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학교의 꽃씨 되어] 종자 구해 마산여중 학생들 직접 재배..인근 초교에 100여 포기 분양

"행여나 잡초라도 생길까 조마조마해 날마다 눈을 떼지 않았어요. 물 조절도 어렵고 햇빛도 잘 받아야 하기에 항상 신경이 쓰였지요. 그렇게 키운 목화가 이렇게 인근 초등학교에 분양된다니 아쉽기도 하지만 그래도 뿌듯하죠."

"점심 먹고 나면 꼭 이곳에 들러 물을 줬어요. 목화는 잡초와 병해충이 많이 생기는 편이라 폐지를 잘게 잘라 이렇게 화분에 뿌려놓았어요. 분양가서도 잘 자라서 후배들이 목화 솜을 보고 즐거워했으면 좋겠어요."

급식소 가는 길에 설치해둔 나비체험장(위)을 통해 학생들은 수시로 나비 생태 변화를 관찰할 수 있다. /마산여중

학생과 교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100여 개의 목화. 지난 14일 마산여자중학교(교장 조귀제) RCY학생들은 곱게 키운 목화를 분양하고자 일찌감치 모여 있었다.

병해충도 많고 잡초도 많이 자라는 편이라 키우기가 어렵기로 소문난 목화. 그런 목화를 제대로 키울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지난 4월 마산여중은 팬지꽃을 가꿔 200포기를 인근 초등학교에 분양하기도 했다. 이어 무학산 줄기에 자리 잡은 암끝검은표범나비가 학교로 날아들게 되자 암끝검은표범나비가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학생들이 직접 관찰할 수 있는 공간을 따로 마련했다. 학교 급식소로 향하는 통로에 교사들이 집에 있던 모기장을 가져와 나비가 잘 자랄 수 있게 체험학습장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아이들은 밥을 먹으러 갈 때마다 나비의 탈바꿈 과정이나 교미모습, 알 낳는 모습 등을 관찰한다. 마산여중은 나비 키우는 방법 등 각종 자료와 기술도 인근 학교에 전수할 예정이다.

직접 키운 목화를 분양해주는 RCY 학생들과 김연미(앞줄 왼쪽) 지도 교사. /마산여중

학생들이 이 나비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무학산의 제비꽃 덕이다. 학교에 팬지꽃을 많이 심어놓았는데 제비꽃 종류인 팬지꽃을 먹고자 학교로 날아든 것이다.

이처럼 마산여중은 무학산과 더불어 살아가는 게 삶의 방식이 됐다.

조원 교감은 "학교의 자연이 살아 있는 교육"이라며 "아이들은 자연의 섭리를 배우며 호기심을 키우고 자연을 더불어 살아가면서 '배려'와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것이 바로 자연 그대로의 인성교육"이라고 말했다.

목화가 자라게 된 사연은 이렇게 자연과 더불어 살아온 데서 기인한다. 어릴 때 목화를 보며 자란 조원 교감은 목화가 자라는 과정을 학생들이 보면 좋겠다 여겼다.

목화는 고려 백성의 생활을 바꿔놓은 식물이다. 백성들은 목화로 천을 짜 옷을 지어 입을 수 있게 되었고 목화로 솜을 만들어 솜옷과 솜이불 등을 만들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목화가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나오는 것을 알고는, 문익점 최초 재배지(산청 단성면 소재)를 찾아 목화 종자를 구했다. 4월부터 학생들의 목화 키우기를 지도한 김연미 교사는 "매우 까다로운 식물이었지만 주위의 자연환경이 좋은데다 학생들이 수시로 정성을 들여 하나도 죽지 않고 이렇게 무럭무럭 자라줬다"고 했다.

목화를 분양받으러 온 인근 초교 담당자들.

무엇보다 인근 초등학교에 분양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학생들은 더욱 정성을 들였다고 했다. 김 교사는 "인근 초등학교는 이 학생들의 모교인 셈"이라며 "자신이 키운 식물을 모교에 기증한다는 뿌듯함이 있어서인지 책임감을 느꼈고 지금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열심히 키웠다"고 했다.

4월 중순 종자를 가져온 학생들과 교사들은 싹을 틔우고자 씨앗 하나하나 주방 세제를 이용해 기름기를 제거했다고 했다. 각 초등학교에서 9월 열매를 맺어 10월 솜이 만개하면 말 그대로 초등학생들의 학습장이 되는 것이다.

진해제황초등학교에서 목화를 분양받으러 온 행정실 관계자는 "우리 학교 역시 오이, 가지 등의 제철식물을 아이들과 함께 키우고 있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행복을 누구보다 잘 안다"라며 "오이, 가지 등을 수확할 시기가 되면 그 자리에 목화를 심을 계획이며 그렇게 되면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귀제 마산여중 교장은 "교과서에서만 보던 목화를 직접 일구고 우리 동네 자연을 함께 돌보면서 학생들은 생명의 소중함과 책임감을 배우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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