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은 풍부한 해산물로 먹거리가 넘치는 곳입니다. 그러면서도 재밌는 음식도 많은데요, 우동과 짜장을 섞은 '우짜'와 더불어 '꿀빵'이 유명합니다.

꿀빵은 도넛에 꿀을 입혀놓은 듯한 모양새인데요, 생김새와는 달리 그렇게 달지는 않습니다. 다만, 매우 끈적끈적해서 맨손으로 먹다가는 자칫 낭패를 당할 수도 있겠습니다. 이곳에서 꿀빵은 천안 호두과자만큼 유명하고 흔합니다. 거리를 다니다 보면 꿀빵을 파는 매장을 많이 만날 수도 있는데요. 저마다 '원조'를 내세우기는 합니다.

'원조 꿀빵' 가게임을 열심히 주장하는 아주머니입니다. 그래도 이 집은 원조라고 내세울 수 있는 근거가 있는 집입니다. /박민국 기자

'경남의 재발견' 취재를 하면서 취재팀과 함께 약속한 게 있는데요. 웬만하면 '원조'에 현혹되지 말자는 것입니다. '원조'가 너무 많을 뿐더러, 거기에 얽매이다 보면 그 음식이 지닌 맛이나 가게 분위기 같은 사실상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도 꿀빵을 산 곳은 역시 '원조'를 내세우는 가게였습니다.

진짜 '통영 꿀빵'입니다. 가짜 꿀빵 사진이 없어서 아쉽습니다. /박민국 기자

통영 꿀빵 때문에 재미있는 일이 한 가지 있었는데요. 제가 취재를 마치고 집에 가니 마침 아내가 손님이 사왔다는 '통영 꿀빵'을 남았다며 내놓더라고요. 불과 몇 시간 전에 '원조'를 취재하고 온 저에게 말입니다.

짐짓 모른 체 하고 한 번 보자고 했습니다. 아뿔사! 척 보기에 빛깔부터 아니었습니다. 진짜 꿀빵은 가짜(?) 꿀빵과 견주면 밝다 못해 화사한 연 갈색에 꿀 빛깔이 번쩍번쩍 거리는데, 아내가 내놓은 꿀빵은 아주 짙은 갈색이었습니다. 흔히 보는 도넛이었지요.

그래서 제가 비장하게 진짜 꿀빵을 선보였습니다. 아내도 척 보더니 '원조는 다르네'라고 하더군요. 맛도 괜찮았나 봅니다. 훨씬 달지 않고 먹을 만 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진짜 꿀빵이 가짜 꿀빵을 제대로 한 방 먹인 셈이지요.

손이 끈적거리지 않도록 꿀빵을 비닐로 감싸서 먹습니다. 손가락에 끼울 만한 크기인 비닐은 꿀빵 가게에서 포장할 때 함께 줍니다. /박민국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