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중앙고 1학년 9반 학생들, 옛 번화가 '창동' 나들이

한때 '서울은 명동, 마산은 창동'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러나 창동의 부흥기인 지난 1970~80년대를 전혀 알 리 없는 1995년생 고1 학생들이 지난 2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 모였다.

마산의 옛 추억이 그대로 남아있는 창동을 느끼게 해주려는 마산 중앙고등학교 이환용 선생님의 '야심찬 기획'이었고, 오전 10시 창동 사거리에는 호루라기 소리가 요란했다. 마산 중앙고 1학년 9반 학생 32명의 소풍이 시작됐다.

이환용 선생님의 소개가 먼저였다.

소풍 시작에 앞서 이환용 담임교사가 '고 이선관 시인 초상화 그리기' 숙제검사를 하고 있다.

"선생님이 고등학교 다닐 적에 용돈 2000원 들고 창동에 놀러 왔었다. 그런데 군것질로 다 써버리고 집에 갈 차비가 없는 거야. 그래서 창동 사거리에 가만히 서 있었지. 지나가는 친구들한테 빌리려고. 그만큼 창동에는 반 친구들이며 아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황금당, 학문당, 코아양과 등 지금도 남아있는 만남의 장소를 소개하며 창동 가배소극장으로 학생들을 인솔했다.

소극장에서는 이승기 마산문화원 영화자료관장이 10대 학생들을 맞았다. 이 관장은 "제일극장, 마산극장, 시민극장, 강남극장처럼 창동에는 극장이 많았다. 그런데 학교 다닐 적에는 단체관람만 허용했는데 학교 규율부가 창동에 나와 감시까지 했었다. 얼마나 애가 닳았던지 그때만 생각하면 웃음이 나온다.

결혼을 창동에서 많이 했는데 지금 빈폴이 들어서 있는 건물도 희예식장이었다. 자연히 사람이 몰릴 수밖에 없었다"라며 창동의 역사를 설명했다.

오전 11시 40분 학생들은 가배소극장을 빠져나왔다. 정오에 '복희집을 찾아오는 미션'을 받은 학생들은 20분 동안 '창동 인증샷'을 찍고자 나섰다.

가배소극장에서 창동 역사 이야기를 들은 후 단체사진을 찍었다.

문화의 거리 조성 공사 중이라는 현수막 아래 대여섯 명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벽면에 그려진 벽화가 배경이다. 주수환 군은 "벽화 옆에 있는 창동커피숍이라는 간판을 보고 옛날에는 이곳에서 커피를 마셨겠구나 생각하니 재미있다"고 말했다. 유환철 군은 "합성동이나 댓거리와 다르게 공연도 많이 하고 예술가도 만날 수 있는 그런 공간이었으면 좋겠다"며 "창동으로 소풍와서 좋다. 다른 반 친구들이 하나도 안 부럽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복희집에서 다양한 음식을 먹는 모습.

학문당 앞에도 사진을 찍는 친구가 여럿이었다. 강형묵 군은 "학생이라 서점을 먼저 찾았다"며 학문당의 역사는 잘 모르지만 오래된 것 같다고 했다.

낮 12시, 소풍의 묘미는 김밥이 든 도시락일 테지만 학생들은 복희집에 모였다. 떡볶이와 튀김 한 소쿠리가 테이블에 올려지고 학생들은 각자 먹고 싶은 것을 하나씩 더 시켰다. 김재경 군은 "우동볶이가 맛있다. 다른 분식집과 다르게 전통을 맛이 느껴진다"고 했고, 빈영롱 군은 "다른 가게와 튀김옷이 다른 것 같다"고 맛을 설명했다.

이날 복희집 사장은 30년 넘게 내려오는 팥빙수를 서비스로 내놓았고, 창동의 한 상인은 아이스크림을 후식으로 돌렸다. 또 창동통합상가상인회 김경년 간사는 선물이라며 온누리상품권을 전달했다. 김 간사는 "마산 중앙고 소풍 덕에 창동이 시끌벅적하다. 고맙고 기분이 좋다"며 "앞으로 10대들이 창동이 많이 오길 바란다. 문화의 거리 뿐만 아니라 10월 창동거리 문화행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와서 즐겨달라"고 말했다.

학생들이 김경년 마산창동통합상가상인회 간사가 선물한 온누리상품권을 자랑하고 있다.

낮 12시 45분. 이 선생님은 "상품권을 모두 창동에서 쓰고 가야 한다. 신나게 놀고 오후 3시에는 집으로 가도록 하자"라며 종례를 했다.

복희집을 나서며 이홍래 군은 "상품권을 모아 친구와 노래방 갈까 한다. 너무 즐거운 하루였고, 또 놀러 오고 싶다"는 말을 남기고 노래방을 찾아 떠났다.

한편, 이날 마산중앙고 1학년 9반 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한 고 이선관 시인의 초상화는 29일 열릴 '제2회 창동허새비축제'에 전시될 예정이다. 김경년 간사는 "많은 시민이 창동 살리기에 동참하고 있어 뿌듯하다"며 "창동을 모르는 10대가 많을 것이다. 더욱 다양하고 차별화된 공간으로 역사와 명맥을 이어나가도록 애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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