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취임 후 한미FTA의 문제점을 여러차례 지적한 데 이어 김두관 도지사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해 눈길을 끌고 있다. 14일 김 지사는 파워블로거 합동간담회에서 국회 비준과 관련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른 투자자-국가소송제 등 한미FTA의 독소조항을 지적하며 재협상을 주장했다.

혹자는 중립적이어야 할 자치단체장이 중앙 정치에 관여한다고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박 시장의 발언대로 한미FTA는 비록 국가 간 협상이지만 그 영향은 지역민의 삶 전체에 드리우는 것이다. 지역민의 어려움을 살펴야 할 단체장으로서 한미FTA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건 당연하다는 것이 박 시장과 김 지사의 판단이다. 특히 김 지사의 경우 민주도정협의회에서 나온 주장을 반영한 것이므로 그만의 돌출적인 발언이라고 볼 수도 없다.

한미FTA의 후폭풍이 지역민이나 지역경제에 덮칠 타격을 고려하면, 가장 큰 피해자는 영세 상인과 농민이 될 수밖에 없다. 이는 국회 비준에 필사적인 정부조차 부인하지 않는다. 지금도 야금야금 대기업 슈퍼에 잠식당하는 동네 상권은, 국내 기업보다 월등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다국적 기업이 밀려들면 그 폐해를 가늠하기 힘들 것이다. 어렵사리 마련했지만 현재도 약발이 먹히지 않는 농축산물 피해보전 직불제도나 기업형슈퍼마켓(SSM) 규제는 휴지조각이 될 수 있다.

미국 기업이 한국에서의 영리 활동에 제약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그 법이 정당한지를 떠나 한국 정부를 상대로 제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국가소송제 폐해가 그것이다. 주권국가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정당한 활동이 일개 외국 기업의 횡포 앞에 얼마든지 무너질 수 있도록 만든 것을 독소조항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지당하다. 이명박 대통령이 국회 비준 후 투자자-국가소송제를 재협상하겠다고 한 것 때문에 한미FTA의 독소조항이 그 하나뿐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지만, 역진 방지 조항, 최혜국 특혜 조항 등 한국의 주권을 갖다 바칠 조항이 수두룩하다.

경남도가 할 일은 한미FTA가 지역 경제와 지역민에게 미칠 타격을 면밀히 검토하여 협상 파기의 동력을 이끌어내는 일이다. 경남도와 서울시를 포함하여 한미FTA 비준 반대를 주장하는 단체장끼리 공동 대응도 모색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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