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부터 성왕(聖王)의 가장 큰 덕은 물을 잘 다스려 백성들이 안심하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는 것이었다. 중국 고서인 상서(尙書)에 '순(舜)임금 재위 시 큰 홍수가 빈번하여 순은 홍수를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였다. 이를 잡고자 곤(鯤)에게 일을 맡겼으나 실패하여 그 아들인 우(禹)에게 임무를 주어 마침내 우가 물길을 잡아 홍수를 바다로 흐르게 하였다'는 기록이 있다.

이렇듯 치수는 선왕(先王)의 가장 중요한 일이었다. 우리나라도 세종대왕시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만들고 하천수위를 측정하기 위하여 수표(水標)를 제작했다는 기록이 있다. 그만큼 물관리에 대한 중요성을 알고 노력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한강과 달리 낙동강은 남북으로 길게 유역이 분포하고 있고 강우도 지역 간 편차가 크며, 하류지역에서는 하상경사가 완만하여 치수와 이수 모두 어려운 여건이다. 안동댐, 임하댐, 다기능보 등 많은 댐들이 들어선 지금도 낙동강의 물관리는 어려운 상황이라 생각한다.

조선시대에도 남강에서부터 낙동강으로 이어지는 지역인 의령, 함안, 창녕, 그리고 삼랑진에서 김해평야까지에 이르는 곡창벨트를 홍수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정조대왕 때 장재곤이라는 백성이 상소를 올렸는데 '지금의 남강댐 위치에 보를 만들고 사천만으로 수로를 만들어 물길을 돌리면 남강과 낙동강의 농지를 옥토로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물론 발파 등 기술적 한계에 따른 인식부족으로 허무맹랑한 상소로 간주되어 실현에 옮기지는 못했다.

남강댐은 일제강점기부터 본격적으로 건설이 추진되었지만 제2차 세계대전, 6·25전란 등의 많은 역사적 질곡을 겪으면서 좌절되었다. 그 후 산업화의 시작인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의거 우리나라 최초의 다목적댐으로 착공해 1969년에 비로소 남강댐(구댐)이 완공되었으며, 1999년에는 홍수조절용량과 용수공급능력을 늘리기 위한 보강공사로 거듭나 현재의 모습으로 운영·관리되고 있다.

남강댐 유역은 지리적으로도 바다와 가깝고 남해로부터 오는 태풍의 길목에 있으며, 지리산맥과 덕유산맥의 큰 봉우리들로 둘러싸인 데다 급경사여서 집중강우 시 홍수도달시간이 매우 빨라 효과적인 홍수조절이 어려운 여건이다.

남강댐이 건설되기 전 진주와 의령, 함안과 낙동강 하류지역은 해마다 큰 홍수피해를 입었다. 특히 1936년 8월 태풍 때엔 '장대동 제방이 터지고 진주성벽의 일부가 무너져 진주읍내 가옥 5500호가 침수됐다'는 기록이 있다. 남강댐이 건설된 이후에도 큰 홍수는 연중 발생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홍수 사례를 살펴보면 남강댐 보강 이전인 1987년 8월의 태풍 '셀마', 댐보강 이후로 2002년 태풍 '루사', 2003년 태풍 '매미', 2006년 태풍 '에위니아' 내습 시에 각각 큰 홍수가 발생하였다. 그리고 2011년에도 6월의 태풍 '메아리', 7월의 여름철 장마, 8월의 태풍 '무이파' 등으로 큰 홍수가 발생하였는데, 남강댐의 200년 빈도 설계홍수량을 초과하는 홍수가 댐 보강사업이 준공된 지 불과 12년 만에 4회나 발생했던 점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사례로 분석된다.

이에 남강수계의 안정적인 물관리를 위하여 다음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지역간 형평성의 원칙에 따라 남강 하류지역의 하천을 조속히 정비하여 남강 본류로 계획방류량을 보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둘째, 남강댐 유역은 다른 댐과 달리 집중호우가 잦고 홍수가 한꺼번에 유입되므로 남강댐 상류지역에 물그릇을 키울 수 있는 홍수조절용 댐을 건설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면 홍수 시 본류의 안정적 제어가 가능하고 사천만 지역의 홍수피해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이상기후로 인해 엄청난 비를 동반한 집중호우 현상이 전국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남강수계의 치수 안전도를 담보하고 있는 남강댐에 대해서도 치수능력 보강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실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경남·부산 물공급과 연계되면서 남강댐의 치수능력 확보를 위한 국책사업의 추진이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남강댐 건설 이후 40년, 그리고 댐 보강 후 12년이 지난 지금, 관련 유관기관과 지역주민이 모두 같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깊은 성찰을 통해 슬기롭게 이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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