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원 씨 '마라톤 대회 우승' 기존 문구 지우고 대회명 넣어

경남대학교가 아프리카 부룬디 출신 김창원(33·경영학부 4학년) 씨의 '마라톤 대회 우승' 보도자료 속 사진을 조작·배포해 말썽을 빚고 있다.

경남대 홍보실은 지난 21일 '2011 서울국제마라톤대회 겸 제82회 동아마라톤대회 마스터스 남자부문 풀코스 우승' 보도자료를 냈다.

문제는 보도자료에 딸린 사진. 원본에는 귀화 전 김창원 씨가 지난해 참가한 'MBC ESPN 한강마라톤 대회' 우승 장면이 찍혀있다.

경남대는 이 원본 사진 속 결승 테이프에 적힌 'MBC ESPN'이라는 문구에서 'MBC'를 지우고 대신 '2011년도 서울국제마라톤 대회'를 집어 넣었다. 경남대는 이렇게 꾸민 사진에다 '한국 국적을 얻은 후 처음으로 출전한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김창원 군이 마스터스 부문 1위로 들어오고 있다'라는 사진 설명까지 붙여 작품(?)을 완성했다.

그 덕에 보도자료 사진은 누가 봐도 김창원 씨가 이번 서울국제마라톤대회에서 결승점에 들어오는 장면같아 보이게 됐다.

경남대학교 홍보실이 고치기 전 원본 사진.

고친 뒤 배포한 사진.

발빠른 몇몇 언론들은 당일 이 보도자료 사진을 별다른 의심없이 인터넷을 통해 그대로 보도했다. 그러자 곧바로 문제가 불거졌다. 서울국제마라톤대회 주최 측에서 경남대에 항의를 제기한 것이다. 사진을 교체하든지 '자료사진'임을 명기하라는 요구였다.

경남대는 그때서야 부랴부랴 두 번째 보도자료를 내고 "앞서 보낸 사진은 삭제하고, 다른 자료사진을 써 달라"며 '2011년도 서울 국제마라톤 대회'라는 문구를 없앤 원본사진을 동봉했다. 더불어 '가급적 (김창원 씨의)얼굴만 나오도록 편집해 달라'는 부탁도 덧붙였다. 대학 홍보실은 이후로도 2번의 보도자료를 더 내며 사진과 사진설명 교체를 각 언론사에 각별히 당부하는 진땀을 뺐다. 하지만, 사실보도가 생명인 언론사에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팩트(사실)를 마음대로 조작했다는 비난에서 경남대가 벗어나기는 힘들 것 같다.

이번 마라톤 기사를 다룬 한 언론사 기자는 "하마터면 오보를 낼 뻔 했다"며 "보도자료 사진을 조작하는 것은 상식 이하의 일"이라고 황당해 했다.

이에 대해 경남대 홍보실은 관련 사진을 미처 구하지 못한 상황에서 학교의 경사를 홍보하려는 마음이 앞서 실수를 저질렀다고 인정했다.

경남대 홍보실 관계자는 "이번 마라톤대회가 서울에서 열린 탓에 사진을 곧바로 구하기가 어려워 예전 사진을 수정해 보도자료를 만들게 됐다"고 해명했다. 그는 이어 "잘 해보려는 의도가 되레 역효과를 불렀다"며 "잘못된 사진을 보도한 언론사를 상대로 사진 교체작업을 계속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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