는 절대적 믿음 때문이다. 서양음식보다 비교적 맵고 짠 음식이 주류인 한식을 한국인보다 더 잘 먹는 것은 나름의 기준이나 원칙이 없으면 어려운 것인데 그는 ‘한식 마니아’처럼 즐기는 수준이었다. 기자와 인터뷰를 위해 만난 후 함께 점심을 먹게 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메뉴판을 보자마자 해물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반찬으로 함께 나온 김치, 나물, 젓갈조차 거의 다 비워버릴 정도로 식욕이 대단했다.

자신이 발견한 한국 이미지 사진첩 4권 펴내기도

코스토스 씨는 그에게 ‘친절하고 안전한 나라’로 각인된 한국의 자연과 일상을 카메라에 담는 일을 가장 좋아한다. 그가 찍은 사진은 미국의 가족과 친구, 이웃에 보내고 몇 권의 책으로 펴내 많은 사람에게 전달했다. 취미로 즐기는 사진 촬영은 어느 듯 전문가 수준이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1955년산 쉐보레를 구입한 후 차와 함께 서 계셨던 어머니 사진을 찍어준 게 첫 번째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60년 가까이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은 것이다. 가족과 떨어져 20년 넘게 한국 생활을 하면서 카메라는 코스토스 씨의 분신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는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 카메라, 지금의 니콘 DSLR 카메라까지 소장하고 있다.

그는 주로 퇴근 후나 주말과 휴일을 이용해 자신이 사는 진해나 마산, 창원지역 명소를 찾는다.

가끔 경주나 부산, 밀양 등 비교적 거리가 먼 곳도 가지만 그의 카메라는 주위의 일상과 자연에 포커스를 맞춘다. 공원, 고갯길, 바닷가, 다리, 사찰, 계곡, 산, 시가지 등에서 가장 한국적인 것은 물론 한국의 발전상을 담는다. 이렇게 찍은 사진은 자신의 한국생활을 궁금해하는 가족이나 친구, 지인에게 메일로 보내기도 한다.

조셉 코스토스 두산중공업 기술고문./김구연 기자

그러나 많은 양의 사진을 컴퓨터에 보관하기도 쉽지 않고 분실하는 일도 많아 수소문 끝에 책(사진첩)으로 펴내기 시작했다. 코스토스 씨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찍은 사진을 다양한 작업과정을 거쳐 모두 4권의 사진첩으로 출간했다. <아이 온 코리아(Eye on Korea) 2008·2009·2010·2011>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사진첩 시리즈 가운데 2008·2009년 판은 가까운 지인에게 선물로 전달했다. 2010·2011년 판은 인터넷을 통해 볼 수도 있으며, 구매할 수 있다. 많은 미국인이 코스토스 씨가 한국생활을 하며 직접 경험한 내용을 사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스토스 씨는 조만간 <아이 온 코리아 2012>도 펴낼 예정이다. 여기에다 온라인 포토 갤러리(http://joekostoss.zenfolio.com)도 개설했다.

코스토스 씨는 자신이 찍은 사진을 포토샵 등 후속작업을 거쳐 편집한다. 그는 자신의 사진을 사진첩으로 펴내는 것은 당시 있었던 일을 단순히 기록으로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시각예술의 한 형태로서 디지털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코스토스 씨는 자신이 펴낸 4권의 사진첩에 실린 사진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다섯 장의 사진을 소개했다. 그가 선정한 다섯 장의 사진은 한국의 이름난 명소가 아니라 자신이 사는 인근의 풍경이었다. 먼저 아버지와 딸의 정이 넘치는 ‘안민고개 가을 풍경’, 평화로운 모습의 ‘진해루 야경’, 역동적인 한국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거가대교 야경’, 가까이 있지만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진해 여좌천 벚꽃 야경’, 한국적 스토리가 담긴 ‘밀양 표충사 용 석상과 부산 앞바다 합성사진’ 등이다.

‘안민고개 가을 풍경’은 아버지와 딸의 정다운 소풍 모습으로 가정과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인 데 코스토스 씨는 “사진 촬영 때문에 제때 식사를 못해 무척 배가 고픈 순간이었는데 그 가족이 건네준 과일과 음료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사진은 마치 유화처럼 보이는 데 ‘오일 페인팅’ 기법을 사용했다. ‘진해루 야경’과 ‘진해 여좌천 벚꽃 야경’은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이웃의 모습을 주의력 깊게 보고 찍은 작품이다. 특히 ‘진해 여좌천 벚꽃 야경’은 한국프로사진작가협회 수상작이다. 합리성과 과학적 사고를 중시하는 미국인 엔지니어에겐 다소 낯선 풍경인 밀양 표충사 용(龍) 문양 석상과 부산 앞바다 합성사진은 한국 문화를 이해하고자 하는 코스토스 씨의 분석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셉 코스토스 두산중공업 기술고문./김구연 기자

“사진으로 세상의 아름다움 찾으며 살아갈 것”

지금의 한국을 21년 전과 비교하면 어떻게 달라졌는가에 대한 질문에 코스토스 씨는 말 몇 마디로 형언하기 어려울 정도로 변했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KTX, 백화점 등 인프라 구축을 시작으로 인터넷망 등 한국은 이제 전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나라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그가 찍은 ‘거가대교 야경’도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은퇴 후 미국에 돌아가 아들과 딸, 그리고 손자·손녀와 함께 사진을 찍으며 지내고 싶다는 코스토스 씨의 소망은 여느 할아버지와 다르지 않은 소박함 그 자체였다. 그는 “사진과 사진첩이 많은 기억을 남겨주지만, 사진을 찍고 책으로 만드는 그 과정은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며 “세상의 아름다운 만물을 찾아내고, 살아가면서 그런 것을 그냥 놓치지 않고 특별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사진’ 아닐까요?”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모습을 전 세계에 전하는 일흔의 엔지니어, 미국 음식보다 한국 음식을 더 좋아하는 ‘한식 예찬론자’인 코스토스 씨가 한국에 얼마나 더 머물지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그러나 그가 한국에 있든 미국에 가든 확신한 것은 그의 가슴 속엔 ‘친절하고 안전한 나라’ 대한민국 네 글자이다.

인터뷰를 마치며 좋아하는 한국 음식 미국에 돌아가면 못 먹을 텐데 아쉽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는 웃으면서 비교적 음식을 잘하는 아들이 자신이 원하는 한국 음식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마 오늘도 퇴근 후 카메라를 들고 진해와 마산, 창원의 모습을 담고자 ‘밤 마실’을 다닐 것이다.

조셉 코스토스 두산중공업 기술고문./김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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