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흐름은 이미 대안에너지로…정부에 왜 핵을 고집하는지 물어야

밀양에서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송전탑 반대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최근 들어 76만 5000볼트 고압 송전탑 건설을 막으려던 이치우 어르신이 분신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아주 한심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르신이 돌아가신 건 안 됐지만, 전기 안 쓰고 살 수 있나?' 그러나 질문이 잘못 되었다. 고압 송전탑 반대와 전기를 안 쓰는 문제는 다르다.

주민들이 765kV 고압 송전탑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전자파의 위험 때문이다. 고압 송전탑의 전자파 위험은 충남 청양군 화성 지역에서 현실로 드러났다. 이곳은 76만 5000볼트가 아닌 34만 5000볼트가 지나가는 곳인데도 마을 어른들이 몇 년 사이 암으로 죽어가고, 경기도 양주시 장흥 지역의 경우도 변전소와 송전탑으로 인해 주민들이 암으로 죽어가고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이런 곳에서 잠자고 밥 먹고 농사지으며 살아야 한다. 당신이라면 이런 곳에서 살 수 있겠는가? 전자레인지에서 3분 동안 발생하는 전자파도 무서워하는 현실인데, 이런 곳에서 하루 24시간 × 365일 × 10년, 20년, 30년 동안 살 수 있겠는가?

765kV 고압 송전탑 문제는 생존권 문제이다. 혹 이런 곳에서 살겠다는 분이 있다면, 집이며 땅은 얼마든지 구해 줄 수 있다. 좀 무심한 사람들은 또 이렇게 말한다. '보상 받아서 다른 곳에 이주해 살면 되질 않나?' 그럴 듯한 말이다. 그런데도 주민들은 보상을 해 달라고 하질 않고 '그냥 이대로 살게 해 달라!'고 외친다. 30년 동안 공들여 일군 밤나무밭에 송전선이 지나가게 되어 밤농사를 못 짓게 된 어른의 경우 보상금이 154만 원이라고 한다. 시가 1억 5000만 원의 땅을 못 쓰게 되었는데 154만 원 보상을 해 주겠다면 받아들이겠는가? 퇴직금에 전 재산을 털어 터전을 잡은 집과 땅, 시가 3억을 넘는 땅을 700만 원 보상을 해 주겠다면 당신은 받아들이겠는가? 서울 강남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벌써 나라가 발칵 뒤집어졌을 것이다. 그러면 농민들한테는 이래도 괜찮은 것인가?

1일 밀양시 밀양관아 앞에서 765kV 송전탑 반대·고 이치우 열사 분신 대책위원회가 출범식을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국회의원과 주민이 출범식을 마친 후 정부와 한전, 엄용수 시장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며 밀양관아를 출발해 시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박일호 기자

한전에서는 아무런 대책이 없다. 보상이란 것도 법이 그러니 어쩔 수 없다고 한다. 공사를 막는 주민들에게 공사를 방해했으니 손해 배상 소송을 하겠다고 나오고, 노인들은 고소 고발로 경찰서에 불려가 조사를 받아왔다.

'이런 문제가 왜 생겨났나?' 이제 제대로 질문을 했다. 밀양에만 69개의 철탑이 들어서게 되는 765kV 송전선로 공사는 핵발전에 바탕을 두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핵발전소는 21기가 가동 중이다. 세계 5위다. 거기다 5기가 건설 중에 있고, 6기를 더 세울 계획이다. 그 중 고리에 1~4호기, 신고리 1호기가 가동 중이고, 신고리 2, 3, 4호기가 건설 중에 있고 5, 6호기는 계획 중이다. 이 지역에 핵발전소가 집중되면서 적어도 5, 6호기가 들어서면 새로운 송전선로가 필요해진다. 앞으로 건설 계획인 신고리 5, 6호기 핵발전소 때문에 이 문제가 불거졌다. 거꾸로 말하면 신고리 5, 6호기를 건설하지 않으면 765kV 송전선로에 따른 고압 송전탑 문제는 해결된다는 뜻이다.

처음에 한전은 이 선로를 통해 수도권까지 전기가 공급될 것이라고 했다가 요즘 들어서는 영남권에 공급할 것이라고 수정했다. 그동안 주민들은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최근 꿈의 전선으로 미국에까지 수출 공급되고 있는 초전도 케이블을 설치하라. 신고리 5, 6호기 계획을 폐기하라. 꼭 필요하다면 전기가 필요한 지역에 발전소를 건설하라. 그래야 장거리 송전도 필요 없고, 발전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 아닌가? 또, 영남권에만 공급할 것이라면 구태여 새로운 선로를 건설할 필요가 없다. 기존 선로를 보완하면 되니까. 한전은 그 어느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3월 일본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를 기억할 것이다. 최근 소식에 따르면 사고가 난 후쿠시마 원전 1~3호기에서 나오는 세슘 등 방사성 물질 방출량이 최근 들어 증가했다고 한다. 사고의 여파는 지금 여기서 그치는 게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이어질 것이다. 1986년 4월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는 유럽 전체에 직접적인 피해를 미쳤다. 그런데 핵발전소 사고는 사후 대책이 없다. 그냥 피해만 남는다. 전문가들은 체르노빌은 지금도 진행 중이라고 표현한다. 2022년까지 17기의 핵발전소를 모두 폐기하기로 한 독일은 올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20%에 이르러 핵발전을 웃돌 것이라고 한다. 먼 미래를 내다봤을 때, 독일이 앞서가는 나라라는 건 세 살 아이도 알 수 있다.

송전탑을 반대하며 싸우는 70~80 먹은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전기를 거의 안 쓴다.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것도 아니고, 욕실에서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지도 않고, 온풍기나 에어컨을 틀어대지도 않는다. 매일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는 것도 아니고, 비데를 사용하지도 않고, 김치냉장고를 24시간 돌리지도 않는다. 이렇게 전기를 쓰는 이들은 주로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다. 이곳 어른들은 겨우 쓴다고 해봐야 전기장판 정도이다. 그런데 전자파 피해와 생존권의 위협을 온통 이들만이 감수해야 된다면 크게 잘못된 것이 아닌가?

   
 

'전기 안 쓰고 살 수 있나?'라는 질문은 바뀌어야 한다. '왜 위험한 핵발전이어야 하나?' 지금 정부는 핵발전을 맹신하고 있다. 대통령이 국제 회의장에서 '원자력 이용은 불가피하며,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원자력을 포기할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참고로 인터넷 뉴스 검색에서 고리 원전 1호기를 찾아보라. 최근까지 사고로 얼룩져 있다. 지금 세계의 흐름은 핵발전을 줄이고 대안에너지로 가고 있다. 이 정도는 상식이다. 송전탑을 반대하는 어르신들의 생각이 이 정도는 된다.

핵발전의 문제는 우리나라의 현재와 미래에 직결된다. 핵발전 맹신에서 벗어나도록 우리가 소리쳐야 한다. 제 몸을 불사르며 외친 이치우 어르신의 뜨거운 마음에 닿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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