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이 품을 수 있는 역사란?

사천 용현면에 '박연묵교육박물관'이라는 곳이 있습니다. 풀어 쓰면 '박연묵 선생님 삶이 엮인 모든 것을 모아놓은 곳'으로 써도 되겠네요. 취재하고 한참 시간이 흘렀으나 아직도 떠올리면 웃음이 번져나오는 곳입니다. 일단 '박연묵교육박물관'에 대한 소개는 경남도민일보 월간지 <피플파워>에 자세한 내용이 있습니다. 박물관과 선생님에 대해 가장 넓고 깊게 소개한 기사일 것입니다. 링크하겠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한숨 돌립니다.

<피플파워> 박연묵교육박물관 기사 보기

'박연묵교육박물관'입니다. /박민국 기자

박물관에는 예고 없이 찾아갔습니다. 문 앞에서 얼쩡거리는데 인기척을 들으셨는지 박연묵 선생님께서 내다보시더군요. 낯선 일행을 반기면서 주저없이 안내를 해주셨습니다. 취재팀은 살짝 들여다보고 나오려 했는데, 2시간 정도 구경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선생님 집이 박물관이고, 박물관이 선생님 집입니다. /박민국 기자

박물관은 박연묵 선생님 삶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이 한 개씩 보여주는 추억은 어쩌면 저도 어렸을 때 늘 갖고 있던 것과 비슷한 물건들이었습니다. 다만 저는 신경도 쓰지 않고 버렸고, 선생님은 하나하나 모두 모아놓고 있었지요. 모아놓고 보니 너무나 소중하게 보이더군요.

박연묵 선생님이 박물관을 안내해주십니다. /박민국 기자

경남도민일보에 나온 적도 있는 것 같은데, 어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박물관을 지어놓고 전시할 물건이 없어서 활용을 못한다고 하더군요. 그런 점에서 박연묵교육박물관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물건을 놓을 곳이 없어 선생님이 건물을 올리는 식으로 보관 장소가 늘었으니 말입니다. 흩어놓으면 아무 의미 없는 물건들을 선생님 나름대로 주제별로 분류한 게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분류한 이유를 듣는 재미도 쏠쏠했고요.

박물관에서 제가 가장 탐났던(?) 물건입니다. 우리나라 지도인데요. 서해안 쪽에서 바라보는 매우 독특한 구도로 그려져 있습니다. 이런 구도는 처음 본 것 같습니다. 그러면서 지도 안에 나름대로 지역에 대한 설명도 글과 그림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박민국 기자

옛날에 쓰던 생활도구가 있고 안쪽에 제자들과 추억을 모아놓은 방이 있습니다. /박민국 기자

가끔 아주머니들이 이 방에 오면 울컥한다더군요. /박민국 기자

이렇게 멋진 박물관을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을 물었더니 바로 나온 선생님 말씀이 재밌습니다.

"이사 다니면 이렇게 안 돼, 마누라한테 경제권이 있어도 안 되고."

선생님이 오래 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선생님이 안 계시면 누가 이렇게 정답고 훌륭한 박물관을 지킬까 생각하니 말입니다.

우리를 배웅하고 들어가시는 선생님 뒷모습입니다. 건강하세요. /박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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