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김해시청 이종숙 총무국장…김맹곤 시정 출범과 함께 총무국장 맡아

생명을 담보로 험난한 바다를 항해하는 선원들에게 등대는 어떤 존재일까. 목적지인 항구에 도착했음을 알리는 '안전 신호등'으로 이들에겐 마치 포근한 엄마의 품속과 같은 존재일 것이다.

이른바 '신의 직장'으로 통하는 공직사회. '공직 등대'는 없을까. 김해시청 이종숙(59) 총무국장. 그가 바로 진정한 '공직 등대'로 통한다. 특히 여성 공직자들에겐 공직 길잡이의 '아이콘'이 되고 있다. 공직자로서 또한 여성공무원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행정나침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도 걸어보지 않았던 험난한 가시덤불을 헤쳐나가고 있기에 가능했다. 산속 작은 오솔길이 눈으로 덮였다. 맨 먼저 걷는 자가 발자국을 남겨야 한다.

   
 

그는 여성으로서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공직 눈밭 길을 스스로 걸었다. 여성 후배들을 위해 바른길도 개척했다. '여성도 총무국장을 할 수 있다'는 이른바 공직자로서 여성 공직 지침서를 제시한 셈이다.

시·군의 총무국장 자리는 분명히 예사롭지 않다. 시장을 보필함은 기본이고, 시정 전반의 업무와 흐름을 꿰뚫고 있어야 한다. 사안이 생기면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함은 필수다.

시정 책임자의 의중도 미리 알아차려 대처한다. 수천 명의 직원 개개인의 아픔도 보듬고 쓰다듬어야 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이 있다면 차별성으로 곧바로 도마 위에 오른다. 직원을 대하는 처신이 그만큼 중요하다. 시정에 대한 시민의 의중도 잘 살펴야 한다. 성난 민심이 없도록 행정 총괄 참모로서 시정 책임자와 수시로 머리를 맞댄다. 여과 없이 민심을 전달해 올바른 시정을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시정 디딤돌' 역할도 깔끔하게 해내고 있다. 비결은 여성의 섬세함을 바탕으로 직원들과 시민들과의 소통을 주 무기로 삼은 탓이다. 이를 근간으로 어떤 현안이 생길 때마다 대처하는 행정능력이 탁월하다는 게 주변의 평가다. "그 언저리에는 공직 38년이란 폭넓은 행정경험이 큰 힘이 됐다"고 했다. 그에겐 언제나 '섬세한 눈 밝은 행정가'라는 닉네임이 따라붙는다.

그는 지난해 김맹곤 시정 출범과 함께 '변화와 창조'를 기치로 주민생활지원국장에서 '남성전유물'로만 여겨졌던 총무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여성이 시·군의 총무국장을 맡은 사례는 거의 없다.

-시정을 총괄하는 총무국장 자리를 맡아 원활하게 업무를 수행해 오고 있다. 여성으로 어려움은 없었나.

"여성들의 공직진출은 해마다 늘고 있다. 김해시도 여성비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다. 그만큼 공직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다는 의미다. 그동안 총무국장자리는 여성에게 맡기면 못해낼 것이라는 게 관행처럼 공직 내부에 자리 잡았다. 이 자리는 시정 전반을 조정하는 자리다. 부서 간 행정조정 역할은 오히려 여성 특유의 섬세함을 발휘할 때 남성들보다 여성이 훨씬 소통을 잘할 수 있다고 본다. 누가 일을 잘할 수 있는 행정능력과 경력을 갖췄느냐가 관건이지 남녀를 따져 기용하는 시대는 지났다. 시장님이 자리를 제의했을 때 많이 망설였다. 하지만 여성도 총무국장을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후배 여성들에게 이런 꿈을 심어주고자 받아들였다."

-38년간 공직생활을 통해 나름대로 보람도 컸으리라 본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아름다운 화장실 가꾸기 사업을 펼쳐 전국적으로 이슈화했다. 도내 최초로 전자결재제도를 도입했다. 김해 초·중학교에 인터넷 교육장을 만들어 전자학습망을 구축했다."

이 공로로 당시 김해시장(송은복)이 대통령(김대중)에게 직접 브리핑까지 했다. 오염하천을 친환경생태하천(봉곡천·신어천)으로 바꿨다. 출산휴가 때 대체인력제 도입을 건의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여성 공직진출에 비례해 공직사회 변화도 필요하다. 여성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공직사회는 남녀가 같이 가는 시대다. 정책결정 최고 간부에도 여성이 있어야 한다. 아직도 특정 자리를 여성에게 맡겨서 되겠느냐는 생각이 남아 있지만 의식전환이 필요하다. 여성이 직장의 꽃인 시대는 지났다. 남성과 꼭 같이 일을 해야만 자기 직분을 찾을 수 있다. 남녀차별의식이 사라졌다는 의미다. 남녀 모두 경쟁자로 보기보다는 동반자로 간주해야 한다. 여성들끼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여성 리더도 키워나가야 한다. 공직은 성실함과 책임감을 무기로 삼아야 한다. 무사고 공직 안전 운행의 필수인 이 점을 꼭 유념해 주었으면 좋겠다."

강인함보다는 인자함이 더 잘 어울리는 그는 오는 6월 말에 퇴임한다. '변화와 창조'라는 두 시정 은륜 을 정상궤도에 올리는 데 마지막 공직을 불태우고 있다. 그는 자신의 이런 행정 노정을 김 시장과의 인연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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