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휩쓸고 지난 자리 각종 쓰레기로 몸살

진해 군항제가 올해 50주년을 맞습니다. 분명히 반세기라는 역사가 짧은 세월은 아닙니다. 내가 처음 해군에 입대하던 시절만 생각해도 세상이 너무 변했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대충 계산해도 45년이 넘은 세월입니다.

그때는 지금 해군기지사령부를 해군통제부라고 했고 그냥 통제부하면 통하던 시절입니다. 군부대를 1년에 한 번씩 군항제 기간만 도보관광을 허락하니 인파가 구름같이 밀려와서 동문 앞에 서 있으면 인파에 밀려서 통제부를 한 바퀴 돌아 나온다고 했습니다.

군 부대도 통제부, 공창, 한국함대사령부가 전부다시피 하던 시절 이야기입니다. 군함도 구축함인 DD-91함 한 척을 가지고 오는 사람마다 자랑하던 시절입니다.

이제는 해군의 군사력도 정말 많이 커지고 함정들도 최신예 함으로 1함대 2함대 하며 함대사령부를 편성하고 제주 해군기지까지 건설하는 문제로 나라가 시끄럽습니다.

내가 해군에서 해방변단 창설 이야기를 들으면서 해군의 역사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내가 해군생활 하던 시절이 역사가 되고 말았습니다.

진해 벚꽃 축제가 절정을 이룬 지난 주말 관광객이 머물렀다 떠난 곳은 온갖 쓰레기로 뒤덮여 있었다. 50주년을 맞은 군항제가 국제적 축제로 발돋움하는 만큼 행사 기획에 있어서 창원시의 좀 더 세밀한 고민이 필요하겠다.

이렇게 세상은 많이 변하고 바뀌어도 봄이면 진해에 벚꽃이 피고 군항제는 계속됩니다. 그리고 올해에는 진해·마산·창원이 통합되면서 통합창원시가 군항제 50주년 행사를 세계적인 축제로 만든다고 합니다. 그래서 기존에 군항제를 주관하던 (사)이충무공호국정신선양회를 팽하고 새로 '군항제축제위원회'도 급조했습니다.

하기야 선양회도 팽당할 일들만 골라서 하는 단체입니다. 그러는 바람에 진해사람들도 선양회를 진해에서 개혁해야 할 민간단체 제1순위로 꼽는 법인입니다. 선양회 이사장을 두 번, 세 번 하려고 로비를 한다는 소문도 들립니다. 선양회 이사를 하려면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매년 막대한 국비와 시비를 지원받으면서 봉이 김선달 같이 길까지 막아서 분양하고 팔아먹는 단체입니다. 그러나 정작 시민들이 모두 참여하고 힘을 합하는 단체가 아니라 이사들 몇 명이 좌지우지하는 이상한 단체인 모양입니다.

올해 군항제는 벚꽃마저 들쑥날쑥 피고 있습니다. 이제야 겨우 시가지와 여좌천에 벚꽃이 만개하면서 지난 주말은 관광객이 절정을 이룬 시기였습니다. 관광객이 진해를 휩쓸고 간 주말인 일요일 아침에 진해는 온통 쓰레기로 몸살 중입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꽃을 보면 모두가 감탄하기 마련입니다. 아마 마음도 몸도 깨끗한 벚꽃만큼 아름다운 심성이 피어나리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러나 일요일 아침 산책길에서 만난 관광객이 머물다간 자리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세상이 변하고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의 공중도덕에 대한 의식이나 자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지경이었습니다.

아니면 창원시가 군항제 50주년을 맞아 군항제를 국제적 축제로 만든다고 중국이나 동남아에서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을 초청해서 진해가 쓰레기로 몸살을 하는지 모른다는 생각도 해 보았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 보아도 그도 아닌 것 같습니다. 아침 산책을 나서다 중앙시장 입구에 한 집단이 열심히 쓰레기를 줍고 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궁금해서 어느 단체에서 이렇게 아침 일찍 거리청소를 하느냐고 물어보니 진해구청 환경미화과 직원들이라고 합니다.

거리를 어지르는 사람들은 수없이 많은데 치우는 사람들은 공무원 담당직원들로 한계가 있습니다. 우선은 관광객 스스로 어지르지 말고 쓰레기 다시 가져가기 캠페인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지역 주민들은 내 집앞 청소하기 캠페인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창원시에서 이런 행사를 군항제 기간만이라도 집중적으로 진행하면서 쓰레기를 잘 치운 지역은 쓰레기봉투로 시상이라도 하는 제도나 행사를 기획했으면 좋겠습니다. 창원시가 축제만 국제적으로 기획하지 말고 이런 문제도 좀 세심하게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과거에 새마을운동을 할 때는 동리 사람들이 합심해서 마을 길도 잘 쓸고 가꾸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이제는 서울에는 눈이 와도 자기 집앞 눈도 치우지 않자 서울시가 조례까지 제정해서 자기 집 앞 눈 치우는 일을 강제했다는 뉴스를 본 기억이 납니다. 진해는 지금 쓰레기 몸살 중입니다.

아름다운 벚꽃을 구경하는 마음으로 자신이 머물렀던 주변도 한 번쯤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세상입니다.

/장복산(진해사랑·http://blog.daum.net/iidel/160785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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