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와의 전쟁은 지배자들의 정치 수사"

이 때 한 교도관이 그의 팔을 비틀어 그가 고개를 숙이게 했고 그 다음에는 그의 머리를 바닥으로 내동댕이 쳤다. … 교도관은 그의 족쇄를 걷어찼을 뿐만 아니라 그의 얼굴이 성조기를 향하게 하기 위해 그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겼다. 한 번은 교도관들이 발로 아와달라를 걷어차서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한 적도 있다. - 2장 '더 안전한 사회를 찾아서'

시크교도 스와란 카루르 불라가 … 잠시 정차하고 있을 때 두 명의 괴한이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의 머리를 칼로 두 번 찔렀다. … 두 괴한은 "당신은 우리에게 한 일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거야. 우리는 당신의 목구멍까지 난도질 할 거야"라고 그녀에게 말했다. - 5장 '반격폭력으로서의 증오범죄'

 

   
 

올해는 9·11 '테러'가 있은 지 꼭 십 년이 되는 해입니다. 오년이니 십 년이니 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람의 인식이 만들어낸 자가 발전적 의미 부여이긴 합니다만, 나름대로 그 의미를 따져보고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5월 미군이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했다는 것은 9·11로 촉발된 어떤 상황에 중대한 분기점이라는 데는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미국이 테러의 '원흉' '괴수'를 사살했는데도 승리감에 도취됐다기보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것으로 비칩니다. 이는 백악관이 처음 발표했던 것과는 달리 빈 라덴이 사살될 당시 비무장상태였으며, 충분히 생포할 수 있었는데도 쫓기듯 사살했다는 점이 그러하고, 심지어 숨진 빈 라덴의 사진조차 공개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9·11 이후 미국사회 적대감·범죄 부채질

9·11 이후 미국은 9·11의 비극이 만들어낸 공포에 따라 숱한 변화를 경험해야 했습니다. 테러리즘과 국가 안보에 대한 염려는 미국의 거대 도시에서부터 중심부의 깊숙한 곳까지, 수많은 항공기들이 날아다니던 항공로부터 시골의 구불구불한 샛길까지 퍼져 있었습니다. 공항 검색과 우편물 검열이 강화됐고, 미국 행정부는 재빠르게 시민권을 제한했습니다. 공포 때문에 경계심이 높아진 대중은 이러한 조치들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마이클 웰치는 '테러와의 전쟁'이 "매우 정치적인 제스처 게임"이라고 주장합니다. 이 제스처 게임은 거짓 위안을 주고 공포심을 경감시켜주지요. 또한 사람들이 정서적 안정을 위해 희생양을 만들어 냅니다. 미국 국방부와 세계무역센터에 대한 테러공격에 전혀 가담하지 않았던 사람들이 9·11 이후에 발생한 수많은 불법행위의 피해자가 되고 말았습니다. 웰치는 미국 안팎의 사람들이 모두 불편하게 여기고 있는 증오범죄와 국가범죄에 대한 다양하고 풍부한 설명을 명쾌하게 제시하고 있습니다.

매일 텔레비전에서 흘러넘치는 테러리스트의 공격과 관련된 끔찍한 이미지는 테러리즘에 대한 공포를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켰습니다. 신비주의적 선악구도, 거짓말, 비방과 근거 없는 소문으로 도색된 정치지도자들의 발언은 대중에게 이슬람교도들을 증오하라고, 안전을 원한다면 십자군의 메시아인 자신에게 복종하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들은 안보를 약속했지만 10년 뒤 테러의 위험은 전 세계로 확산되었고, 그 어느 때보다 위협적입니다. 이 전쟁은 누구를 위하여, 무엇을 목적으로 수행됐던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는데요, 이 책은 '테러와의 전쟁'이라는 이름으로 미국 사회에서 벌어진 정치 문화 사회적 사건들을 목록화하고 분석함으로써 '테러와의 전쟁'은 지배자들의 정치수사이자 전술에 불과하다고 비판합니다.

지난 2005년 미 중앙정보국(CIA)의 고문 관행을 비난하는 한 시위자가 백악관 앞에서 '지금 당장 모든 고문을 금지하라'고 써 넣은 종이를 앞에 놓고 쿠바 관타나모기지에 구금된 수감자로 분장한 모습으로 고문 근절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던 모습. /뉴시스

그렇다면 9·11 테러 이후 사회적으로 확산된 중동, 남아시아인들에 대한 '악마화'가 폭력과 살인으로 귀결되는 동안 미국 정부는 무엇을 했을까요?

미국 정부는 사법부, 입법부, 군대, 정보기관, 이민국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미국사회에 적대감과 범죄를 부채질 했습니다. 이 책은 죄 없는 사람을 억류하고 고문했으며 거짓선동으로 조작된 대중의 지지를 근거로 타국을 침공한 미국 정부의 국가범죄를 낱낱이 폭로합니다.

천안함사건 등 정치적 목적따라 의미부여

문제는 이러한 국가범죄가 한국에서도 진행형이라는 점입니다.

2010년 3월 26일, 천안함이 포격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국 정부는 이 사건을 북한이 저질렀다고 발표했습니다. 그 결과 한국 사회의 반북한 정서는 고양됐고, 일부 사람들은 새터민들에게 냉소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당시 정부가 이 사건을 이용해 '국가 안보 강화' 또는 '군 복무 기간 연장' 같이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에 부합하는 주장을 펼쳤다는 데 주목해야 합니다. 정치적 계산에 따라 한 비극적 사건을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그 의미를 조작하는 것, 이는 분명 9·11 이후의 미국 행정부와 천안함 이후의 한국 행정부 사이의 공통분모입니다. 미국이 지나온 참혹한 역사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9·11의 희생양>에 드러난 희생양들의 고통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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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학문당서점 246-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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