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딸기 재배 더 없이 좋은 땅, 4대강 사업으로 '홀라당'

원동면 서룡리 길가에서 한 할아버지가 뭔가에 골몰해 있다. 산딸기나무 이파리 중 벌레 묻은 것을 따내는 중이다. 잠시 허리 펼 시간이 필요했는지 말 상대를 해 준다.

허창호(75·사진) 할아버지는 고향이 경남 고성으로 부산에서 사업하다 25년 전 이곳 원동면으로 들어왔다. 누군가가 "양산 텃세가 별로 없어 외지인도 5년 정도면 토착화된다"고 했으니 이미 오래전에 원동사람 다 된 셈이다.

본인은 산딸기 재배만 하지만, 이름이 자자했던 '원동 밭딸기·수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다.

"철도 바깥 강가 쪽에서 밭딸기·수박하던 사람들이 4대강 사업 때문에 지난해부터 여기 안쪽으로 들어왔지. 그런데 여기는 벼농사 하는 논 땅이라 습지 조건이 안 좋아서 뿌리 활착이 잘 안 돼. 건강하게 못 자라지."

밭딸기·수박은 같은 땅에서 재배된다. 3월까지 밭딸기를 키우고, 이어 수박을 심어 6월경 수확한다.

할아버지는 원동 밭딸기·수박이 왜 유명할 수밖에 없었는지 설명해 준다.

"자연조건은 조금씩 다 달라. 낙동강 쪽은 여러 수백 수천 년 동안 만들어진 모래땅인데다, 물을 끌어들일 필요도 없이 자연히 올라와서 밭딸기 하기 더없이 좋지. 그걸 자연의 적재적소라 하지. 강모래 퍼올려서 매립한 땅이 굳어지면, 다시 옮기지들 않겠어? 땅값이 여기보다 비싸도 말이야."

   
 

할아버지는 못 쓰는 땅을 알음알음 활용해 산딸기를 키운다. 25년 전 이곳에 발들일 때도 여러 농가에서 하고 있었다 한다.

"올해는 가뭄이 심했는데, 그래도 사람은 지혜가 다 있어, 때로는 자연을 깨고 들어가기도 하지. 그런데 또 너무 욕심내면 안 되는 거라."

산딸기 수확은 6월 초 끝내고 조합을 통해 판매도 끝냈다. 그래도 손 갈 일은 이어진다. 특히 농약을 안 치고 키우려면 벌레 붙은 이파리는 일일이 확인하고 제거해야 한다. 할아버지 표현대로라면 '원시식'으로 하기 때문이다.

할아버지는 다시 일할 채비를 하며 덧붙였다.

"나는 그냥 낙동강 보며 마음 편하게 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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