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런 데가 있다 아이가] 산청 별아띠 천문대 정정교 김도현 부부

별아띠 천문대를 찾아 가는 길은 그리 편한 길은 아니었다. 3번 국도에서 들어가는 길은 꼬불꼬불 계속 이어졌고 숲으로 난 일방통행의 길을 찾아 들어가야 했다. 과연 이 길 끝에 마을이 있기나 할까 싶은 불안감이 들 때 쯤 눈앞에 떡하니 마을의 집들이 들어왔다.

자연마을에서 볼 수 있는 시골집들이 아니라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집들이 마을을 이루고 여기저기서 아이들 소리가 들리고 음악소리가 들렸다. 골짜기 가장 끝이었다. 마을 입구 표지판에는 ‘간디숲속마을’이라 적혀 있었다.별아띠 천문대는 이곳 경남 산청군 신안면 갈전리 간디숲속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귀촌…교육생태적인 삶을 살기위해

자동차 소리를 들었나보다. 기웃대고 있는 사이 어느새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흰 고무신을 신은 한 여자가 뛰어나온다. 얼굴 가득 환한 웃음이다. 6월의 푸른 기운이 그녀에게서 느껴졌다. 정정교(47) 씨. 지금부터는 ‘별빛을 사랑하고 사람들을 사랑한다’는 그녀와 그녀의 남편 김도현 씨의 이야기이다.

   
 

별아띠 천문대. 정교 씨와 그녀의 남편 김도현(48) 씨가 운영하는 민간천문대이다. 별아띠 천문대는 통나무로 된 집이었다. 담장도 없는 집 마당에는 온갖 꽃들이 피어 있었고 작은 연못이 있고 감나무 그늘아래는 부시게 닦아놓은 장독대가 눈에 띄었다. 창이 넓은 통나무집은 앞과 옆을 틔워 넓은 데크로 이어졌고 다시 별채 건물로 이어져 있었다. ‘아띠’는 친구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란다. 정교 씨의 남편 별지기 김도현 씨의 온라인 이름이기도 하다.

김도현 씨는 이곳 간디숲속중학교의 교사로 있으면서 별 관측 길라잡이 역할을 하고 정교 씨는 이 천문대의 그외 일을 도맡아하고 있다. 그녀는 곰취농사를 비롯해 텃밭농사도 하고 있다. 또 그녀는 별 관측 예약에서부터 홈페이지를 통해 소식을 나르고 홍보하는 등 온라인 관리, 사람들을 맞이하기 위한 청소 등의 준비, 숙식을 제공하는 그 모든 일을 맡아하고 있다. 천문대의 모든 살림이 그녀의 손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간디숲속마을은 6년 전 간디중학교가 생기면서 교육과 생태를 삶의 중심적인 가치관으로 삼는 여러 사람들이 길을 내고 터를 닦고 집을 짓고 사람들이 이주해오면서 생긴 마을이지요. 이곳에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삶을 실현해나가고 있어요. 더러는 유정란을 생산하고 더러는 농사를 지으며 자연효소를 만들고 더러는 목수 일을 하고 더러는 간디중학교의 교사로 있으면서 그렇게 다들 이곳에서 더불어 자연과 삶을 익혀나가고 있어요. 간디숲속마을은 지금 28가구 정도지요.”

마을 이야기로 말문을 연 그녀는 하고픈 말이 많았다. 결국 그녀가 이곳에 사는 이유였다. 이 마을은 교육생태마을로 삶이 곧 교육이라는 걸 실천하는 사람들이 살고 있다. ‘생태적인 삶’을 찾아서 이곳으로 들어온 이들은 도시에서와는 다른 생업을 찾아야 했다. 정교 씨와 남편 김도현 씨는 이곳으로 내려올 결심을 하면서 민간 천문대를 열 계획을 하고 준비를 했었다.

도시살이에 지쳐 ‘밤하늘 별보기’에 나서다

“안양에서 살았어요. 도현 씨가 한 연구소에 재직하고 있었고 나는 그냥 평범한 전업주부였어요. 90년대 말 도현 씨는 회사 일로 정신없이 바쁘고 매일 새벽 2시에 들어오는 생활에서 회의를 느끼고 있었지요. 건강검진을 받으니 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았어요. 마침 대전시민천문대에 온 가족이 같이 갔다가 도현 씨가 별에 푹 빠져버렸어요. 어렸을 때 별 보던 기억이 생생하게 다가왔다고 해요. 그게 결정적인 계기였어요. 그후 도현 씨가 술을 끊을테니 1년 치 술값으로 망원경 사서 별을 보러 다니자고 했어요. 나는 원래 시골에서 자랐고 자연과 꽃을 좋아해서 흔쾌히 그러자고 했고, 같이 다니는 게 즐겁기만 했어요.”

‘밤하늘 별보기’에 빠져버린 도현 씨를 따라 주말이면 가족들이 다 같이 길을 나섰다. 두 아들 창원이와 중원이에게도 자연스레 자연과의 교감을 느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도현 씨는 별 관측 동호회 ‘야간비행’에 들어가서 본격적인 활동과 별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야간비행’은 생떽쥐베리의 소설 제목이기도 하지만 그는 밤하늘 별을 보는 즐거움과 긴장이 마치 야간비행을 하는 기분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단다.

도현 씨의 ‘밤하늘 별보기’를 같이 나누고 지켜보며 정교 씨는 순간순간 그만두라고 얘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단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땅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며 그 아름다움을 찾는 일은 자신이 산과 들에서 꽃을 찾는 일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했단다.

   
 

“그 즈음 아이들을 키우면서 안양 YMCA생협을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 활동을 하면서 삶의 가치가 바뀌었어요. 일대 전환이었지요. 더 이상 도시생활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큰아들 창원이를 간디학교에 보내면서 도현 씨가 회사를 정리하고 여기로 자연스레 옮겨왔어요.”

천문대 운영으로 사람들과 소통하다

도현 씨는 집을 손수 설계하고 지으면서 별을 관측하기 위해 좀 더 마을 안쪽 가장자리의 땅을 골랐다. 먼 곳까지 별을 보러 오는 사람들은 하룻밤을 자야하니까 집을 지을 때부터 아예 거실을 넓게 하고, 숙소를 2층으로, 넓은 데크를 내어 별을 볼 수 있게 설계했다. 그리고는 별 관측을 돕기 위한 별자리 컴퓨터 프로그램 및 대형 프로젝터, 별과 우주에 관련된 동영상물 등을 갖추었다. 자신이 직접 제작한 18인치(구경 457mm)의 대형 반사망원경과 8인치 슈미트카세그레인경, 4인치 굴절망원경을 가지고 있어 여러 사람이 한꺼번에 별을 관측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시설을 갖추었다. 정교 씨는 실비만 내면 사람들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이용해 천문대를 알려나갔다.

“별에 대해 잘 모르는 요즘 아이들에게 별 관측을 통해 별자리 등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지요.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방학이면 전국에서 초등학생들이 별 관측 캠프를 하러 모여들었어요. 같이 앉아 별자리에 대한 이야기, 망원경을 통해 본 신비한 별 모양을 이야기하고 모닥불에 옥수수나 감자를 구워먹고 태양열조리기를 이용해 달걀 삶기와 달걀프라이도 하고….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추억거리를 안겨주고 싶었지요. 무엇보다 TV와 인터넷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하고 밤하늘의 무한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어요.”

별아띠 천문대에서는 지난 3년 동안 토요일을 이용한 가족단위 프로그램도 운영하기도 하고 여름방학을 이용해 별자리 캠프를 열어왔다.

“처음 몇 년 동안은 도시생활하면서 우리가 알던 사람들이 별을 보러 왔지요. 이곳에 들어온 지 6년 되었는데, 천문대를 본격적으로 운영한 건 2~3년 정도, 지금 관측실은 지난해 초 완성했어요. 지금은 캠프를 열지는 않고 예약만 하면 1년 열 두 달 누구나 와서 별을 보고 즐길 수 있는 공간, 편안하게 쉬어가는 공간으로 열어두고 있어요.”

정교 씨는 별아띠 천문대를 찾는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람들과 나누는 기쁨을 비로소 알게 됐다고 했다.

   
 

“도시에서는 가정주부로만 살다가 다양한 사람을 만나면서 삶이 더욱 풍요로워졌어요. 많은 걸 배우고 있어요. 지금 천문대 운영을 하는 것 외에도 우리 집에는 간디중학교에 다니는 8명 아이들이 홈스테이를 하고 있는데, 천문대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모두 그 아이들의 교사가 되고 있어요. 다양한 사람들이 그들의 생활과 삶을 그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지요.”

지붕이 열리면서 하늘과 별을 눈에 담다

“천문대라면 보통 천장을 돔으로 연상하는데, 별아띠 천문대는 돔이 아니지요.”

이야기를 나누던 정교 씨가 갑자기 일어섰다. 그리고는 예상치도 않은 일이 일어났다. 관측실의 지붕이 천천히 걷히면서 하늘이 보이는 것이었다. 지붕이 걷히면서 관측실은 더 이상 실내가 아니었다.

“누워서, 가장 편안한 상태에서 밤하늘과 별을 볼 수 있어요. 경남에는 김해시민천문대가 있지만 밤늦게 볼 수는 없잖아요. 여긴 그런 제약도 없고 주변 환경이 아주 좋아요. 도심의 불빛이 30Km 밖에 있고 우리 마을에는 가로등조차도 없으니까 별 보기에는 그만이지요.”

별지기 도현 씨는 별과 별자리 강의를 한 후 모두에게 바닥에 누우라고 얘기한 뒤 지붕을 열어준다.

지붕이 천천히 걷히면서 밤하늘이 눈앞에 들어오는 순간 사람들은 환성을 지르고 만다. 지붕이 자동으로 걷힌다는 것과 동시에 별이 총총한 하늘이 자기에게 안겨드는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관측실의 지붕은 전기모터를 이용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이곳에서 별을 관측하는 1박 2일의 비용은 1인 4만원이다. 2끼의 식사가 제공되고 별 강의와 별 관측, 태양 관측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태양열 조리기를 이용해 간단한 음식 만들기를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은 대부분 태양열 조리기를 이용해 달걀프라이를 하는데 화장실 사용과 마찬가지로 생태적인 삶을 교육으로 이어가는 프로그램 내용이다.

별아띠 천문대에서 별 이야기 다음으로 가장 길게 안내하는 것이 대변과 소변을 분리하도록 되어 있는 생태화장실 사용방법이다.

‘대변을 보시고 난 다음에 작은 꽃삽으로 톱밥을 세 번 부어 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냄새도 없고 자연적인 발효로 아주 좋은 거름이 됩니다. 특히 감자, 호박 같은 영양가 많은 식물에 주면 최고의 거름이 된답니다. 소변은 앉아서 누면 호스를 통해서 따로 통에 받아집니다. 그 통에서 3개월이 지나면 자연 발효되어서 액비로 사용됩니다. 가장 좋은 거름을 사용할 수 있답니다. 누구나가 작은 실천 큰마음으로 살아가는 ‘지구사랑, 내 사랑’입니다.’

   
 

별 관측을 위해 이곳에서 1박 2일 있다보면 사람들은 자연스레 생태체험을 할 수밖에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처음에는 당혹해하고 불편을 호소한다고.

“우리 집만이 아니라 마을전체가 전부 수세식 화장실이 아니에요. 사용하는 사람들도 힘들어하지만 저도 처음엔 정말 힘들었지요. 매일 그 통을 비워내는데 오만 가지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들에게 하소연을 했더니 두 아들들이 오히려 좀 더 활용해보자며, 엄마가 좋아하는 초록이나 노란 색깔로 화장실을 예쁘게 페인트칠 해주겠다며 나서더라구요. 지금은 ‘모든 똥은 귀하다’고 생각하게 됐지요.”

정교 씨는 이곳에서 살면서 불편한 생활 가운데 자연스런 삶의 진리를 배우게 되었다고 했다.

별아띠 천문대의 정정교 씨와 김도현 씨. 그들은 사람들과 별을 맺어주는 까막까치와도 같았다. 이들 부부는 별과 친구하러 오는 사람들이 낯설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찾아갈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길잡이였다. 이들은 밤하늘의 별이 가는 길을 따라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자신의 빛을 찾기를 희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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