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천대교 인근 바다 위에는 건물 몇 개가 둥둥 떠 있습니다. 대포어촌체험마을에서 운영하는 '해상황토바다펜션'입니다. 바다 위에서 하룻밤이라…. 생각만 해도 들떴습니다.

낚시하는 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아무 준비 없이 예약만 하고 찾았습니다. 배 타는 곳에 있는 슈퍼에서 간단한 먹을거리, 인근 횟집에서 회 한 접시를 급히 마련했습니다.

사천대교 인근 바다에 있는 해상펜션. /박민국 기자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다음날 태풍 소식이 있었습니다. 안내를 맡은 아주머니는 "바람이 비켜 갈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다음 날 아침 일찍 서두르는 게 좋을 것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또한, "물탱크가 크지 않아 샤워는 어렵고 세면 정도는 할 수 있어요"라고 일렀습니다.

배탄지 5분도 안 돼 해상펜션에 도착했습니다.

내리자마자 방을 둘러보니 주방·화장실·선풍기·TV 모두 있었습니다. 파도 흔들림이 조금 있는 것 말고는 일반 펜션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낚싯대도 준비하지 않은 저희는 곧바로 야외 탁자에 술·먹을거리를 풀었습니다.

나가기 전 알려준 번호로 전화하면 배가 들어옵니다. /박민국 기자

 

해상펜션 외부 모습. /남석형 기자

 

해상펜션 내부. /박민국 기자

태풍 소식에 다른 방은 모두 비어, 바다 위는 말 그대로 우리 세상이었습니다.

땀을 많이 흘린 탓에 몸이 끈적끈적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바닷바람이 워낙 시원해 그런 불쾌감은 느낄 새 없었습니다. 곧바로 해가 지며 사천대교 야경이 눈맛을 더했습니다. 술이 들어가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바다 위 만찬을 준비 중입니다. /박민국 기자

 

펜션 너머로 사천대교 야경이 펼쳐집니다. /박민국 기자

나중에는 술이 좀 부족하다 싶었지만, 그렇다고 헤엄치고 나가 사올 수도 없는 노릇이었습니다. 자리를 정리했습니다. 탁자 위에 묻은 초장과 간단한 음식물 찌꺼기는 닦을 필요 없이, 바가지로 퍼올린 바닷물 한번 뿌려주면 됐습니다.

끈 달린 바가지로 물을 퍼올리고 있는 이승환 기자. /박민국 기자

언제 또 이런 경험을 할지 몰라 오랜 시간 깨어있고 싶었지만, 술기운에 금방 잠들었습니다. 자는 동안 파도 흔들림도 크게 느끼지 못했습니다. 다음 날 눈을 뜨니 태풍은 비켜가고, 맑은 하늘이 바다와 어우러져 있었습니다.

최근 남해 한 해상펜션에서 화재 사고가 있었습니다만, 운영한 지 3~4년 된 이곳은 지금까지 별다른 사고가 없었다고 합니다.

낚시꾼들이 이용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기도 하지만, 연인끼리 오붓이 시간 보내기에도 좋겠다 싶었습니다. 멀미도 민감한 사람 아니고서야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방은 모두 6개며 한 방에 4~10명이 잘 수 있습니다. 가격은 13~16만 원으로 만만치는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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