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정론직필 요구 언론노조 파업…언론, 권력 편에서 제구실 못한다는 얘기

인도의 야무나공원에 있는 마하트마 간디의 추모공원에는 그가 살아생전에 말했던 '원칙 없는 정치, 노동 없는 부, 양심 없는 쾌락, 인격 없는 교육, 도덕 없는 상인, 인간성 없는 과학, 헌신 없는 종교' 등 '일곱 가지 사회악'이라는 글귀가 새겨져 있다. 간디가 바라던 세상, 모든 영역에서 원칙이 바로 서야겠지만 바른 사회로 가는 첫걸음은 바른 정치에서부터 비롯된다는 것이 간디의 정치철학이었다.

건강한 사회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사회적 쟁점이 일상화되는 사회에서 견제와 비판의 기능을 해야 할 언론이 편파보도를 하거나 침묵한다면 어떤 세상이 될까? 갈등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집행기구와 견제기구를 같은 정당이 차지하는 코미디 같은 정치 현실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언론조차 권력의 목소리를 내면 세상은 어떤 꼴이 될까? 비전상실 증후군 혹은 개구리 효과라는 말이 있다.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넣으면 바로 뛰쳐나오지만, 찬물에 넣고 서서히 데우면 위험이나 경고를 감지하지 못해 서서히 죽어간다는 말이다. 언론이 비판과 감시의 기능을 포기하고 권력의 소리를 대변한다면 유권자들의 판단이 흐려져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정치권력은 선거에 의하여 창출되며 선거의 승부(勝負)는 여론의 향배로 좌우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여론의 향배를 좌우할 언론이 선거를 앞두고 해야 할 일은 편파보도나 왜곡보도가 아니라 유권자들에게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해 바른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비판, 감시를 해야 할 언론이 제 구실을 못하고 권력의 목소리를 낼 수 없다며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고 있다. 그것도 언론사 한두 곳이 아니라 KBS와 MBC, YTN, 연합뉴스의 노조가 거의 동시에 파업을 하고 있다. 성격이 다르기는 하지만 국민일보와 부산일보까지 파업을 하는 등 신문과 방송사, 통신사까지 동참하는 언론사상 초유의 이변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원칙과 철학이 없으면 정치가 타락하고 이어 부패한 정치인이 나타난다고 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대통령이 낙하산 인사로 언론사의 책임자를 자신과 코드와 맞는 인사로 앉히고 권력의 목소리를 대변케 하고 있어 언론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언론사가 파업하는 이유가 그렇다. 한겨레신문 초대사장을 지낸 송건호 선생은 언론의 곡필을 찬핵(鑽核)에 비교했다. 찬핵이란 송곳으로 열매의 씨(劾·仁)를 뚫어서 죽이는 것을 말한다. 찬핵은 국민의 얼을 죽이고 비판의식을 훼손시키며, 사회정의를 말살하는 행위다. 진실·선·정의의 가치를 죽이고 그 자리에 거짓·위선·불의·악을 대신하게 하는 중대한 범죄행위다.

노동조합이 파업을 하는 이유는 조합원들의 임금인상이나 근로조건 개선이 아니다. 선거 국면에서 언론이 자신이 해야 할 의무와 역할을 제대로 못해 시청자들에게 객관적이고 공정한 정보를 전하겠다는 것을 사측이 막고 있는 것이다. 겉으로는 '공정방송과 정론직필'을 말하면서 시청자나 독자들에게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라 왜곡된 정보, 가식된 보도로 언론 소비자들을 기만해 왔다는 얘기다.

   
 

총선이 내일로 다가왔다. 선거를 앞두고 기사와 사설, 칼럼을 통해 조중동을 비롯한 종편과 언론사들이 해묵은 색깔논쟁까지 쏟아내고 있다. 간디의 말을 빌리면 정치를 바르게 견제하고 비판해야 할 언론이 권력의 편에서 제구실을 못해 방향감각을 잃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총선에서는 유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정정당당하게 행사해 양심적인 사람들이 만들어 가는 상식이 통하는 세상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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