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in] 한국경제신문 최진순 미디어 담당기자…SNS 적극 활용 당부

만 42세로 대구 출신인 최진순 한국경제신문 미디어 담당기자에게는 중앙대학교 겸임교수나 한국언론재단 운영위원 등의 화려한 겸직이 따른다. 하지만, 구구절절 직책을 늘어놓기 위해 그를 이 자리에 부른 게 아니다. 그가 말한 '독자와 기자'가 요즘 신문 독자의 입장에서, 혹은 기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볼 만했기 때문에 그는 오늘 '사람in'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서울의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진행됐던 전국 언론 종사자 대상의 'SNS와 모바일미디어 활용 교육'에서 최진순 기자는 첫 번째 강사로 나섰다. 강의 주제는 '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였고, 그는 두 시간 내내 스마트폰이나 트위터, 페이스북 같은 소셜미디어를 언급했다. 아울러 '독자'와 '기자'의 변화한 위상에 대해 언급했다.

   
 

최진순 기자가 말한 오늘날 독자와 기자의 변화한 위상은 과연 무엇일까.

그는 우선, 예전 기자의 모습에 대해 말했다. 아니, 그 모습은 아직도 어느 구석에서 현존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전에 기자에게는 보이지 않는 완장 같은 게 있었죠. 그 애매한 권력이 기사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때론 존재 그 자체가 권력이기도 했어요. 민원이나 청탁, 심지어 급할 때 병실을 잡는 일이나 음주운전 처벌을 막는 일까지 그런 보이지 않는 권력이 개입됐죠."

"아니, 그런 것보다 기사나 독자와의 관계 측면을 볼까요. 철옹성이랄까, 일단 보도된 기사를 놓고 독자가 토를 다는 경우는 드물었죠. 그러니 기사 이후의 과정이 피드백되는 예가 별로 없었습니다. 기사를 읽는 독자라는 존재는 실체를 갖지 못했고, 기자는 독자를 구체적으로 의식하지도 않았어요. 기자실에 갇힌 기사였고, 논설실에 갇힌 칼럼이었죠. '기자는 기사로 말한다', 이 말은 그럴 듯해 보이지만, 한편으론 '고립된 권력'이라는 뉘앙스를 갖기도 했어요."

그러면, 요즘 기자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다는 것일까?

"그런 모습이 요즘은 안 통하죠. 기사 한번 휘갈겨 쓰면 취재원들이 예전처럼 고분고분한가요? 당장 명예훼손 소송 이야기를 하죠. 게다가 온라인에는 그전에 실체조차 느끼지 못했던 독자들이 '그게 도대체 기사냐?' 하면서 시퍼렇게 눈을 뜨고 있어요."

"흔히 능력 있는 기자를 '민완기자'라고 했죠. 일이 빠르고 끈질긴 기자였죠. 그때 민완기자는 기사만 신경 쓰면 됐지만, 지금 능력 있는 기자는 기사를 쓰면서도 독자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자신의 상품을 알아주는 고객을 모시는 거니까 어쩌면 제 위치를 찾은 셈이죠. 어차피 기사는 내용이 비슷합니다. 얼마나 그 기사를 독자에게 전달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진 세상입니다."

그래서 그가 내세운 모델은 '휴머니스트 기자'였다. 독자에게 가슴으로 다가가는 품성을 가진, 소통하는 기자를 말한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스스로 부끄럽지 않기 위해, 그는 블로그(www.onlinejournalism.co.kr)를 포함해 모두 5개 온라인 사이트를 운영한다고 했다.

다음 순서는 변화한 독자의 모습이었다. 앞서 표현대로 요즘 독자는 온라인 상이든, 특정 기사를 받아들이는 측면에서든 구체적 실체를 가진 존재다. 예전처럼 일방적 수용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최진순 기자는 요즘 독자의 모습을 '시장'의 속성으로 비유했다.

"독자에 무관심한 기자는 시장에 무관심한 언론사 속에 있죠. 정치부, 경제부, 사회부 하는 식의 언론사 조직은 전통적 형태지만, 요즘 시장과 독자의 요구와는 동떨어진 조직이라고 봐요. 독자들의 요구대로라면 신정아팀, 김연아팀, 박지성팀이나 일본 쓰나미팀 같은 게 오히려 맞죠. 앞으로 스마트폰은 언론사의 전통적인 '공급자 관점'을 붕괴시킬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시장을 외면하는 언론사, 독자를 의식하지 않는 신문사에 대해 그의 지적은 계속됐다. "지금도 신문사에는 독자를 만나는 사람이 없어요. 기자는 여전히 자신의 취재 패턴에 갇혀 있고, 경영 쪽 직원들은 광고주를 만나죠. 여전히 독자는 외면받는 존재입니다. 앞으로, 어떤 형태로든 독자와 만나는 사람이 있어야 언론사가 새 패러다임에 적응할 수 있습니다."

그가 말한 언론의 새 패러다임은 뉴스의 생산보다 유통, 재가공에 비중을 두는 것이다. 아울러 기자가 독자와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고, 뉴스룸을 독자와 시장에 개방하는 내용이었다. '기자와 독자'가 아니라 '독자와 기자'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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