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 속 벚나무와 '사쿠라' 벚꽃은 달라…일본 병사의 정신·역사 대표

벚꽃의 불편한 진실

벚꽃이 피면 온 나라가 벚꽃을 찾아 여행을 떠난다. 한국 사람이 제일 좋아하는 꽃은 장미, 제일 좋아하는 나무는 소나무이지만 꽃과 나무를 통틀어 가장 조직적으로 사랑을 몰아주는 꽃은 벚꽃일 것이다. 기상청과 모든 신문 방송이 벚꽃이 언제 필지 입체적으로 알려준다. 왜 이렇게 국가 기관과 언론에서 벚꽃 사랑을 몰아주는 것일까?

벚꽃에 대한 자료와 역사를 찾아보려 해도 책에는 벚나무에 대한 자세한 해설이 없다. 소나무나 은행나무는 따로 책이 몇 권 있지만 벚나무는 박상진, 이유미, 강판권 교수 책에만 몇 쪽 간단한 해설이 있다. 진정 우리 역사 속에 벚나무는 없는 것일까?

프랑스 기메국립아시아박물관에 소장중인 일본 우타가와 히로시게 1853년 작. 만개한 벚나무들 시리즈 가운데 하나.

우리 역사 속 벚나무

벚나무는 버찌 열매가 달린다고 벚나무라고 부른다. 버찌는 먹을 수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 야생에서 자라는 벚나무는 크게 산벚나무, 올벚나무, 왕벚나무가 있다.

박상진 교수는 합천 해인사에 있는 고려 팔만대장경 60% 이상이 산벚나무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산벚나무는 산에 피는 벚꽃인데 진해 군항제가 끝날 때쯤 온 산마다 하얗게 핀다. 왕벚나무 벚꽃은 꽃이 먼저 피고 뒤에 잎이 나는데 산벚나무는 잎과 꽃이 같이 핀다.

지리산 자락 전남 구례 화엄사에는 350년 묵은 천연기념물 올벚나무가 있다. 벚나무 껍질을 벗겨 활을 감아 손이 아프지 않도록 했다고 한다.

<세종실록>과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벚나무 껍질을 벗겨 활을 만든다는 기록이 있다. 조선 시대 백과사전인 <산림경제>에 비보풍수로 벚나무와 살구나무는 북쪽에 심어야 한다는 기록이 있다. 이런 기록으로는 몰아주는 벚꽃 사랑과 벚꽃 축제는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라고 결론지을 수밖에 없다.

일본전투기에 벚꽃을 흔드는 소녀. /정대수 제공

사쿠라 꽃비를 보며 죽고 싶다

한국 사람은 죽을 때 자는 잠에 죽고 싶어 하고 일본 사람은 보름달 뜨는 봄날 다다미 방에서 떨어지는 벚꽃 꽃비를 보며 죽고 싶다고 한다. 일본 사람에게 벚꽃은 어떤 꽃이기에 식민지 조선이 해방된 지 70년이 다 되어가도 아직도 한국 사람들이 벚나무를 심고 벚꽃 축제를 즐기게 할까?

벚꽃은 필 때도 한번에 피지만 질 때로 꽃비가 되어 한번에 지고 만다. 일본 사무라이의 삶도 벚꽃을 닮았다고 한다.

인생 짧고 굵게 순식간에 피었다가 한 번에 지고 마는 꽃이다. 하와이 진주만을 공격한 자살 특공대 가미카제가 바로 벚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일본 가미카제 전투기에도 벚꽃이 그려져 있고, 군인 계급장도 벚꽃이다. 전쟁 나가는 군인 환송식에도 벚꽃을 꺾어다 흔들어 주었다.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의 마지막 엔딩도 벚꽃이 흩날리고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과 작품에 사무라이의 마지막은 늘 벚꽃과 함께 마감한다.

사쿠라 지다. 젊음도 지다

해방 이후 하나둘씩 정리되던 사쿠라가 '원산지는 한국 제주도'라는 말이 나오면서부터 다시 가로수로 심고 축제를 한다. 우리나라 나라꽃 무궁화는 원산지가 한국이 아니다.

벚나무라는 식물 유전자 DNA는 한국 제주도일지라도 사쿠라 DNA는 뼛속까지 일본의 문화와 정신을 대표하는 꽃이다. 일본에서 국화는 일본 천황을 상징하는 꽃이고 일본 여권의 표지 꽃이다. 아침 해는 일본이라는 국가를 상징하고 사쿠라는 병사를 상징한다.

병사가 전쟁터에서 사쿠라 꽃처럼 지는 것을 산화(散華)한다고 하는데 천황을 위해 사쿠라 꽃잎처럼 지라는 뜻이다. 꽃잎 한 장 한 장이 모여 수십만 꽃잎이 한그루의 벚나무가 되듯이 벚나무는 일본의 문화와 역사를 뼛속까지 닮고 있는 나무인 것이다.

그래도 예쁜 꽃을 우짜라꼬

"꽃은 꽃일 뿐 오해하지 말자!" "예쁜 꽃을 보고 감동받는 것을 우짜라꼬"라고 이야기하는 분은 일본이 조선 땅에 벚꽃을 심은 의도 그대로 잘 길들여진 것이다. 길거리 가로수마다 벚나무처럼 수십 년간 공들여 키워보면 벚꽃보다 예쁘고 멋진 가로수가 더 많다.

접시꽃 당신은 중국에서 왔고, 울 밑에선 봉숭아는 동남아에서 왔고, 아빠하고 나하고 만든 꽃밭에 채송화는 남미에서 왔고, 나팔꽃과 맨드라미는 인도에서 왔다. 여러 나라에서 왔지만 모두가 우리 꽃이라고 다문화 광고를 하고 있다.

그러나 꽃이 있어야 할 자리는 제 자리가 있다. 교회와 성당엔 백합과 장미가 있어야 하고 절에는 부처님이 연꽃 위에 앉아 계셔야 한다. 일본 왕실과 야스쿠니 신사에는 국화가 있어야 하고 벚꽃은 일본 사무라이와 게이샤와 일본 백성과 함께 있어야 한다.

아직도 우리는 국민학교에 다니는 황국신민인가? 여전히 우리는 서정주의 국화와 진해 벚꽃이 대접받는 나라에 살고 있다.

/정대수(우산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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