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동래 오가던 나그네 '피로 해소제' 돼지국밥

밀양은 영남대로가 관통하는 지역이다. 그래서 오가는 뜨내기가 많다. '밀양돼지국밥'이 널리 알려진 연유를 여기서 찾을 수도 있겠다.

영남대로는 서울서 시작해 충주·문경새재·대구·청도를 거쳐 밀양을 관통한 후 동래·부산진에 이른다.

밀양을 지나는 이들이 많다 보니 이들만을 위한 음식이 필요했을 터이다. 돼지국밥은 찬 음식으로 열을 식히는 역할을 하며 피로를 푸는데도 도움된다. 한 그릇 말아서 간단히 먹고 가기 좋고, 별도 안주 없이 술 한잔 곁들이기도 편하다. 오가는 이들이 만족할 한 끼로 부족함 없어 보인다. 이러한 맛을 안 사람들이 밀양을 벗어나 여기저기서 입에 올리다 보니 그 이름이 쉽게 전해졌을 것은 물론이기도 하다.

이와 더불어 밀양은 농경문화가 발달해 농사일에서 나오는 부산물로 일찍이 돼지를 많이 키웠다는 점도 더해진다.

돼지국밥은 뜨거운 국물로도 모자라 단전에서 몸을 뜨겁게 하는 부추까지 섞는다. 이를 놓고 누군가는 '맞불'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돼지고기가 찬 음식이라 부추로 열을 더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돼지국밥은 6·25전쟁 때 부산으로 밀려온 피란민이 값싼 돼지고기를 끓여 먹은 데서 그 유래를 찾기도 한다. 하지만 밀양에는 이미 그 이전 일제강점기 때 문 열어 지금까지 3대가 잇는 식당도 있다. 밀양돼지국밥은 이름 알려진 식당이 여럿 있는데, 제각각 특색을 두고 있다. 김치 넣어 뒷맛을 깔끔하게 하는 곳, 맑은국으로 돼지 특유 향을 느끼게 하는 곳, 돼지 족발로 국물을 뽀얗게 하는 곳, 매콤함으로 입맛을 자극하는 곳 등 다양하다.

돼지국밥./박민국 기자

사람 왕래 잦은 밀양은 돼지국밥뿐만 아니라 여행자를 위한 또 다른 음식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교통 요충지 삼랑진은 '장어도시락'으로 허기를 달래게 했다. 경전선 기차 타려는 사람은 삼랑진에서 내리는데, 몇 시간 기다리는 동안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이들을 위한 것이 훈제장어다. 낙동강서 잡은 장어를 변질하지 않도록 훈제해 보리밥 한 주먹 넣으면 여행자를 위한 훌륭한 한 끼가 되는 셈이다.

단장면·산내면 쪽은 '흑염소불고기'가 입에 오르내린다. 이곳은 산이 깊어 흑염소 방목을 많이 했다고 한다. 하지만 산내면 같은 곳은 사과나무가 많이 들어서 경북 고령 쪽 목장을 이용한다고 한다. 흑염소불고기는 노린내 덜한 암컷이 주로 사용되는데, 잡을 때 능숙하지 않으면 그 냄새가 남기도 한단다. 흑염소불고기는 양념이 배는데 4시간 이상 필요로 해, 식당을 찾으려면 예약도 잊지 말아야 한다.

얼음골이 자리한 산내면 쪽은 '꿩탕'도 유명하다. 밀양은 전체면적 가운데 산이 70%를 차지하다 보니 꿩이 많이 잡혔다. '꿩 대신 닭'이라는 말은 결혼풍습에서 나온 얘기다. 꿩 구하기 쉽지 않다 보니 장닭으로 대신한 것을 담고 있다. 꿩은 닭과 비교해 생김새뿐만 아니라 맛에서도 우월하다.

밀양강·낙동강을 끼고 있는 밀양은 민물고기가 풍성하다. '경상남도 민물고기연구센터'가 이곳에 있다는 것이 잘 말해준다. 밀양강에는 일제강점기 때 연어 부화장이 있기도 했다. 그러나 1987년 낙동강 하굿둑이 막히면서 연어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지난해 일부 둑이 열리면서 연어를 방류하기도 했다. 이곳 강으로 다시 거슬러 올라올지는 조금 더 기다려봐야 하겠다.

양식 은어회./박민국 기자

 

은어 튀김./박민국 기자

이 지역에서 주로 내놓는 민물고기 음식은 은어·메기·잉어다.

1930년대 신문에서는 '밀양이 은어 산지'라고 적시해 놓았다. 오늘날은 맑은 물만 찾는 은어가 갈수록 떠나고 있다 한다.

바다빙엇과 민물고기인 은어는 몸길이 15cm가량 된다. 가을에 태어난 은어는 바다 입구에서 겨울을 보낸 후 하천으로 거슬러 올라온다.

은어는 조선 500년 동안 궁중에 진상했을 정도로 맛과 향이 좋다. 은어회는 뼈째로 썰어 즐긴다. 씹으면 독특하게도 수박향이 나는데, 은어가 돌에 붙은 수초를 뜯어 먹기 때문이라 한다. 은어튀김은 통째로 튀기기에 내장 쓴맛이 느껴진다.

이 지역에서 이름난 메기탕 전문집은 고춧가루 아닌 홍고추로 짠 기름을 넣어 깔끔한 맛이 특색이다.

다슬기는 지역마다 이름이 제각각이다. 경상도는 고디 혹은 고동(고둥의 토박이말), 충청도는 올갱이, 전라도는 대사리로 불린다. 밀양에서는 '고동국'이라는 이름으로 내놓는다. 채소·들깨가루·부추 같은 것을 넣어 국물이 걸쭉하다. 특유의 향·맛을 느끼려면 식혀서 먹는 편이 낫다. 식당에서는 미지근하게 내놓는다.

교동 쪽에는 밀성 손(密城 孫)씨 집성촌이 있고, 그 속에 '열두대문집'이라는 한식집도 있다. 조선시대 사대부 밥상을 내놓는 곳이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살아생전 찾아 '문어수란채국'에 반했다고도 한다.

밀양에서는 귀한 손님이 찾으면 달걀온밥이라는 것을 내놓기도 했단다. 달걀 껍데기 윗부분을 뜯어 그 안에 쌀을 넣고 숯불에 구우면 고소한 맛이 있다 한다.

밀양은 기름진 땅·풍부한 물 덕에 농산물이 풍부하고 종류도 많다.

삼랑진은 우리나라 딸기 시배지다. 1943년 일본에서 들여온 10여 포기 모종이 첫 출발이었다. 밀양 깻잎은 전국 생산량 가운데 60%를 차지하고 있고, 홍고추·얼음골사과·포도·감자·대추 생산도 많다.

약 3300만㎡(1000만 평)에 달하는 하남평야는 곡창지대로 이름 높다. 하지만 밀양 사람들은 없었던 일이 된 동남권신공항을 이 기름진 땅에 유치하려는 미련을 여전히 두고 있다. 하남평야 일대 마을 주민은 또다시 찬·반으로 나뉘어 등 돌려야 할지도 모른다.

※이 취재는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기업 ㈜무학이 후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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