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1일은 대한민국 국회의원 선거 날이었다.

내겐 한국에 와서 2번째 하는 선거였다. 한국에 온 지 6년 되었지만 재작년 6·2 지방선거 때 한국 국적을 받고 처음으로 투표했고 이번이 두 번째였다.

처음 투표할 때엔 투표소에 가서 바로 도장 찍고 나왔는데 이번엔 투표소가 통합이 되어 그런지 그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투표소 앞에서 줄을 길게 서서 40분이나 기다린 끝에야 기표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살던 몽골에는 선거 날이면 축제를 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이어지고 있다.

아침 일찍 옷을 예쁘게 입고 가서 1시간, 2시간, 어떤 때엔 3시간이나 기다리면서 투표했다. 2년전 투표를 할 때 '한국은 좋네, 줄도 안 서고' 하는 생각을 했었다.

몽골은 국가의 면적이 큰 반면 인구가 얼마 안 되기 때문에 수도인 울란바토르 외엔 인구 밀집지역이 그렇게 많지 않아 선거날이면 투표하는 데 하루를 다 보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거하는 날은 한국처럼 어디 놀러 간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 특히 시골에 사는 사람은 더 그렇다.

멀리 시골에서 사는 사람들은 선거 날을 손꼽아 기다린다. 왜냐하면 이날 4년 만에 딱 한번만 친구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 날이 되면 새벽부터 바쁘다. 예쁜 옷을 고르고 화장도 평소보다 신경을 쓴다. 축제에 참가하는 기분으로 출발 준비를 한다.

아침을 먹고 나면 말도 좀 좋은 걸로 골라 타고 3시간, 4시간, 혹은 5시간을 달려간다. 겨우 투표소에 도착하면 또 시간이 별로 없다. 기표소에서 도장 찍고, 친구 얼굴 잠깐 보고 집에 돌아오면 벌써 밤이다. 아주 순간이랄 수 있는 도장 하나 쿡 찍는 이 일을 위해 하루를 완전히 보내는 사람이 몽골의 시골사람이다.

그럼에도 불평이나 불만을 드러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국은 몽골과 정말 많이 다른 분위기라는 것을 이번에 느꼈다. 2년 전에 별로 줄을 서지 않았기 때문에 몰랐는데 이번엔 40분이나 줄을 섰기 때문에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이 많았다. 멀리서 오게 하고 오랫동안 기다리게 하려고 투표소를 통합했느냐는 말이었다.

몽골에서 투표를 해본 경험이 있는 나는 그 아저씨의 말이 일종의 투정처럼 느껴진 게 사실이다. 투표 순서를 기다리면서 오랜 만에 친구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얼마나 좋은가. 내가 투표한 곳이 시골이어서 그런지 꼭 몽골에서 투표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런데 선거 결과를 보고 깜짝 놀랐다. 55%도 안 되는 결과 때문이었다. 40분이나 줄을 서서 하는걸 보면 사람들이 투표를 많이 했을 텐데…. 날이 너무 짧았나. 줄 서다가 못 기다리고 돌아간 사람이 많아 그런가.

한국 사람들은 선거 날에 뭘 했을까? 어디로 갔을까? 아무리 투표소가 멀어도 15분 거리일 텐데 가서 도장 찍고 오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 온갖 생각이 머리에 가득했다. 몽골에는 사람들이 길게는 4시간이나 걸리는 먼 거리의 투표소에 가서 또 한두 시간 줄을 서서 투표를 한다. 그럼에도 투표율이 70%, 80% 이상 나온다. 한국의 투표율을 보고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다.

   
 

나 역시 그랬지만 몽골 사람들은 선거 날을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어린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자라기 때문에 빨리 자라서 선거 날 도장을 찍을 수 있게 주민등록증이 나오길 간절히 기다린다. 그래서 주민등록증이 나오면 가족과 친구들이 축하하는 풍습도 있다.

한국의 선거 투표율을 보면서 한국 사람들은 투표일을 그냥 쉬는 날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심마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