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시가 '임항선 그린웨이' 조성 총공사비 20억 중 8억을 분수대 설치에 지출한다는 소식에 찬반 논쟁이 뜨겁다. 옛 마산 도심을 가로지르는 철도 주변을 숲길로 조성하는 임항선 그린웨이 사업 가운데 에너지·예산 낭비와 부조화 논란이 일었던 수억 원의 조형물 분수대와 분수 광장 설치가 그대로 추진된다는 것이다. 얼마 전 본지 보도와 분수대 설치를 재고해달라는 마산YMCA 의견서 제출 이후 공사가 3개월 정도 보류된 바 있다. 이 3개월 동안 창원시는 충분히 이해당사자와의 간담회나 의견조율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기회를 날려버리고 아파트 등 공동 주택에서 분수를 설치해달라는 전화가 많았다는 이유로 공사를 원안대로 재개한 것이다. 과거 행정의 구태를 반복한 모습이다. 임항선 그린웨이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포동 마산세관에서 마산회원구 내서읍 마산대학까지 이어지는 총 14.5㎞의 임항선과 경전선 폐선 철길 부근을 나무와 꽃길, 산책로, 자전거 도로, 운동시설, 쌈지공원 등으로 가꾸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시민사회가 행정과 협의하여 폐철도 길을 시민공원으로 되돌려주는 의미 있는 사업이다. 행정 입장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의 모범 사례로 기록될 만한 것이다. 그런데 1㎞ 남짓한 이 구간에 무려 두 개의 분수대가 설치될 뿐만 아니라 전체 20억 공사비 중에서 8억 원이 분수대를 설치하는데 들어간다니 시민들도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일반적으로 분수대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는 넓은 광장에 설치하는 것이 상식이다. 더욱이 올해 서울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분수대 운영을 한 달간 늦추기로 하는 등 기존의 분수대도 에너지 고비용 시대에 들어 운영 자체를 줄이는 추세이다.

이런 점에서 시민사회의 여론을 전화민원 핑계로 무시하고 분수대 공사를 강행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린웨이 조성에 분수대 조형물은 세계적인 환경수도를 지향하는 창원시와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로 당장 이해당사자 간에 간담회라도 해 사업을 조정할 일이다. 그 비용으로 다양한 나라와 지역의 그린웨이 조성에 성공한 사례를 본받아 말 그대로 녹색길이면서 사시사철 허브 향기 가득한 특별한 그린웨이를 구성하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이번 일은 창원시장이 직접 나서서 환경수도에 꼭 맞는 명품 그린웨이로 만들기를 간곡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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