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조상 묘를 벌초하는 손길도 바빠진다. 그러나 도시인들에게 벌초 작업은 자칫 안전을 위협받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벌초 사고는 추석을 앞둔 이맘때에 집중적으로 일어나는데, 경남소방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도내에서 일어난 벌초 사고는 557건이며 사망자만도 3명이 발생했다. 사망의 원인은 모두 벌 쏘임이었지만, 뱀에게 물리는 일이나, 예초기 사용의 확대로 안전사고도 빈번하다. 특히 독사는 가을에 독성이 더 강해진다고 한다.

벌초 사고를 막으려면 전문가에게 맡기는 게 좋을 듯하지만, 남의 손을 빌릴 경우 고향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기 일쑤라고 한다. 벌초 작업은 고향에 선산을 이들에게 적잖은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다.

당국에서는 뜻밖의 벌초 사고를 막고자 꼼꼼한 대비를 주문하고 있지만, 벌초 사고는 우리나라 장묘문화의 고질적인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 전 국토에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는 탓에 묘지터의 부족 현상은 이미 1980년대부터 제기된 문제이다. 그러나 시신을 매장하는 관습에서는 묘지로 쓸 땅이 마땅찮거나 땅값을 감당할 수 없을 경우 인적이 드문 산으로 묘지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변화하는 현실에 부합하지 못하는 관습은 전통의 계승은커녕 한낱 허례허식에 불과하다. 뱀이나 벌떼가 서식하는 외딴 산중에 조상을 모셔 명절 외에는 찾을 일도 없게 하는 것이 후손의 도리인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매장 문화에 대한 대안으로 화장 문화가 늘어나고 있으며 국민의 80%가 자신의 사후 화장을 원한다는 조사도 있지만, 아직은 걸림돌이 많다. 장례 관습은 문화 중 가장 보수적인 영역인 탓도 있으며, 여전히 납골당을 혐오시설로 취급하여 주민이 반발하는 곳도 적지 않다. 화장 문화에 대한 괄시는 정부부터 부추기고 있다. 국립현충원에 묻힌 장성급 이상 유해는 넓은 공간을 차지하고 누워있지만, 사병들은 한 뼘의 공간에 화장한 유골만 묻히게 돼 있다.

시신을 화장하여 납골당에 안치하는 문화가 널리 퍼져 후손들이 자주 찾게 되면 님비현상도 줄이고 묘지 부족도 해소하고 자손들의 불편이나 사고 위험도 줄일 수 있는 등 긍정적인 점이 많다. 장묘문화가 시대에 맞게 바뀌도록 지자체의 행정적 지원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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