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TV에서 좀 특별한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돌고래가 다른 동물들에 비해서 지능지수가 높다는 사실은 이미 아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사람의 특별한 행동에 돌고래가 훈련하지 않은 행동을 스스로 창작한다는 사실은 매우 흥미 있는 새로운 사실입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스스로 판단하고 사고(思考)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스스로 판단하고 도전하며 투쟁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인류의 역사를 이루어 왔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인간을 만물 가운데 가장 신령하고 으뜸간다고 하지만 분명한 한계는 있기 마련입니다.

나는 지난주 안 될 줄 알면서도 로또복권을 한 장 사서 지난 한 주 로또에 대한 꿈을 버리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이처럼 분명히 안 될 것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될 수도 있다는 희망 때문에 도전하는 모양입니다. 도전은 신이 어리석은 인간에게 또 다른 가치와 행복을 나누어주는 특별한 수단인지 모르겠습니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의 텃밭이었던 경남에서 무소속으로 가장 큰 정치변화를 가져온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가 고향인 남해로 '금의환향'했던 순간에 하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1995년에 민선자치 초대 최연소 군수로 당선되어 7년 동안 고향 남해를 위해 헌신했던 그가 7전8기 정신으로 경남지사가 되어 고향 사람들에게 한 이야기입니다.

"이제 한 개의 관문을 넘었다. 당선된 그 순간 매우 기뻤지만 '330만 경남도민을 잘 섬길 수 있을까' 하는 마음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면서 "도민들과 소통하고 대화하는 열린 도정을 만들어 진정한 일꾼이 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김 지사는 1995년 민선자치시대 이후 경남지역에서 무소속으로 도지사에 당선된 것은 처음이라고 하면서 "도지사 4년 동안 특정정당에 속하지 않겠다"는 이야기도 했습니다.

나는 지금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대권주자의 한 명인 김두관 지사가 자신의 정치철학과 비전을 담은 저서 <아래서부터>를 출간하고 오는 12일 출판기념회까지 준비한 마당에 대권행보를 멈추라고 요구하기는 사실상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민들과 한 약속을 지키라는 요구도 하기가 어려운 것도 현실입니다.

그러나 왠지 불편한 김두관 지사의 대권행보에 박수나 치면서 응원하기도 어려운 것도 경남도민의 한 사람이라는 입장에서 분명하게 불편한 진실이라는 사실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지사직을 중도사퇴하고 대권행보에 뛰어든 경우와 비교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김 지사가 스스로 이야기한 대로 경남지사는 1995년 민선자치시대 이후 무소속으로 도지사에 당선된 것은 처음이고 7전8기로 당선된 도지사이기 때문입니다. 김두관 지사가 중도사퇴하고 대권에 도전하면 경상남도 시장, 군수들이 도지사 하겠다고 줄줄이 중도사퇴하는 문제도 걱정이 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지난 총선에서 창원지역은 선출직 정치인들의 중도사퇴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치쟁점이 되었던 일이 있습니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는 잣대로 개혁진보 세력이 내세웠던 더 큰 정치는 흔하게 말하는 정치인들이 하기 쉬운 핑계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대선출마를 꿈꾸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무상급식 문제를 놓고 도전하면서 서울시장직을 중도사퇴 했던 일이 있습니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의 도전은 말 그대로 정치생명을 담보한 무모한 도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경남도민일보 전의홍의 〈바튼소리〉 한 구절이 왠지 김 지사 대권행보의 불편한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 장(場) 떡이 큰가, 저 장 떡이 큰가' 저울질한다고 언론과 여론이 비판하든 말든 그게 김 지사 귀에 크게 들리진 않을 것입니다. 아마 지금쯤 '평안감사도 저하기 싫으면 그만이다' 쪽으로 작심하지 않았을까요. 나는 '왠지 불편한 김두관 지사의 대권행보'가 이제 오직 본인 스스로 판단할 수밖에 없는 돌이키기 어려운 문제가 되고 말았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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