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미FTA를 잘 모릅니다. 나만 잘 모르는 게 아니라 주변의 많은 지인도 사실 한미FTA에 대해 잘 모릅디다. 그러니 언론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잘 모른다고 해서 국회에서 비준하도록 그대로 둔다면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내 친척 중에는 농사를 짓는 사람도 있고 소규모로 자영업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대부분 그냥 서민입니다. 시쳇말로 그날 벌어서 그날 사는 사람들이지만 잘사는 남을 부러워하지도 않고 더 잘 살아보려고 악을 쓰고 덤비며 살지도 않습니다. 적은 수입으로도 온 가족이 서로 아끼며 사랑하고 만족하면서 살고 있지요. 지금 이 상태가 더 악화하지만 않는다면 별 탈 없이 살아갈 사람들입니다.

힘없는 자 살아남으려면 한미FTA 막아야
민중무역 같은 대안 찾는게 국민 살리는 길

낼모레 24일이면 국회에서 한미FTA 비준을 강행할 것이라는 예측기사가 보이네요. 야당 쪽의 반발로 국회가 연말 진흙탕 싸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요. 이러한 국회와 정치권의 모습을 '또 저 짓이야'하는 눈으로 보아선 안 될 것 같습니다.

한미FTA를 찬성하는 쪽의 사람들은 그 나름대로 이유가 있을 테고 반대하는 쪽에도 나름 근거가 있을 테니까요. 대충 쌍방의 논리를 살펴보았습니다. 찬성하는 쪽은 우리나라가 무역에 의지해 사는 국가라서 한미FTA가 되면 수출에 파란불이 켜져 무역수지가 좋아질 거랍니다. 비싼 수입품을 값싸게 소비할 수도 있고요. 또 대한민국이 동북아의 허브로 발전할 수 있는 발판이 된다고 합니다. 좋은 말 같은데… 잘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반대하는 쪽은 서비스업이나 농업 등 우리가 취약한 부문에선 생업을 놓아야 할 정도로 타격을 받을 것이랍니다. 이러한 산업 분야는 대량으로 실업이 발생하고 결국 산업 자체가 미국에 예속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또 싸게 들어왔던 수입품의 가격은 다시 올라가 생활이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는 주장입니다. 대충 봐도 알겠네요.

한미FTA가 누구에게 좋고 누구에게 좋지 않은 것인지. 농사짓고 장사나 하는 내 친척들은 좋을 게 하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자칫 농약병 들고 어찌할까 걱정마저 듭니다. 아, 한미FTA를 해서 이득을 보는 집단이 이로 말미암아 손해를 보는 사람들에게 모든 이익을 나눠준다면 어떨까…. 그래도 그건 아니네요. 만약에 그래서 농업이, 축산업이 망했다 치면 논밭도 없고 소 돼지도 없는 그런 나라가 될 거 아니겠어요.

남미 쪽 여러 나라가 미국의 FTA, 즉 자유무역에 대항해 '민중무역'이란 걸 한답니다. 예를 들어 베네수엘라는 남는 석유자원을 쿠바에 주고 쿠바는 또 풍부한 의료자원과 교육자원을 주는 식이죠. 즉 상호 호혜적인 교환무역을 하는 겁니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이루어지는 FTA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형태의 무역입니다. 쉽게 풀이하자면 FTA는 자국의 강한 산업을 상대국에 관세 없이 들이대 무한 경쟁을 벌이는, 그래서 죽이거나 죽는 처절한 무역전쟁이고 민중무역은 취약한 상대국의 산업을 오히려 살리는 게 목적이라는 겁니다.

볼리비아 정부가 FTA 대안으로 민중무역협정을 제안하면서 전면적인 자유화와 국가의 무기력화가 아니라 모든 민중의 이익 창조에 목적을 두었던 것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무역이든 전쟁이든 힘센 놈이 이기는 것이 당연지사입니다.

그게 당연하다고 수용하기 시작하면 힘없는 사람, 또는 국가는 사라져줘야 합니다. 아니 처참하게 파멸될 수밖에 없겠지요. 당장, 내가 그리고 우리 힘없는 사람들도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한미FTA를 결단코 막아야 합니다. 대신 '민중무역'과 같은 대안을 찾아보는 것이 국민을 살리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한미FTA를 싫어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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