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때부터 이어온 60년 손맛

밀양전통시장 안 좁다란 골목 한쪽에 '돼지국밥 단골집' 간판이 보인다. 한 두 해 되지 않았을 때 묻은 간판이다.

'단골집' 정화자(69) 할머니는 돼지국밥집 하던 시어머니 손길을 이어받았다. 한 장소에서 한 건 아니지만, 이어진 시간만 놓고 보면 60년 세월이다.

"나는 고향이 부산 범일동인데, 40년 전 시집오면서 밀양에 들어왔지. 시어머니가 6·25 나기 전부터 돼지국밥집을 하셨다고 들었다. 어머니 그만두시고, 나는 김해에서 공사일 하는 사람들 상대로 길가에서 장사 좀 했지. 지금 여기 자리 잡은 건 20년 더 됐지 아마."

간판 이름대로 시어머니 때부터 이어지는 오래된 단골이 많다.

"돼지국밥이 몸에 활력 북돋워 주고, 피로 풀어주고, 속 풀어주고…. 돼지고기로 장난만 안 치면 정말 좋은 음식이야. 우리 집 단골은 보통 30~40년 되지. 나이 많은 단골이 어느 날 발길 끊으면 '돌아가셨나 보다' 그리 생각한다. 역대 국회의원들도 다 다녀갔다. 그런데 어느 국회의원은 중부고속도로 들어서면 장사도 잘 될거라 하더니만, 다 망쳐놨다. 오면 욕 좀 퍼부어 주려 했더니만, 요즘 몸이 안 좋다고 누워있다고 그러네."

   

돼지고기는 김해 주촌에서 일주일에 한두 번 들여온다. 돼지국밥에 김치·방아잎을 넣는데, 단골 가운데 열에 아홉은 이 독특한 매력 때문이란다.

식당 한쪽에 붙은 메모지 글이 눈에 들어온다. '2012.7.26. 새벽 6시경 박○○, 주인 본인한테 술 안 판다는 이유로 쌍스러운 욕을 했음.'

"젊을 때는 거친 남자들 오면 겁이 나서 고기도 못 썰고 그랬지. 여기 밀양 사람들이 '내가 낸데' 하는 게 있어 좀 거칠거든. 이제는 술 먹고 안 좋은 짓 하면 쪽자로 머리통 때리고 그런다. '돈만 주면 물건 주는 집 아니다'라면서 큰 소리로 내쫓는다. 시어머니 예순 됐을 때 '이제 쉬시고 장사 그만하라'고 했는데, 내가 더 오래 하고 있으니 미안스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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