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진단 한미FTA]우리 기업 ISD 제기 사례 없고, 사법부 판단 뒤집힐 수도

한미FTA 비준을 놓고 국회에서 여야가 ISD조항 놓고 극한대립 중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한미FTA에서 ISD조항이 뭐길래 이렇게 나라가 두 동강 나듯 여야가 대치하고 있을까.

ISD(Investor-State Dispute Settlement)는 외국투자자와 국가 간 분쟁해결 절차를 말하는데, 특정 자본이 외국에 투자했을 때 해당 국가의 불합리한 규제로 손해를 보게 되었을 때 제3의 국제 중재부에 해당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다.

   
 

◇야권이 주장하는 ISD = 호주는 개도국과의 FTA에서는 ISD 조항을 넣었으면서 미국과의 FTA에서는 ISD조항을 제외했다. 문제점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ISD는 한국과 미국의 투자관계가 상호 대등하지 않은 현실에서 양쪽 모두에게 평등한 제도가 되기 어렵다. 우리에게 불리하다는 것이다. 1995년부터 2006년까지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에 13건이 피소돼 3건만 승소하고 5건은 패소, 5건은 합의했다. 반면 미국은 1995년부터 2005년까지 18건이 피소돼 이 중 15건을 승소했다. 그리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투자자 제소 사건 44건 중 멕시코 기업이 미국을 상대로 소송한 사건은 단 한 건도 없다. 우리 정부가 ISD에 대해, 우리 기업의 외국 투자 보호를 위해 필요한 제도라고 설명하지만 지금까지 우리 기업이 국가 간 투자협정(BIT)을 체결한 국가에 투자했다가 ISD를 제기한 사례가 하나도 없다.

지난 19일 저녁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한미FTA 저지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며 한미FTA 법안 처리 반대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ISD조항은 사법주권 침해 우려도 심각하다. 현재 정부는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도 뒤집힐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런 사례가 많지 않다는 이유로 넘어가려 하고 있다. 2003년 멕시코 정부가 스페인 국적 텍메드사의 유해폐기물 매립장 가동 갱신을 거부한 데 대해 국제중재부는 "멕시코 국내법 기준으로 적법하고 정당한 것이라 하더라도 이는 중재부의 주된 고려사항이 아니다"라며 "멕시코 정부의 간접수용에 의해 투자자에게 손해가 발생되었기 때문에 보상금 550만 달러를 지급해야 한다"라고 결정했다.

중재재판부는 양국이 지정하는 대리인 각 1인과 양국이 합의해 지정한 1인 등 3인으로 구성되는데 양국이 합의해 지정할 1인을 찾지 못하면 워싱턴에 있는 세계은행 산하의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 사무총장이 사실상 재판부의 의장을 맡게 된다. 세계은행이 미국의 강력한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는 '간접수용'의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낙관하고 있지만 미국 투자자의 자산가치를 훼손할 만한 일체의 정부 조치들이 모두 '간접수용'으로 해석되어 제소 대상이 될 수 있다.

21일 서울 중구 파이낸스빌딩 앞에서 열린 '한미FTA 비준 촉구 결의 및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 1년, 기자회견'에서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이 한미FTA 비준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공중보건·안전·환경 등 공공복지 조치 간접수용 아니다"

◇정부와 여당이 주장하는 ISD = 국제 투자 분쟁 시 중립적인 제3의 국제 중재절차를 이용하도록 한 ISD제도는 전 세계 2500여 개 국가 간 투자협정(BIT)에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이런 분쟁해결방식을 사법주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조약당사국이 분쟁당사자일 경우 제3자의 판정을 통해 중립적 합리적 해결을 도모하자는 취지를 도외시한 과장된 주장이다.

ISD제도는 우리 기업의 외국 투자를 보호하려는 조치이기도 하다. 특히 현대자동차가 미국 앨라배마에 자동차 공장을 건설하는 등 우리 기업의 대미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2006년 이후 우리나라의 대미 투자액이 미국의 우리나라 투자액보다 많다. 앞으로 중국 등 신흥 개도국과의 FTA 추진 필요성을 고려하면 우리의 투자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야권에서 '간접수용'에 대해 우려를 제기한다. 간접수용은 재산몰수(직접수용)처럼 재산권의 법적 권리가 정부로 이전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의 조치로 말미암아 더는 영업 활동을 할 수 없게 되어 사실상 재산권이 박탈되는 경우를 뜻한다. 한미FTA협정문 부속서 11-나 '수용'에는 "공중보건, 안전, 환경 및 부동산 가격안정화와 같은 정당한 공공복지를 위한 조치는 원칙적으로 간접수용이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어 우리나라 공공정책 무력화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국제법정이라고 해서 무조건 미국이나 초국적 자본에 유리하지는 않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발효 이후 미국기업은 2010년 10월까지 ISD를 통해 캐나다 정부를 상대로 27건, 멕시코 정부를 상대로 18건을 제소했다. 이중 현재까지 각각 12건, 10건에 대해 최종 결론이 났다. 미국기업은 캐나다 정부대상 제소에서 3건 합의, 4건 패소, 3건 제소 철회를 기록했다. 멕시코 정부 대상 제소에서는 5건 승소, 5건 패소를 기록했다.

미국은 현재 호주, 바레인, 캐나다. 칠레, 코스타리카 등 17개국과 FTA를 체결해 발효 중이며 이들 FTA 대부분에 ISD 조항이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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