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 부조리, 웃음이 나온다...법치주의 실태 재조명

'드레퓌스'사건을 기억하세요? 1894년 프랑스군 육군대위 알프레도 드레퓌스가 군의 기밀문서를 적국 독일에 넘겨 체포된 일 말입니다. 석연찮게 반역죄로 몰려 종신형을 선고받자 에밀 졸라 등 당대의 지식인들이 옹호하고 나섰죠.

'드레퓌스'사건과 오버랩되는 영화가 있습니다. 바로 부산국제영화제의 갈라 프레젠테이션 상영작으로 초청된 <부러진 화살>입니다. <부러진 화살>은 2007년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판사에게 석궁을 쐈던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사건을 그렸습니다.

성균관대 수학과 교수로 있던 김명호 씨는 1995년 1월 대학입시 본고사 수학문제에 오류가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습니다. 그 후 그는 부교수 승진은 물론 이듬해 재임용에서도 탈락하게 됐죠. 김명호 교수는 이에 불복해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냈고 결국 2007년 1월 12일 항소심에서도 패소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그는 항소심 재판장이었던 박홍우 부장판사를 집 앞에서 석궁으로 쏴 일약 '석궁교수'가 돼버리고 말았습니다. 전국 법원장들은 회의를 열어 이를 '법치주의 도전', '사법부 테러'라고 명명했죠.

재판 결과에 불만을 품고 판사에게 석궁을 쐈던 2007년 김명호 전 성균관대 교수 사건을 그린 영화 <부러진 화살>.

영화는 2007년 1월 15일 박홍우 부장판사 집 앞에서 시작됩니다. 그때 당시 창원에서 노동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던 박훈 변호사도 나옵니다. 김명호 교수 사건을 맡아 대한민국 사법부와 끈질긴 싸움을 벌인 인물이죠.

오리무중 같았던 '석궁시위'의 진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박홍우 판사가 맞았다는 부러진 화살이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그의 겉옷과 속옷에 남아 있는 핏자국이 와이셔츠에는 없다는 점, 더 중요한 것은 옷에 묻은 혈흔조차도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다는 점 등을 지적하며 사건의 인과성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사건의 발단과 전개 과정을 그대로 요약해놓은 듯한 느낌도 듭니다. 논픽션 위에 픽션이 가미된 영화인 만큼 바짝 마른 객관적 진실만을 다루지는 않습니다.

피고인 신분의 김 교수가 판사와 검사를 향해 "법을 지켜라" 하고 호통치거나, 재판장은 피해자 박 판사에 대한 변호인의 심문을 때때로 가로막는 장면에 객석에서 피식피식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합니다.

정지영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13년 만에 하는 작품이 하필이면 민감한 문제를 다루는 작품이냐?"라는 질문에 "이건 이상한 질문 같습니다. 이 영화가 얼마나 민감한 문제를 건드리는진 몰라도 사법부가 잘못한 구석을 건드리는 작품입니다. 사법부가 분명히 잘못하는 부분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민감해할 부분은 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영화 <부러진 화살>의 한 장면

<도가니>와 <부러진 화살>. 법원은 곤혼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재판과 관련된 사건이 계속 영화로 만들어지고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썩 곱지만은 않기 때문입니다.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 법치주의의 실태를 관객들은 어떻게 판단할까요. 영화가 곧 개봉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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