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속 생태] (55) 인정받지 못하는 비운의 나라꽃 무궁화

◇무궁화는 공식 나라꽃이 맞다! 아니다? = 무궁화는 법으로 정해진 대한민국 공식 나라꽃(국화 國花)이 아니다. 우리나라처럼 사소하고 작은 것까지 법으로 만드는 나라가 왜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법으로 정해놓지 않았을까? 태극기만 법으로 국기로 정해져 있고 애국가와 무궁화는 법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 왜 60년 이상 온 국민을 애국가 4절까지 부르게 하고 나라꽃 무궁화를 찬양하게 하면서 법으로 정하지 못했을까? 그 숨겨진 이야기는 무엇일까? 뭐가 무서워서 법으로 만들지 못했을까?

◇법도 없는 무궁화 = 국가법령정보센터(http://law.go.kr/)에 들어가서 국가 5대 상징인 국기, 국가, 국화, 국새, 국가문장을 검색해본다. 태극기는 법으로 정해져 있고 나라의 도장(국새, 옥새)과 문장(국장, 그림)은 대통령령으로 정해 놓았다.

그런데 애국가와 무궁화는 법에 찾아볼 수가 없다. 행정안전부 인터넷 사이트 국가 상징 편에도 관련 자료나 법을 찾을 수가 없다.

청와대의 상징마크에서도 무궁화 모양을 볼 수 있다.

◇무궁화 언제부터 나라꽃이 되었나? = 옛 문헌에 무궁화를 근화(槿花)나 목근(木槿)으로 불렀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문헌에 나오는 글일 뿐이지 우리 민족과 나라를 대표하는 나라꽃은 아니었다. 나라의 공식 대표 꽃 국화(國花)로 대접받은 것은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이라는 노래 가사 때문에 무궁화가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앉기 시작했다. 그럼 왜 구한말과 일제 강점기에 갑자기 무궁화라는 꽃이 나타나게 되었을까? 어떻게 해서 혜성처럼 나타난 무궁화라는 꽃이 해방 후 대한민국이라는 국가(國家)에서 법으로 정하지 못하는 국가(國歌)가 되고 법으로 정하지 못하는 나라꽃(國花)가 되었을까?

◇국화 제정 공론화는 국론 분열? = 자료를 찾던 중 2012년 7월 3일 자 〈주간경향〉 982호 기사를 보고 깜짝 놀랐다. "주무부처인 행정안전부는 법안 제정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국화를 법률로 제정하기 위해 공론화시킬 경우 국민적 논란과 논쟁을 발생시켜 국론 분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무궁화 무궁화 우리나라 꽃….'이라는 동요도 있듯이 국민 가슴속에 자리잡은 국화를 굳이 법률로 제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도대체 왜 무궁화가 국민 분열을 일으킨다 말인가? 계속 무궁화 근원 찾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간다.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 애국가와 무궁화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유명한 인물이 나온다. 남궁억, 윤치호, 안익태, 안창호, 서재필이다. 모두 기독교인이다. 인터넷에서 이분들 이름을 모두 치면 교회와 기독교라는 공통된 검색 결과를 얻을 수 있다. 인터넷 검색에서 '무궁화 예수' 또는 '무궁화 교회'라고 입력해 보자. 참 많은 이야기가 나온다. 그 많은 이야기를 정리하면 찬송가와 성경에 나오는 샤론의 꽃이 나온다.

찬송가 89장은 '샤론의 꽃 예수(JESUS ROSE OF SHARON)'이다. 찬송가 후렴은 "예수 사랑의 꽃 나의 맘에 사랑으로 피소서"이고 애국가의 후렴은 "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 대한사람 대한으로 길이 보전하세"이다. 찬송가 371장은 무궁화를 나라꽃으로 만든 1등 공신 남궁억 선생이 작사한 찬송가 〈삼천리 반도 금수강산〉이다.

구약성경 아가서 2장 1절은 "나는 샤론의 장미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I am the rose of Sharon, and the lily of the valleys, Song of Solomon 2:1)."

◇샤론의 꽃 예수(ROSE OF SHARON, JESUS) = 무궁화를 미국 영어로 로즈 오브 샤론(Rose of Sharon)이라고 한다. 무궁화는 예수님이고 예수님처럼 박해받아도 다시 부활하는 무궁화와 맞아떨어진다.

일제강점기 기독교인들은 샤론의 꽃을 무궁화라 믿었고 무궁화는 예수님이 된다. 조선시대 호국불교처럼 일제 강점기 교회는 학교 교육과 항일 독립운동이 결합하면서 "하느님이 보우하사…(중략)…무궁화 삼천리 화려강산"은 찬송가에서 애국가가 되고 무궁화는 성경과 찬송가에서 대한민국 나라꽃으로 대접을 받게 된다.

◇애국가는 찬송가, 무궁화는 예수님의 꽃 = 1905년 윤치호가 만든 찬송가 책인 〈찬미가〉에 애국가 가사가 실리고 스코틀랜드 민요 〈올드랭사인(Auld Lang Syne)〉에 곡을 붙여 찬송가로 불렀다. 그 뒤 안익태 곡을 1936년 미국 샌프란시스코 한인 교회에서 애국가로 부르게 되었다. 일제강점기까지 애국가는 찬송가였다.

   

◇미군정과 이승만 대통령 = 해방이 되고 기독교 나라 미국의 군사정권과 기독교인 이승만 대통령은 아무런 문제없이 애국가를 국가(國歌)로 무궁화를 나라꽃(國花)로 받아들인다. 미국과 기독교는 아무런 법적 제도적 작업도 없이 이 나라의 대중문화로 뿌리내리게 된다.

기독교의 꽃 장미는 대한민국 국민 둘 중 한 명이 좋아하는 꽃이 되었다. 성모 마리아의 눈물 카네이션 꽃은 해방 뒤 세계에서 가장 못 사는 나라 대한민국이 자기 나라에 피지도 않는 카네이션을 어버이날의 꽃으로 정하게 했다. 스카우트를 하면서 성모 마리아의 백합을 가슴에 달고 연말이 되면 예수님이 골고다 언덕을 오를 때 그 사랑의 열매(호랑가시나무 열매)를 가슴에 달고 어려운 이웃을 생각한다.

◇법 제정 과정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 국가 정체성, 국가 이미지의 대표인 애국가는 찬송가였고 나라꽃은 예수님의 꽃이라면 이것이 정녕 국격에 맞는 대표 노래이고 대표 꽃이라고 할 수 있을까?

왜 대한민국 수많은 나무 전문가, 역사, 법률, 음악 전문가는 여기에 대한 확실한 답을 주지 못하는가? 조국의 애국가와 나라꽃 무궁화가 법도 없는 초라한 대접을 받고 있어도 왜 여기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는 것일까?

애국가가 온 국민의 마음을 울리는 올림픽 시즌이다. 애국가는 우리 애국가가 맞고 무궁화는 우리 나라꽃이 맞는가? 법으로 만들면서 국민과 함께 공론화해야 할 것이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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