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을 빛나게 하는 문화 유적은 누가 뭐래도 불보사찰 통도사입니다. 양산은 경남에서 등록 문화재가 가장 많은 곳인데요. 150여 개 문화유적 가운데 86점이 통도사에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취재에서 통도사만큼 매력적인 곳이 바로 통도사 주변 암자였습니다. 통도사가 양산을 빛나게 한다면, 통도사를 빛나게 하는 것은 주변 19암자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통도사에서 처음 찾은 암자가 '서운암'이었습니다. 서운암에 들어서면 길게 늘어선 장독을 볼 수 있는데요. 그 모습이 참 평화롭고 넉넉했습니다. 통도사는 큰 절답게 사찰음식도 나름 유명한데요. 이곳 절에서 나오는 유명한 장류는 대부분 서운암에서 제조한 것이라고 합니다.
장독대를 지나 계속 길을 따라 올라가면 16만 대장경을 보관한 장경각이 나옵니다. 대장경 하면 당연히 해인사 '팔만대장경'이 떠오르는데요. 목판인 팔만대장경과 달리 16만 대장경은 흙을 구운 도자기 판 위에 대장경을 새긴 것입니다. '16만'이라고 해서 '8만'보다 내용이 두 배는 될 것이라고 오해할 수 있는데 똑같은 내용을 새긴 것이라고 합니다. 다만, 8만 대장경은 양면에 새겼고, 16만 대장경은 한 면에 새긴 차이입니다.
장경각은 건물 전체에 옻칠을 해 검은색을 띱니다. 덕분에 매우 깔끔하고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건물 앞에 서면 완만하게 늘어선 영축산 자락이 넉넉한 눈맛을 제공합니다. 그날 비가 와서 분위기가 더욱 좋았습니다. 장경각 안에는 판을 보관한 장을 미로처럼 배치했는데 그 사이를 거니는 재미도 은근히 쏠쏠했습니다.
아! 서운암에서 장경각을 올라가는 길에 재밌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남석형 기자가 가는 길에 서 있는 거위를 보고 저에게 "오리입니까?"라고 물었는데, 마치 거위가 그 말을 들은 것처럼 지나가는 남석형 기자에게 맹렬한(?) 공격을 가했습니다. 남석형 기자는 깜짝 놀라 도망쳤고요. 남 기자에게만은 거위는 그냥 조류가 아니라 '맹금류'가 아닐지 싶습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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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부터 시민사회부 1호기가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