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재발견'을 떠나기 전, 주변 사람들에게 꼭 묻는 게 있습니다. 이번 양산 취재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산 하면 뭐가 떠오릅니까?"

역시 통도사가 가장 많이 나왔습니다. 배내골이라는 답도 있었지만, 통도사가 압도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질문은 다시 이어집니다.

"양산 하면 떠오르는 음식이 뭡니까?"

그런데 답이 여기서 막힙니다. 함양 가기 전에는 '흑돼지', 통영 가기 전에는 '다찌' '꿀빵' 같은 답이 나왔는데요. 몇 번 같은 질문을 해도 선뜻 답을 내놓는 사람이 없습니다. 할 수 없이 양산에 사는 사람들에게 들어야 할 답이라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막상 양산에서도 먹을거리 질문에 대한 시원한 답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 양산을 제법 잘 안다는 사람조차도 양산 음식, 양산 음식문화에 대해서는 선뜻 답을 내놓지 못했습니다. 양산시청을 찾았습니다. 그래도 시청에서는 억지로 뭔가를 하나 만들어내지 않을까 했습니다.

양산시 관광과를 가니 이형군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형군 선생님은 양산이 지닌 문화적 자산에 대해 유명한 것은 물론 숨어있는 것까지 설명해줬습니다. 이 선생님은 처음에 취재 의도를 잘 몰라서 준비를 잘 못했다고 했지만, 취재팀이 던지는 질문 하나하나에 기대 이상으로 설명을 해줬습니다. 덕분에 양산은 통도사만 있는 도시가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양산시 문화관광해설사 이형군 선생님입니다. /박민국 기자

그런데, 문제는 또 음식이었습니다. 양산을 대표하는 음식에 대해 묻자 이형군 선생님이 답을 망설였습니다. '원동 매실', '원동 딸기' 정도를 처음에 말씀하셨지만 이 마저도 지금은 그렇게 내세울만한 게 아니라고 했습니다. 딱히 양산을 대표하는 음식이라는 게 없는 것 같다는 말에는 상당한 아쉬움이 묻어났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이형군 선생님 입에서 '웅어회'라는 말이 흘러나왔습니다. 웅어회? 취재팀에게는 상당히 낯선 이름이었습니다.

"웅어회가 양산에서 유명합니까?"

"낙동강 하구둑 생긴 뒤로 웅어가 잡히지는 않지만, 옛날에는 이맘 때 꼭 웅어회를 먹는다고 했어요. 남편도 즐겨 먹었는데요. 지금도 물금에 가면 웅어회 하는 식당이 있을 겁니다."

그날 저녁 목표는 그렇게 정해졌습니다. 그래도 웅어회 취재에 대해서는 약간 미심쩍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양산시지(梁山市誌)를 구하고자 이 선생님과 함께 양산문화원으로 갔습니다.

정연주 양산문화원장입니다. /박민국 기자

양산문화원에서는 마침 정연주 문화원장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원장님은 갑자기 들이닥친 취재진을 반기며 양산시지(梁山市誌)를 구해주시면서 차를 한 잔 권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한 번 더 양산을 대표할 만한 음식을 물었지요. 허허 웃으시던 원장님이 또 웅어회를 말합니다.

"먹을 것 자랑할 만한 것이 별로 없지만, 옛날에 물금에서 이맘 때 웅어회를 먹었지요. 그리고 호포 쪽에는 민물 매운탕을 많이 하고요."

웅어회와 매운탕. 그래도 양산 음식이라고 내세울만한 것은 이 두 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양산 먹을거리 취재 시작은 이렇게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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