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통영 이야기는 통제영에서 시작해서 통제영으로 끝나도 부족할 게 없습니다. 통영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 통제영 관련 이야기만 들어도 몇 시간은 훌쩍 지나갑니다. 통영은 1604년 6대 통제사 이경준이 통제영 터를 이곳에 정하고부터 '군사도시'로 면모를 갖춥니다. 통영에 깃든 유·무형 문화적 자산은 대부분 통제영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봐도 됩니다.
 
하지만, 막상 통제영이 있던 곳에 가면 공사 현장을 먼저 만나게 됩니다. 통영시는 지는 2000년부터 통제영 복원 사업을 진행 중입니다. 통제영에 있던 관청들을 복원하고 주차장 등 기반시설도 정비하는 공사입니다. 그래서 아직 통제영 전체 위용을 느끼기에는 이릅니다.
 
옆에서 본 세병관입니다. /이승환 기자
그렇다고 실망할 이유도 없습니다. 바로 세병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세병관은 요즘으로 치면 그 규모나 기능으로 봤을 때 대형 강당을 떠올리면 되겠습니다. 사방으로 확 트인 마루가 돋보이는데요. 통제영이 주최하는 큰 행사는 대부분 세병관에서 열렸습니다. 규모도 상당한데, 경복궁 경희루, 여수 진남관과 더불어 남아있는 조선시대 목조 건축물 가운데 규모가 상당히 큰 건물로 꼽힙니다.
 
한 번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마루에 드러누우면 넓은 공간을 한 번에 품는 듯해 그 순간만은 뭐 부러울 게 없을 듯합니다. 이곳에는 해설사도 상주하고 있는데요. 세병관과 더불어 통제영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들을 수 있습니다. 저희들이 갔을 때에도 관광객들이 왔었는데요. 세병관 마루에 편안하게 앉아서 해설사 설명을 듣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습니다. 세병관은 통제영 흔적이 미흡했던 지금까지 통제영 영광을 홀로 증명했는데요. 통제영 복원 공사가 끝나면 그 위세가 더욱 당당해질 듯합니다.
 
굵은 기둥이 지탱하는 넓은 공간이 인상적인 세병관입니다. /이승환 기자
세병관 입구 바로 맞은 편에는 '통영시향토역사관'이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통제영 12공방에서 나오던 특산품을 볼 수 있습니다. 오늘날 봐도 전혀 솜씨가 무디지 않는데요. 이와 더불어 통영 근·현대사에 걸친 문화 유산을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규모가 크지는 않으나 아기자기하게 펼쳐진 통영이 지닌 매력을 느껴보는 것, 한 번 권해 봅니다.
 
통영시향토역사관 입구에 있는 벽화입니다. 통제영을 중심으로 통영시와 주변 섬들을 그렸습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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