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빼다지를 열다 ] 진해 파크랜드는 사라졌지만...

오랜만에 앨범을 꺼내봤다. 내 시선을 붙잡는 건 어린 시절 동심을 자극한 진해 파크랜드 사진 한 장. 이제는 영원히 추억으로 남게 된 그곳은 우리 지역 최초의 놀이공원으로 그 시절 어린이들의 로망이었고, 발 빠르게 다녀온 친구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어린 시절 떼쓰기가 취미이자 주특기였던 나는 특기를 살려 부모님을 조르고 졸라 개장(1994년) 3개월 만에 재빨리 다녀오는 쾌거는 물론, 친구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영광까지 누리게 되었다.

이름부터 스릴 만점인 ‘나르는 궁전’과 지금 생각해보면 유치하기만 했던 비바열차도 그때에는 “꺅~꺅” 소리가 절로 나올 만큼 무섭고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나를 가장 기쁘게 만든 건 멋진 놀이기구가 아닌 공주본능을 자극하는 아름다운 궁전을 직접 보았다는 사실이었다.

   
키 작은 아이가 김미옥

진해 파크랜드 입구에 상징처럼 자리하고 있던 크고 웅장한 궁전을 보는 순간 감동의 물결이 휘몰아쳤고, 그곳을 통과하는 순간 난 마치 동화 속으로 빨려들어 가 공주로 변신하는 착각에 휩싸이기도 했다.

20대 초중반까지만 해도 진해 파크랜드를 떠올릴 때면 그때 그 감동보다 작고 낡은 놀이공원이라는 생각이 먼저 떠올랐다. 시간이 흘러 예전 순수하기만 하던 그 시절의 내 모습이 그리워지는 나이가 된 지금 그곳은 내게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몇 년 전부터는 진해를 갈 때면 보게 되는 파크랜드를 통해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향수에 젖어들기도 하고, 그때의 활기찬 모습 대신 조금은 을씨년스러운 분위기에 괜스레 마음 아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진해 파크랜드가 이용객이 없어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듣고 진해에 남겨 놓은 나의 동심 하나를 잃어버리는 듯 알 수 없는 감정을 느꼈다. 그때 내가 느낀 감정은 조금씩 나이가 들 때마다 나의 추억이 하나씩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함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김미옥 

생각해보면 그 장소가 사라진다고 해서 내 어린 시절의 소중한 기억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너무 슬퍼할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게다가 나에게는 변함없는 모습으로 남을 사진 또한 있다.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사진과 장소가 있다는 건 굉장히 멋진 일인 것 같다. 비록 그 추억이 가슴 시큰해지는 기억이거나 그 장소가 없어진다고 해도.

이제 더 볼 수도 갈 수도 없는 장소가 되어 버린 진해 파크랜드는 그 시절 어린이들의 기억 속에서나 나의 앨범 속에서 영원히 살아갈 것이다. 어린 시절 나의 동심을 자극하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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