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와 인접한 사천에도 '실비집' 문화가 제법 발달해 있습니다. 이 지역 사람들이 몇 군데 추천해 주었는데, 저희가 찾은 곳은 '가람Ⅱ'라는 곳이었습니다. 10년 채 안 된 곳이지만, 비교적 풍성한 상차림으로 알려진 듯했습니다.

마산통술·통영다찌와 마찬가지로 해산물을 비롯한 열대여섯 가지 안주가 상을 채웠습니다. 주인아주머니는 "오늘은 반찬이 별로다"면서 좀 더 풍성하게 내놓지 못한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실제 입이 떡 벌어질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사천실비의 1차 상차림. /박민국 기자

가격을 셈하는 방법을 보면 마산통술·통영다찌·사천실비 제각각 특색이 있습니다.

마산통술은 한 상 5만 원에 소주 5000원·맥주 4000원 하는 식입니다. 통영다찌는 4명 기본 10만 원에 술 10병 포함이며, 추가 때는 소주 1만 원·맥주 6000원입니다. 사천실비는 좀 복잡한데, 소주 3병 혹은 맥주 6병 기본 4만 원, 추가 때는 소주 1만 원·맥주 5000원입니다.

통영다찌 상차림. /박민국 기자

제 경험을 종합해 봤을 때 안주 풍성함, 해산물 신선도에서 마산통술이 좀 더 우위에 있는 듯합니다. 더군다나 마산통술은 술을 많이 마시면 마실수록 가격 면에서도 상대적으로 유리한 것 같습니다.

이날 자리를 나설 때 즈음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습니다. 미처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저희에게 '가람Ⅱ' 주인아주머니는 "내 쓰고 갈 것도 없는데…"라면서도 선뜻 본인 우산을 양보했습니다. 아주머니는 그날 어떻게 집에 들어갔는지 미안하고, 고맙고, 그렇네요.

사천 사람들이 즐겨찾는 실비집 '가람Ⅱ'. /박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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