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정법 어기고 '석궁테러' 판결 전 논의과정 공개

창원지법 이정렬(43) 부장판사가 지난 25일 법원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올린 글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영화 <부러진 화살>에 나오는 '석궁테러' 사건의 원인이 된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의 복직 소송 항소심 주심인 이 판사는 최근 영화 흥행과 함께 당시 민사 재판 결과에 대해서도 비판이 쏟아지자 "김 전 교수 승소로 합의했었다"며 당시 합의 과정을 공개했다.

이 판사는 26일 기자와 통화에서 "설 연휴 지나고 출근해 보니 몇몇 법원 직원으로부터 '누구 지시를 받아 짜맞추기식 엉터리 판결을 했냐'는 식의 메일을 받고 분통이 터졌다"라며 "법원 내부에서조차 판결문도 안 읽어보고 내가 민사사건에 관여했는지 형사사건에 관여했는지 모르고 시중에 떠도는 얘기들을 해 상처를 입었다"고 글을 올린 배경을 설명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한 장면./오마이뉴스

이 판사가 맡은 교수지위확인소송은 민사사건이고, 석궁테러사건은 형사사건이다. 이 판사는 "당시 재판장이던 박홍우 원장(현 의정부지법원장)이 자해를 하고, 증거를 조작했다는 김 전 교수 쪽 주장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게 글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실정법을 어기고 "당시 판사 3명이 만장일치로 김 전 교수 승소 의견이었다"며 재판부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현행 법원조직법 65조는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아니한다'고 돼 있다

이 판사는 "판결문 초고를 작성하다 예상치 않았던 큰 문제를 발견했다"며 "변론 재개는 김 전 교수를 위한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 전 교수의 청구 취지가 '1996년 3월 1일자 재임용거부 결정이 무효임을 확인한다'는 것인데 법정공휴일인 3월 1일에 재임용거부 처분이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실제 결정이 있었던 때를 확인하려면 추가변론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변론재개 후 결론이 뒤집히게 된 이유에 대해선 "김 전 교수에게 다시 한 번 상처를 주는 일"이라며 밝히지 않았다.

이 판사는 "김 전 교수의 승소를 생각했던 박 원장이 무슨 이유로, 어떤 이득을 얻으려고 자해를 하고 증거를 조작하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법원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 그 영화를 꼭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영화는 영화일뿐 영화적 사실과 실제 사실을 혼동하지는 말아달라"고 했다.

이 판사는 "예상한 대로 이번에도 내부에 올린 글이 외부에 유출돼 글을 지웠다"면서 "이미 밝힌 대로 합의내용 공개로 말미암아 불이익이 가해진다면 달게 받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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