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재발견 통영 취재는 저를 설레게 했습니다. 무엇보다 먹을거리, 특히 다찌집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습니다. 술을 멀리하지 않으며 마산 통술집도 종종 드나든 저로서는 다찌문화가 궁금했습니다.

통영시청 관광과 분들에게 어느 집이 괜찮은지 물어봤지만 "특정 집만 말하기는 그렇고, 다 괜찮습니다"라는 답밖에 들을 수 없었습니다. 공무원, 특히 관광과 소속이라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함이었습니다. 다만, 오래된 다찌집 한 곳에 대해서는 언급했습니다. 1980년대부터 있었다는 항남동 '대추나무'라는 곳이었습니다.

어둑어둑해질 무렵 발걸음을 강구안 부근 골목으로 옮기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홀에 테이블이 세 개 있었고, 방에도 서너 팀 정도 앉을 수 있는 자리가 있었습니다.

강구안 부근 골목에 자리하고 있는 대추나무 다찌집. 30년 가까이 이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박민국 기자

선술집 형태에서 비롯된 다찌는 과거 술 양에 따라 1차·2차·3차 안주가 나왔는데, 이제는 대부분 기본 한 상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4명이 함께 갔는데 기본 10만 원이라고 했습니다. 술은 소주·맥주 종류 상관없이 10병이었고, 추가하면 소주 1만 원·맥주 6000원이었습니다. 술 10병은 얼음 양동이에 담겨 나왔습니다.

안주도 하나둘 나오길래 사진을 찍기 시작했습니다. 이걸 본 주인아주머니는 그리 반기지 않았습니다. 안주는 그날그날 달라진다는 게 큰 이유였습니다. 사진 찍어 인터넷에 올리면 그걸 보고 온 사람들이 "사진과 왜 다르냐"는 항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었습니다.

이 지역에서 나는 싱싱한 해산물은 통영다찌의 중심입니다. /박민국 기자


조개 크기만으로 풍만감을 느끼게 하는 칼칼한 조개탕. /박민국 기자


바다에서 나는 안주 20여 가지가 줄줄이 나오는 통영 다찌. /박민국 기자

이날은 삶은 오징어·게다리찜·꼬막·새우·소라·멍게·해삼·미더덕·피조개·가재·게다리찜·숭어회·우럭회·볼락구이·성게알·조개탕 같은 것들이 나왔습니다. 안주 하나하나 싱싱하기까지 했습니다. 마산통술과 달리 육고기는 상에 오르지 않고, 바다에서 나는 것들로 가득 채워졌습니다.

하지만 마산통술·진주실비를 경험해 봤다면 입이 딱 벌어질 정도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영 물가가 비교적 비싼 편이라는 말도 문득 떠올랐습니다.

그래도 포만감은 당연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아주머니께서 말벗 역할까지 해주어 유쾌한 기억으로 자리하게 됐습니다.

술은 얼음 양동이에 나옵니다. /박민국 기자

통영 다찌는 2인 기본이 5만 원입니다. 가격 면에서는 어느 정도 부담을 감수해야 합니다. /박민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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