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육의 대동맥 '대학입시'] (2) 대구에서 학생 자살 속출하는 이유

지난해 12월 이후 대구에서는 중고교생들의 자살이 잇따랐다. 학교폭력과 성적비관을 이유로 목숨을 끊은 학생이 6개월 사이 8명에 이르렀다. 대구시교육청이 사고예방 명목으로 3층 이상의 초중고교 건물 창문을 20㎝ 이상 열지 못하도록 차단장치를 해주겠다는 공문까지 각 학교에 보낼 지경이다. 지난 30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과 참교육학부모회 등 전국 20여개 시민사회단체가 결합한 교육혁명전국대장정 대원들이 대구의 주요 지역을 도보 행진했다.

경남도민일보가 이 일정에 합류해 이 지역의 학생 자살이 유독 많은 이유를 알아봤다.

◇대구시내에만 기숙형 고교가 30여 곳 = 이미 보도한 대로 교육혁명전국대장정팀은 지난달 25일부터 7일까지 전국 주요 도시를 행진한다.

무상교육 확대를 통한 대학등록금 폐지와 대학평준화를 통한 입시경쟁 해소, 특수목적고·자립형사립고 중 연간 등록금 1000만 원이 넘는 귀족학교 폐지와 비정규직·정리해고의 철폐 등 4대 요구를 내세운다.

이들의 대구 첫 일정인 대구교육청 기자회견에서 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이재식 수석부본부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지난해 12월 이후 대구에서만 8명의 학생이 목숨을 끊었다. 사람을 죽이고 있는 교육이다. 오로지 성적 하나로 줄을 세우는 입시경쟁체제가 주범이다. 교육청에서는 이를 막는다면서 창문을 20㎝ 이상 못 열게 하겠다고 하는 지경이다. 반면 전국에서 유일하게 무상급식을 하지 않는 곳이기도 하다."

다른 내용은 이미 알려졌고, 창문 이야기가 무슨 내용인지 전교조대구지부 전형권 지부장에게 물었다.

"강제는 아니고 사고예방 명목으로 창문 개폐 차단시설을 설치해주겠다는 공문을 대구교육청에서 보낸 것이다. 얼마나 시행되는지는 모르겠다. 그렇게 되면 환기도 안 되는데, 반발이 많았다."

전 지부장에게 최근 들어 유독 대구시의 자살 학생 사례가 많은 원인에 대해 물었다.

"대구의 입시경쟁은 다른 곳보다 더 심하다. 강제 보충학습이나 야간자습 비율이 가장 높다. 일제고사 응시비율도 마찬가지다. 기숙형 고교가 많은 것도 그렇다. 사립은 20곳이 넘고, 공립도 13곳에 이른다. 공립도 올해 9월부터 기숙사를 운영한다."

전형권 지부장이 이날 읽었던 기자회견문에는 이런 사정이 반영됐다.

"교육시장화의 결과가 너무나 참혹하다. 대학서열화에 이어 고교서열화가 고착돼가고, 초등학생조차 시험스트레스로 인해 죽음으로 내몰린다. 교육이 국민의 보편적 권리가 아니라, 부를 세습하는 도구로 전락했다. 심화되는 교육불평등과 교육비 부담은 대다수 서민들의 삶을 옥죄고 있다."

30일 오후 대구시 동성로 상설무대 앞에서 진행된 교육혁명전국대장정 대원들의 홍보행사.

◇대통령 후보들도 대학평준화를 말한다 = 이어 경북대 북문 앞 홍보행사에서는 이 학교 강의교수인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임순광 위원장의 연설이 흥미로웠다.

"우골탑이라는 말대로 대학 보내려고 70년대 전에는 소를 팔았다. 점점 등록금이 오르니까 80~90년대에는 땅을 팔고 집을 팔아야 했다. 등록금 1000만 원 시대에 접어든 지금은 빚을 내야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다."

"그렇다고 대학에 안 갈 수도 없다. 서열화된 대학과 학벌이 직업을 결정하고 임금을 좌우한다. 대학에 가지 않으면 대부분 비정규직으로 같은 일을 해도 절반의 임금밖에 받지 못한다. 결국 대학서열화와 학벌사회를 파괴하려면 대학평준화밖에 답이 없다. 국공립대와 희망하는 사립대를 포함해 대학통합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답이다. 비정규직을 없애고 학력별 임금격차를 해소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하지만,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임 위원장에게 실현 가능성을 물었다.

"대표적인 난관은 정부가 대학평준화를 실현할만한 교육재정을 확보하는 문제다. 현재 전국 26곳의 국공립대를 통합 운영하고, 등록금을 무상화하는데 드는 비용이 4조 원으로 예상된다. 이를 희망하는 사립대까지 포괄해 운영하려면 8조 원 이상의 경비가 든다. 이는 결국 예산의 분배와 운영 문제다. 정부의 의지와 정책에 달려 있다. 더욱 큰 난관은 정부의 의지와 현 서울대와 연·고대 같은 명문대, 지금 체제대로라도 충분한 수익을 확보하는 사립대재단 등 기득권의 저항이다. 이를 일거에 극복하겠는가? 결국 선거와 표를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30일 오전 경북대 북문 앞에서 진행된 교육혁명전국대장정 행사는 임순광(왼쪽) 위원장과 최인섭 팀장(오른쪽)이 이끌었다. /이일균 기자

곧바로 현재 각 정당별 정책과 올해 12월 대통령선거를 기점으로 한 로드맵을 물었다.

"새누리당은 대학평준화와 관련된 정책이 없다. 반대할 것이라고 본다. 민주통합당은 얼마전 국공립대연합체안이라는 당론을 내놨다. 국공립대 차원의 평준화와 통합운영을 정책으로 채택한 것이다. 통합진보당과 진보신당은 사립대를 포함한 대학통합네트워크를 이미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다. 찬성하는 정당이 집권을 하더라도 다음 정부에서 전체 대학을 평준화하고, 입시체제를 전면 철폐하지는 못한다. 뿌리가 깊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하는 사립대를 포함한 대학통합 운영은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

◇"불가능해요" vs "가능성이 보여요" = 37도를 넘는 뙤약볕 속에서 오후 2시 대구시청 앞 '시지노인병원' 관련 집회에 동참한 교육혁명전국대장정 대원들은 2㎞를 걸어 대구백화점 앞 동성로 상설무대 앞에 섰다. '입시를 폐지하라', '대학을 평준화하라', '대학등록금을 폐지하라'는 구호 속에서 4시까지 홍보행사를 한 젊음의 거리에는 폭염에도 수천의 청년들이 몰려왔고 몰려갔다.

인근 '민중행동' 사무실에서 이어진 간담회에서 대구지역 학부모 등 교육관계자들은 전국대장정 대원들에게 핵심적인 문제제기를 했다.

"주장과 현실은 엄연히 다르다. 등록금을 없애고 대학입시를 철폐하는데 반대하는 서민들이 누가 있겠나? 하지만 그게 가능할 것이라고 보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립대학은 이미 기업이다. 전국의 주요 사립대학을 대기업이 실질적으로 소유하고 있다. 이들은 사립학교법을 이익에 맞게 바꾸려고 혈안이다. 어떻게 이들을 제어한다는 말인가?"

이 질문에 교사경력 30년이 넘는 두 백전노장이 나섰다. 먼저 교육혁명전국대장정 최인섭(서울 상도초교 교사) 팀장이 말했다.

"입시경쟁으로 인한 폐단은 임계점에 달했다. 유치원에서조차 수학이나 영어공부를 시키는 시대다. 더 끓게 되면 폭발할 수밖에 없다. 국민 어느 한 사람이라도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없다. 가능성 여부를 따질 때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이다."

전교조서울지부 조희주(61) 초등남부지회장이 이었다.

"저는 10년 전부터 대학입시 철폐 행동대원 역할을 해왔다. 그런데 그때는 무상급식 이야기만 나와도 '그게 도대체 가능한 일이냐'며 회의하는 분들이 많았다. 지금은 어떤가. 부분적이나마 무상급식은 이제 전국에서 실현되고 있다. 대학입시도 이제는 대통령 후보들까지 평준화해서 철폐해야 한다고 말하는 시대다.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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