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 경남헌혈사랑봉사회 임성준 씨…고교 때 시작한 헌혈 '166회'

지난 7일 토요일 오후 3시 정우상가 앞. 누비자를 탄 '아저씨' 8명이 나타났다. 자전거에는 '헌혈하는 당신이 진정한 영웅(Every blood donor is a hero)'이라는 깃발이 꽂혀 있다. 헌혈로 사랑을 전하라며 캠페인을 벌이는 경남헌혈사랑봉사회(회장 최명) 회원들.

정우상가를 지나 시티세븐과 세코, 창원종합운동장을 거쳐 오후 4시께 정우상가로 다시 돌아온 경남헌혈사랑봉사회. 회원이자 창원우체국 집배원인 임성준(46) 씨를 만났다.

"집배원이 된 지는 10년 정도 됐어요. 하사관 생활을 하다 전역해 일반 회사에도 취직해보고 비닐하우스 농사도 짓고. 그러다 서울 가락동에서 채소 장사도 했습니다."

임 씨의 하루 일과는 이렇다. 오전 8시까지 우체국으로 출근해 우편물을 오토바이에 싣고 오전 9시 담당구역인 의창구 대원동으로 이동한다. 오후 4~5시 귀국해 우편물 분류 작업을 마무리하면 오후 8시께 퇴근이다. 주말에도 당직이나 우편물 택배 등 일 때문에 출근하는 게 잦다.

   
 

바쁜 집배원 생활 속에서 헌혈은 어떻게 많이 했느냐는 물음에 임 씨는 "근무 없는 주말에 한다"고 말했다. 휴대전화를 꺼내 달력을 보던 임 씨는 지난 1일쯤 헌혈을 한 것 같다고 했다. 2주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헌혈을 한다는 임 씨. 고등학교 때 호기심으로 시작한 나눔은 지난 7일 기준 '166회'가 됐다. 현재 목표는 '200회'다.

그의 헌혈 사랑은 대한적십자가 먼저 알아봤고, 경남헌혈사랑봉사회로부터 회원 가입 독려를 받아 활동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감사직까지 맡고 있다. 또 지난달 14일 헌혈을 맞아 대한적십자 총재상까지 받았다.

그는 창원우체국 '징검다리' 회장이기도 하다. 4년 정도 된 창원우체국 내 동아리로 징검다리처럼 몸이 불편하거나 고통을 겪는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만들어졌다. 임 씨는 동료와 1년에 2번 '오아시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장애인들과 야유회를 떠나고, 복지시설인 마산애리원과 인연을 맺어 정기적으로 후원을 하고 있다. 징검다리는 동아리원 27명이 내는 회비로 운영되는데, 모두 '한국아동복지협회'에도 후원하고 있단다.

임 씨는 "욕심만 앞세운 봉사는 상처만 준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갑자기 후원을 끊어버리면 아이들은 좌절한다. 작더라도 꾸준히 실천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며 "환경이 어려운 아이들이 공부하고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 디딤씨앗통장을 징검다리 회원은 모두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가난해 수돗물로 배를 채웠던 어린 시절. 그때 기억이 선명합니다. 헌혈도 징검다리도 어떻게 보면 제 어린 시절이 투영된 일이겠지요."

그래서 그는 나눔을 멈출 수 없다고 했다. 이 덕에 최근 몇 년 새 아주 바빠졌단다. 장애인단체에서 활동하는 운동가며 지역에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여러 사람을 알게 돼 활동 영역까지 넓어지고 있단다. 최근에는 '명곡동 기네스'에 오르기도 했다. 헌혈을 가장 많이 한 창원시 의창구 명곡주민으로 등재됐다고 한다. 헌혈이라는 작은 베풂으로 삶이 다변화되고 있다는 임성준 집배원.

"저보다 훨씬 좋은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 인터뷰가 쑥스럽습니다. 그래서 신문 지면을 통해 감사 인사라도 전하고 싶어요. 꽃들에게 희망을 설미정 선생님과 최명 회장님 덕분입니다. 또 징검다리를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박기섭 국장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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