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을 처음 찾았을 때 사실 막막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풀어나가야 할 지 좀처럼 가닥을 정하지 못했지요. 저는 물론 함께 취재를 나선 남석형·박민국 기자도 함양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습니다. 일단 함양을 잘 아는 분을 만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만난 분이 바로 함양군청 이태식 문화관광과장입니다. 처음에는 '제가 뭘 안다고…'라며 주저하시는 듯했는데, 일단 자리에 앉으니 화수분처럼 함양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함양하면 '좌안동 우함양'이라고 할 정도로 유림 선비들이 모여 살았던 집성촌…."

이렇게 시작한 이야기는 어디서 멈춰 질문을 해야 할지 고민일 될 정도로 줄줄 이어졌습니다. 함양 지형, 역사, 함양 사람 기질, 함양 인물, 문화 유적, 음식 등 막힘이 없었습니다. 막연했던 함양 모습이 점점 구체적으로 그려졌지요. '경남의 재발견' 기획 첫 취재에서 대부분 얼개는 이태식 과장 덕을 봤다 해도 지나치지 않을 듯합니다. 

함양군청 이태식 문화관광과장입니다. /박민국 기자

제가 이태식 과장과 인터뷰를 하면서 두 가지 실수를 했는데요. 저는 몰랐는데 질문 도중에 제가 '함안군'이라고 한 번 이야기 했다더군요. 그리고 실제 타지역 사람들이 함양군을 함안군이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함양군이 그만큼 덜 알려져서 그렇다는데, 매우 안타까워했습니다.

또 한 가지는 이태식 과장이 왜 '경남의 재발견' 기획을 함양에서 시작하느냐고 물었을 때였습니다. 저는 창원시에서 먼 변두리 지역부터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했는데, 이 과장은 '변두리'라는 말이 걸렸나 봅니다. "경남에서 함양이 서울과 제일 가까운데, 수도권인데, 전라도나 경기도 쪽에서 경남을 오가려면 반드시 함양을 거쳐야 하는데…"라며 가볍게 핀잔을 주더군요. 실수를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태식 과장 옆에 남석형 기자가 기록을 하고 있습니다. /박민국 기자

이태식 과장은 함양이 지닌 문화적 자산에 견줘 바깥에 널리 알려지지 않다는 점을 안타까워했습니다. 그래서 함양군 관광 정책을 '선비문화'·'웰빙'에 맞춰 다양한 기획을 준비한다고 했습니다. 이번 기획에서 함양에 대한 이야기를 넉넉하게 담았다면 이는 이태식 과장 덕이 크다고 하겠습니다.

부족한 점이 많았다면 이 과장이 풀어놓은 풍요로운 함양 이야기를 충분히 담지 못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실 취재할 때 좋은 취재원을 만나는 것만큼 즐거운 일은 없을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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