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사람] 마산회원구 합성동 대신서점 이강래 대표

지난 8월 마산회원구 합성동 대현지하상가의 대현서점이 문을 닫았다. 점포 없는 인터넷 서점을 이용하는 사람이 늘어난 탓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발간한 <2011년 출판연감>에 따르면 작년도 인터넷 서점의 시장 점유율이 전체 출판시장의 4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합성동에는 6개의 서점이 있었다. 그 중 단 한 곳만 토종서점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마산시외버스터미널 맞은편 대신서점이 바로 그곳. 생긴 지 40년이 됐다. 현재 경영자인 이강래(52·사진) 씨는 96년부터 올해로 17년째 서점을 지키고 있다.

그는 취재에 응하는 도중에도 눈코뜰새 없이 전화와 서류를 챙기고 있었다. 손님이 오면 책을 추천하고 계산까지 직접한다. 손님의 나이와 책을 읽으려는 목적 등을 꼼꼼하게 묻고 적합한 책을 찾아준다. 사서의 역할과 같은 것이다. 이 씨는 "나도 책 전문가인데, 전문가들이 점점 없어지고 있어서 안타깝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전문가란 어떤 뜻일까?

이강래 대표. /신정윤 기자

"단순히 책을 팔아 돈을 벌려고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책에 대한 안목이 있어야 합니다. 책은 사람들의 생각을 형성하는 기초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젊은 사람들이 편리함만을 추구하는데 그 이면에 잊혀 가고 있는 소중한 가치를 생각할 줄 알아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이강래 씨는 함양군이 고향이다. 어렸을 때부터 서점을 운영하는 꿈을 꾸었다. 그래서 마산 창동에 있는 서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이때가 이 씨의 나이 20대 초반이다. 아르바이트 시절 100여 권의 세계명작 제목을 모두 외웠더니 사장이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이후 아르바이트 생활 15년 만에 대신서점을 인수하게 된다. "공부도 하고 일도 즐기고 돈도 벌고, 삼박자를 다 갖출 수 있어 좋습니다."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교육열은 높지만 책과 서점에 대한 의식은 낮다"며 출판문화의 미래를 매우 어둡게 보고 있었다. "책을 볼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희망이 없다"는 것이다. 이 씨는 현재 출판시장 상황을 "큰 놈들이 작은 것을 짓밟아야만 사는 생태계의 정글"로 표현하면서 "인간은 동물과 달라야 하지 않겠느냐"며 일본을 예로 들었다. 일본의 경우 서점을 보호하는 제도가 있어서 동네 서점 역시 대형 서점만큼 빠르고 혁신적인 유통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오로지 책만 좋아한다는 신념으로 서점을 하면 실패하기 쉽다고 말했다. "잘 알겠지만 좋아하는 것과 경영을 하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다. 그는 거제대학교 구내서점에도 대신서점을 입점시켰다. 또 각종 매체에 출연해 홍보 활동을 하기도 한다.

이 씨는 자신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책으로 <독서불패>를 꼽았다. 지난 2001년 한 출판인이 쓴 <독서불패>는 독서를 통해 성공한 사람들의 에피소드를 엮은 책이다. 그는 교도소에 강의를 나가기도 하는데 수감자들은 성을 주제로 하거나 만화 같은 자극적인 책만을 찾더라고 말했다. "지금 학교는 인성교육을 전혀 안 시키고, 오직 좋은 대학만 가면 된다는 식으로 아이들을 가르친다. 인생을 바꾸기 위해선 책을 많이 읽고, 특히 고전 작품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다. 인천에서 구청장까지 한 한 전직 공무원이 마산역에서 기차를 기다리던 중 책이 읽고 싶어 대신서점까지 찾아왔다. 이 씨는 책을 찾아 꽤 먼 거리를 온 그에게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 들어 책 몇 권을 선물했다. 가까운 곳에 서점이 없는 마산의 현실이 외지인에게 불편했을 것 같았다. 그러자 그 역시 이 씨의 마음에 감동해 갖고 있던 음식을 나눠줬다고 한다. 책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두 사람의 이심전심이 묻어나는 일화였다.

이강래 씨는 끝으로 "서점이 없어지는 것은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며 "다시 탄생하는 것은 대기업 이외에는 없다. 안타까운 현실에 나라도 서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꾸준히 하고 있다. 서점이 없어지면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들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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