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파워] 전형두 경남FC 대표이사

경남FC 전형두(58) 대표이사는 지역에서 축구 대통령으로 통한다.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축구인 출신의 행정가로서 경남축구협회와 프로팀인 경남FC 대표이사까지 맡고 있기에 주위에서는 그를 ‘경남 축구대통령’으로 칭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가 있는 해가 되면 그를 찾는 이가 2배 가까이 늘어난다는 말이 거짓말이 아니듯,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대한민국에서 축구로 밥 먹는 사람 가운데 전형두 대표에게 밥을 얻어먹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축구인 챙기기에도 둘째가라면 서러운 뼛속까지 ‘족(足)쟁이’다.

그런 그가 지난달 작은 사고(?)를 쳤다. 도민구단의 수장으로서 K리그의 ‘14+2(1부 리그 14개 팀·2개 팀 강등)’안에 반대해 프로축구연맹 이사직을 사퇴했다. 승강제 시행이라는 큰 틀에 그의 작은 반란은 수많은 기사 속에 묻히고 말았지만, 그의 행동은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기업구단에 비해 열악한 도민구단의 수장으로서 ‘12+4’보다는 ‘14+2’ 안이 더 안정적임에도 그는 이사직을 사퇴하는 것으로 그의 입장을 대변했다. 과연, 왜 그랬을까?

한국 축구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 매서운 칼바람이 불어 닥친 2월의 한 날 경남FC 대표실에서 그를 만났다. 

‘14+2’ 승강제 안은 담합의 카르텔 결과

전형두 경남FC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도대체 왜 프로축구연맹 이사직을 그만두신 겁니까?”

앉자마자 단순무식하게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전 대표이사는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를 지으며 기다렸다는 듯 준비된 답안을 술술 풀어냈다.

“올해 프로축구는 몇 년 만에 돌아오는 기회를 놓쳤다. 야구를 한번 봐라, 올해 박찬호, 이승엽, 김태균 등이 돌아와 700만 관중 시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지역에서도 NC 다이노스가 출범해 어느 해보다 야구에 대한 인기가 높을 것이다. 축구도 올해 국민적인 사랑을 받을 호기였다. 런던 올림픽이 치러지고, 월드컵 최종 예선도 열리는 중요한 해다.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승강제를 도입했으면 프로축구도 야구와 한 번 맞붙어볼 만했을 것이다. 근데, 이런 기회를 스스로 차 버렸다.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프로구단이 나서 스스로 기회를 반납한 셈이다. ‘14+2’ 안은 말도 되지 않는 어불성설이다.”

그래도 도민구단의 대표이사로서 그나마 안전한 ‘14+2’ 안의 통과가 유력했으니,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쉬운 길을 갈 수도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어 다시 물었다.

“연맹에서 의결한 승강제 결과를 한 번 보자. 팬들은 안중에 없다. 구단만의 리그가 됐다. 논란은 있었지만, (나는) ‘12+4’ 안으로 가는 줄 알았다. 근데, ‘팀을 해체할 수 있으니’ 하는 강경적 발언이 나오고, ‘동종업계끼리 그럴 수 있느냐?’ 하는 말까지 나오면서 사퇴 결심을 했다. 거대한 ‘담합의 카르텔’ 속에 승강제는 꽃도 피워보기 전에 시들어버렸다. 승강제가 사실상 좌초한 데에는 프로연맹 집행부, 기업구단, 시․도민구단이 모두 공범인 셈이다.”

전형두 경남FC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이처럼, 전 대표이사가 제대로 된 승강제 시행을 누구보다 원했던 이유는 바로 경남FC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서였다. 지난 2006년 창단한 경남도민프로축구단(경남FC)이 전형두 대표의 작품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산고의 고통 끝에 낳은 옥동자’로 불릴 정도로 경남FC 창단은 그의 인생을 건 기나긴 모험이었지만, 현실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이미 프리미어리그와 대표팀 경기에 매료된 팬들은 전용구장도 아닌 종합운동장에서 축구를 보는 것을 주저했다. 만들기만 하면 흥행은 절로 될 것이라는 그의 생각은 완전 오판이었다. 지역의 기업체들도 스폰서로 나서길 꺼렸다.

다행히 STX그룹이 메인스폰서가 돼 구단의 명맥은 유지해오고 있지만, 그가 생각한 것과 달리 현실은 암담했다. 그래서 그는 2년 전부터 창원축구센터로 홈 구장을 옮기고, 지역을 순회해가며 경기를 개최하는 등 백방으로 경남FC 살리기에 온 열정을 쏟고 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가 수준 높은 경기력으로 인기를 끄는 게 사실이지만, 승강제를 통해 어느 팀이 강등되느냐 하는 것도 팬들의 관심 한 부분”이라며 “올해 제대로 된 오르고 내림 제가 시행됐다면 경남CF도 어느 때보다 지역민에게 가깝게 다가설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전 대표이사는 “경남에도 NC 다이노스라는 프로야구단이 생겼다. 올해는 비록 1군이 아닌 퓨처스리그(2군)에서 뛰지만 프로야구단은 경남FC에 늦출 수 없는 긴장감을 심어주고 있다”면서 “이런저런 주위 상황을 고려했을 때도 ‘12+4’의 승강제가 통과되지 못한 것은 두고두고 아쉬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대한축구협회는 ‘개혁’ 아닌 ‘혁명’ 필요한 조직

전형두 대표이사는 대한축구협회 이사와 감사를 6년간 했을 정도로 대한축구협회 행정에도 사정이 밝은 인물이다. 그런 그는 최근 벌어진 대한축구협회의 불미스러운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친(親) 정몽준, 친(親) 조중연, 친(親) 대한축구협회 인물인 전 대표가 과연 어떤 견해를 내비칠까 싶어 조심스럽게 던진 질문이었지만, 그의 입에서는 ‘개혁이 필요하다’는 말이 선뜻 나왔다.

전 대표는 “내가 대한축구협회 이사와 감사를 지내면서 가장 강조했던 부분이 축구권력의 지역 이양이었다”면서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과 축구 관련 기획정책 등의 업무만 맡고 나머지는 지역 축구협회에 권한을 넘겨주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한축구협회에 가면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 지역 축구협회에 자율성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위에서 군림하는 권력의 시대는 끝났다. 지역 축구협회가 없으면 대한축구협회 역시 없을 것 아니냐는 점을 매번 이야기하지만 피드백이 없는 것 같다”고도 아쉬워했다.

“경남은 대한축구협회로부터 가장 많은 도움을 받은 광역 자치단체다. 부산 기장군, 대구 동구, 경북 경주시와 창원시가 영남권축구센터 유치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펼칠 때도 대한축구협회에서 직접적으로는 아니지만 많은 도움을 줬다. 프로축구단이 만들어지고 각종 대회가 창원에 올 수 있도록 힘을 써 준 곳 역시 대한축구협회라는 조직이다.

전형두 경남FC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하지만, 최근 일련의 사태를 보면 대한축구협회는 ‘개혁’이 아니라 ‘혁명’이 필요한 조직이 돼버렸다. 이제 더는 대한축구협회는 축구인만의 조직이 아니다. 축구인만을 위한다면 대한축구협회는 존재가치가 없다. 다만, 내년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조중연 회장이 이번 일로 사퇴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고 본다. 선출직 회장인 만큼 이번 사태를 슬기롭게 해결하리라고 믿는다.”

어수선하고 민감한 시기라 다소 이번 인터뷰 내용이 껄끄러울 수도 있었지만, 그는 대한축구협회에 애정이 있기에 쓴 소리도 할 수 있다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바로 지난해 연말 경질된 조광래 감독 이야기다. 조광래 감독은 전임 경남FC 감독으로서 전 회장과도 꽤 친분이 있다. 그는 조 감독의 경질 파문에 대해 ‘분명한 절차상의 미스를 범했다’고 강조했다.

“대한축구협회에서 대표팀 감독을 바꿔야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면 지난해 8월 한일전에서 0-3으로 패했을 때가 적기였다. 당시 삿포로돔에서 0-3으로 패하고 언론에서 얼마나 떠들었느냐. 1974년 1-4 대패 이후 37년 만에 3점 차 패배라고 ‘삿포로 치욕’이라는 제목까지 신문에 나왔었다. 만약 바꾸려고 했으면 그때 바꿨어야 했다. 근데, 중동 2연전에서 잘하진 못했지만 조 1위를 달리는 감독을 바꾸는 것은 분명히 미스였다. 협회에서는 긴급을 요해 절차를 생략했다고 하지만 분명히 절차는 지켜져야 한다.”

대한축구협회 내부 비리로 축구계가 몸살인 가운데 전형두 대표는 이번 사태가 내년 1월에 있을 축구협회장 선거에 어떤 형태로든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거의 구도는 이미 정해졌다. 현 집행부 대 야권의 맞대결이다. 현 집행부 대표는 정몽준 명예회장 쪽에 서 있는 조중연 회장이 가장 유력하다. 하지만, 대한축구협회 비리와 대표팀 감독 교체 등 상대에 공격을 허용할 부분이 많아 재선을 점치기에는 아직 조심스럽다. 야권에서는 허승표(65. 피플웍스 회장)이 가장 눈에 띈다. 허 회장은 수년 전까지 축구협회와 대립각을 세워온 축구계 야당 인사들의 구심점 한국축구연구소를 만든 인물이다. 축구인 출신 기업가인 허 회장은 3년 전 조중연 현 회장과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서 맞대결해 8표 차로 진 바 있다.

이번 선거에 대해 그는 “새로운 출발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라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조중연 회장이 아닌 새로운 인물을 지칭하는 것인지, 축구권력의 정권교체를 뜻하는 건지 알 듯 모를 듯한 미소만 흘렸다.

김두관 도지사(구단주)와 전형두 대표이사./김구연 기자

혹시 대한축구협회 회장 선거에 나설 의향은 없을까?

그의 대답은 “대한축구협회장 선거에는 절대 안 나간다. 다만, FIFA 회장 제의가 들어오면 한 번 생각해보겠다.”

과연 전형두 대표다운 답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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