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지역 챙기기 혈안…"다시 분리하자" 주장도

통합청사 문제를 두고 박완수 창원시장이 시의회에 전담기구 설치를 제안한 가운데 의원들이 옛 마산·창원·진해지역으로 서로 등을 지고 극한대립을 예고하고 있다. 서로 몰래 모여 자기들끼리만 대책을 모의하고, 뜻을 관철하고자 몸싸움도 마다치 않겠다는 모양새다.

의회민주주의 기본 원리인 대화와 타협은 이미 실종됐다. 저마다 시민의 뜻을 내세우고는 있지만, 날 선 지역이기주의 앞에 정당도 정책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게다가 대통합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국면이라 통합준비위원회를 통한 그간 노력이 민망할 지경이다.

지난 25일 황일두(한나라당·교방, 노산, 합포, 산호동) 의원과 의원 24명은 시의회 사무국에 '통합 창원시 청사 소재지 조기확정 촉구 결의안'을 제출했다. 서명 의원 지역구는 대부분 옛 마산지역과 진해구다.

결의안은 "최근 창원 중심 흡수통합을 두고 마산과 진해지역에서 통합 무용론과 원상복구론까지 제기되고 있다"며 통합 창원시 청사 위치를 연내 결정하자고 촉구하고 있다. 이는 현재 창원지역에 있는 임시통합청사 리모델링은 곤란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사실상 선전포고다.

이를 두고 옛 창원지역 시의원들은 강행 저지하겠다고 들고 일어나 큰 파장이 예상된다. 통합청사 조기확정 결의안이 31일(오늘)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도록 몸으로라도 막는다는 계획이다.

한 의원은 "같은 정당에서도, 같은 사무실을 쓰면서도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좀 더 지켜보자던 의원들도 배신감을 느꼈다. 우리도 하루에 세 번씩 모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31일 아침부터 의장실을 점거하고, 본회의장 의장석 주변에서 '전투'를 결의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옛 진해지역 의원들도 행동에 들어갔다. 일단 31일 본회의장에서 김하용(무소속·웅천, 웅동) 의원이 진해구 분리 특별법을 제안하는 5분 발언을 한다. 김 의원은 옛 진해시가 주민투표 한 번 없이 당리당략에 따라 강제 통합됐다고 주장할 예정이다. 여론을 호도해 통합 특별법을 만들었으므로 이제는 분리 특별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진해 의원들 과반수가 분리안을 적극 지지했고 나머지 의원들도 찬성하는 분위기"라며 다른 두 지역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옛 창원지역 의원들도 통합시에서 떨어져 나가겠다는 결의안 준비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두 지역이 분리 요구를 노골화함에 따라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다는 입장이다. 한 의원은 "통합 이후 좋은 점이 별로 없고 통합으로 불편한 점만 있다"며 "그렇다면 계속 같이 갈 필요가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처럼 통합 창원시 지역 갈등은, 시의원들이 너 죽고 나 살자 식 싸움을 벌이면서 해결은커녕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모두가 지역 주민을 위해서라곤 하지만, 말뿐이 아니라 정직하게 귀를 여는 노력이 아쉬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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