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렬사에서

충무공 이순신을 받드는 사당은 전국에 30곳이 넘는다고 합니다. 그 중에는 이순신이 태어난 곳, 활동한 곳, 거쳐간 곳 등 많은 인연이 있을 것입니다.

지자체마다 역사적 인물을 제고장 사람으로 삼으려는 이유는 다양할 텐데요. 아마도 그 인물을 통해 지역 관광자원과 이야기를 만들기 수월해서 그럴 듯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스토리 텔링' 작업인 셈인데요. 역사적으로 위대한 인물 한 명만 제대로 지역과 묶을 수 있으면 이야기 만들기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듯합니다. 특히 그 사람이 이순신이라면요.

이렇게 계속 계단을 올라가면서 충무공에 대한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승환 기자

충무공 이순신 이야기야 뭐 따로 더할 게 있겠습니까. 다만, 통영 사람들이 충무공과 연을 유달리 강조하는 이유는 짚어볼 만 합니다.

저는 신문에 '충무공이 선택한 땅 통영'이라고 정리했습니다. 태어난 곳, 발령을 받는 곳, 심지어 귀향을 가는 곳까지 충무공 흔적이 있는 곳 대부분은 충무공이 원해서 연을 맺은 곳이 아닙니다.

하지만, 통영은 다릅니다. 통영은 조선 최초 삼도수군통제사 이순신이 경상·전라·충청 3남 지방을 통틀어 왜구를 막기에 가장 훌륭한 전략적 요충지로 찾아낸 곳입니다. 그리고 임진왜란 중 가장 화려한 전적을 쌓은 곳, 즉 전성기를 보낸 곳이 됩니다.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니 통영과 충무공 관계가 다른 곳보다 더욱 두드러져 보였습니다.

아이들에게는 아무래도 거북선이 눈에 띄나 봅니다. /이승환 기자

충렬사(명정동)는 통영에 있는 충무공 유적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곳입니다. 선조가 1606년 7대 통제사 인운룡에게 짓게 한 사당입니다. 통영 사람들은 전국에 흩어진 충렬사 가운데 충무공만 따로 모신 곳은 드물다며 또 뜻을 더합니다.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으나 층을 오르면서 지어진 한옥 건물은 짜임새 있고 다부지게 자리잡았습니다. 특히 충무공을 모신 사당 뒤에는 대나무숲이 울창해 시원한 맛을 더합니다. 아무래도 충무공 관련 대표 유적이다 보니 꾸준히 찾는 사람도 많은데, 관광객들은 이순신 영정 앞에 제법 단정한 자세로 향을 올리곤 합니다. 민족을 구한 영웅에 대한 예는 최소한 갖추려는 듯했습니다.

충렬사를 찾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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