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채널 여론 다양성·공정성 파괴 불보듯...정부·여당, 재집권위한 언론환경조성

'사람을 때렸지만 폭행은 아니다.' '당선은 됐지만 대통령은 아니다.' 헌법재판소의 종편 사랑 궤변이다. 2009년 7월 22일, 한나라당이 신문과 방송 겸영을 허용한 미디어관련법을 날치기로 통과시키고 헌법재판소는 "절차는 위법했으나 통과된 법은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이러한 절차(?)를 거쳐 조선(CSTV)·중앙(jTBC)·동아(채널A)일보와 매일경제(MBS) 등 4개사를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로 선정, 오는 12월 1일 일제히 개국한다.

방송계의 4대강이라고 일컫는 종편이란 무엇인가? 종편은 기존 케이블·위성방송·IPTV와 달리 뉴스보도를 비롯해 시사교양,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골고루 내보내는 채널을 뜻한다. KBS, MBC, SBS 등의 주파수를 이용하는 지상파방송과의 차이는 케이블·위성방송·IPTV와 같이 유료방송을 통해서 볼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유료방송 가입자는 전체 1900만 가구의 85%를 넘어선 상태로 절대다수다.

종편은 처음부터 특혜로 시작됐다. 24시간 방송, 중간광고 허용, 국내프로그램 편성비율 축소, 지상파보다 약한 방송심의기준 등 다양한 특혜가 주어졌다. 종편 특혜 중 가장 치명적인 것은 '방송광고 직거래'를 들 수 있다. 지금껏 지상파방송들은 공영 방송광고판매대행사(미디어렙)인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를 통해 광고영업을 해왔다. 코바코가 일정 정도 보도·제작과 광고를 분리해 방송과 광고의 부적절한 유착을 막아온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코바코는 연계판매제도(수도권 지상파 프로그램과 지역과 중소, 종교방송 프로그램을 연계해서 광고를 판매하는 제도)를 통해 방송의 다양성을 보장해왔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2008년 11월, 코바코의 지상파 방송광고 독점판매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방송광고 영업을 대행해주는 새로운 공·민영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대행사)을 규정할 미디어렙법안이 만들어져야 하지만 국회 안에서 한나라당의 반대로 벌써 3년째 표류 중이다.

미디어렙법안의 방치는 방송뿐만 아니라 언론계를 혼란으로 몰아넣고 있다. 개국을 앞둔 종편채널(광고주인)들이 권력의 지원을 받고 기업들을 상대로 광고 직접 영업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KT는 CSTV(조선), jTBC(중앙), 매일방송(매경)에 각각 20억, 채널 A(동아)에 23억 9130만 원, 총 83억 9000만 원을 출자 혹은 지분인수 했다. 지난 국감에서는 의약품 광고로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제약사들이 종편에 무더기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종편의 광고시장 독점은 어떤 후유증을 불러올까? 재벌 기업이 들어오면 재래시장이 살아남지 못하듯 조중동의 종편 진입은 자생력이 부족한 지역언론은 물론 여론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파괴할 것이라는 게 언론계 한목소리다. 종편의 방송계 장악은 소수·약자·지역 목소리를 잠재우고, 권력의 반대 여론을 짓밟고, 언론시장을 황폐화시킬 것이라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말이다.

   
 

방송의 공공성, 공익성, 다양성을 포기하고 비판의 기능까지 마비시키겠다는 종편의 특혜는 언론민주화의 암적 존재다. 한나라당과 MB정권이 종편 사랑에 목을 매는 이유는 뭘까? 미디어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마음대로 권력을 휘두른 것도 모자라 다음 대선에서 재집권의 유리한 언론환경 조성을 위한 정치적인 포석 아닌가? 미디어렙법까지 유보한 상황에서 종편 채널에 황금 채널을 배정하고 광고영업의 자율까지 보장하는 특혜는 MB정권의 퇴임 후까지 보장받기 위한 안전장치라는 비판을 MB정권은 어떻게 부정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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