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박문호 밀양 신공항 재추진위 임시위원장

지난 3월 30일 신공항 문제는 결국 백지화 결론으로 막을 내렸다. 하지만 밀양시민은 여전히 신공항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못하고 있다. '밀양 신공항 재추진위원회'가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러한 분위기를 잘 말해준다. 이전 '신공항 밀양 유치 범시민사회연대'가 단체명을 바꿔 재추진위로 활동하고 있는 것이다. 재추진위 박문호(55) 임시위원장을 만나 얘길 들어봤다.

박 위원장은 현재 머리카락이 아주 짧은 상태다. 범시민사회연대 공동의장을 맡고 있던 지난 3월 초 밀양시청에서 삭발을 했기 때문이다.

당시 삭발은 '밀양시민의 의지와 영남 지역민의 결연한 자세를 알린다'는 취지에서 했다.

박 위원장은 당시 발표일을 떠올리자 다시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듯했다.

   
 

"발표 하루 전까지 서울에 가서 정부·시민단체를 상대로 홍보 활동을 했다. 당시 서울에 가니 어떤 이는 '무산된다는데 홍보 활동은 왜 하나'라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설마 설마 했는데 정말 백지화로 결론 났다. 한숨밖에 안 나왔다. 부산 가덕도가 됐으면 실망 정도였겠지만, 백지화되니 실망이 아니라 분노였다. 경제성이 없다? 지나가는 개도 웃을 일이다."

박 위원장은 김두관 도지사에 대한 섭섭함을 감추지 못했다.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다.

"제일 문제는 김두관 도지사였다. 경남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밀양만 잘 살자는 게 아니다.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창원·양산 이런 지역이 큰 혜택을 본다. 그렇다면 도지사가 앞장서서 분위기를 만들었어야 했다. 무산론 얘기 나올 때 강력하게 어필하고 떠들었어야 했다. 결국 야당 도지사가 되다 보니 힘이 없어서 그랬던 것 같다. 안타깝다."

박 위원장은 '이제 제1막 연극이 끝났다'라는 표현을 했다. 당시 입지평가단이 와서 둘러보고 간 것은 연기였고, 시민은 결국 엑스트라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제2막을 펼칠 준비를 하고 있고, 이번에는 연극이 아닌 현실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밀양 신공항 재추진위원회에 50여 개 단체가 참여해 있다. 분명히 이전보다는 못하겠지만, 아직 많은 시민이 미련을 두고 있다. 내년 말 대선이 다가오면 분명 신공항 얘기가 다시 나올 수밖에 없다. 박근혜 전 대표도 재추진 뜻을 밝히지 않았나. 따라서 재추진위원회는 기약 없이 계속 촛불집회를 열 것이다. 매달 첫째 셋째 주 수요일 저녁에 영남루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 것이다. 신공항이 성사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계속할 것이다."

박 위원장은 아귀찜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 각 사회단체 대표들이 모인 '밀양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으로 있다가 신공항 일에 나서게 됐다.

사회단체에서 신공항 유치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박 위원장이 자연스레 추대되면서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꺼릴 만한 일이지만 "비겁하고 싶지 않았다. 하길 잘했다"며 후회 없음을 나타냈다. 물론 집에서는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다. 백지화로 끝난 줄 알았지만 재추진위 일을 또 맡았으니 더욱 그럴 만하다. 그래도 이제는 대의로 받아들이고 있다.

박 위원장은 대화 동안 '강력한 의지' '희망'이라는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밀양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는데 뭔가 먹고 살 수 있는 게 필요하다. 그래서 신공항을 포기할 수 없다. 강력한 의지로 촛불집회를 이어갈 것이다. 여전히 희망을 버리지 않겠다."

끝난 줄로만 알았던 신공항 문제가 밀양에서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으로 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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