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조개구이 음식점들의 불이 꺼지고 있다. 이미 절반 이상의 음식점들이 폐업하거나 업종을 전환하고 있다고 한다. 이 소식은 얼마 전 라디오에서 북한으로부터 조개 등 수산물을 반입하는 한 유통업자의 탄식 어린 인터뷰를 통해서 알게 되었다.

국내 시중에 유통되는 조개의 80%는 북한산이다. 그런데 작년 천안함 사건 이후 개성공단을 제외한 모든 남북간 교역과 교류를 중단시킨 '5·24조치'의 여파로 조개 값은 폭등하였고, 물량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산이 있잖아?'라고 물어볼 수도 있다. 중국산은 배로 오는 동안 폐사하는 경우가 많아 단가도 맞지 않고, 오염이 잘 돼 맛도 덜하단다. 북한산은 동해를 통해 속초항으로 바로 반입되기 때문에 신선도가 유지되는 것이다.

80% 유통 북한산 조개 '천안함' 이후 '뚝'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북한은 이 상황에서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바지락 시장에서 북한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30~40%였다. 중국의 심양이나 대련의 수산물 중개업자들이 북한산을 수입해 남한에 팔면 되기 때문이다. '북한산'이 '중국산'으로 둔갑하면 값이 오른다. 관세 때문이다. 남북 교역은 민족 내부간 거래로 되어 있기 때문이 관세가 없다. 그동안 중국산 농수산물이 별의별 편법을 다 써서 북한산으로 둔갑하려 했던 이유도 바로 남북간 '무관세 혜택' 때문이다.

그런데 반대로 북한산이 중국산으로 둔갑하면 관세를 물어야 한다. 원산지 확인은 거의 불가능하다. 북한은 고통을 느끼지 않고, 중국은 예상치 못한 중개업으로 호황을 누릴 것이다. 고통을 받는 것은 남한의 수산물업자, 가족들, 우리 소비자들이 아닌가?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비단 조개류에만 그치고 있지 않다고 진단하고 있다. 남북 농수산물 교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던 마늘, 버섯, 새우 등에도 큰 여파가 미친다는 것이다. 북의 농수산물을 교역하는 일에 직간접적으로 종사하거나 관여하는 사람들이 그 가족까지 합치면 3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많은 국민의 생계와 직결된 문제이다.

통일부 남북교역 통계를 들춰봤다. 2008년 대비 2010년 남북교역액은 18억 2000만 달러에서 19억 1200만 달러로 약간 상승했다.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자. 농수산물 왕래가 포함된 일반교육 및 위탁가공 분야는 2008년 8억 800만 달러에서 2010년 4억 3500만 달러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하지만 개성공단을 통한 교역액이 2008년 9억 400만 달러에서 2010년 14억 5400만 달러로 높은 신장세를 보여줬다. 남북경제협력에서 현재 외롭게 유지되고 있는 개성공단이 어려운 조건에서도 저력을 보여주며 조금씩 발전해 가는 반면에 일반 교역은 추락해 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과거 북한의 최대교역 상대국이었던 남한의 자리를 중국이 차지하며, 북중간 교역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점이다. 중국해관통계를 빌리면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의 북중교역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의 놀라운 증가세를 기록하였고, 이 추세가 지속될 것을 전망하고 있다. 우리의 시장을 중국에 빼앗기는 것이다. 남북교역이 북중교역으로 대체되는 이 상황이 현재 북한의 선택과 고민임을 엿볼 수 있다.

북중교역만 늘어…남북관계 빨리 풀어야

현 정부가 북한의 핵 포기 등을 전제조건으로 남북대화를 추진하겠다는 정책기조를 취하며, 대북인도적 지원과 남북간 교역도 이에 연계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지만, 북한은 '중국밀착정책'을 통해 압박을 피해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있다. 대북 정책의 실효성을 점검해야 할 시기이다. 무엇보다 남북관계로 말미암아 생계 수단을 빼앗기고 있는 수많은 국민에 대해 정부는 과연 무엇을 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주길 바란다.

   
 
인터뷰 끝에 사업자가 한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장사하는 사람이 정치를 뭘 알겠습니까? 정부가 빨리 남북관계를 풀어서 예전처럼 열심히 일 할 수 있게 해 주길 바랄 뿐이죠. 이전에 30명이던 직원이 이제는 5명만 남았습니다. 다시 옛 직원들과 같이 일하고 싶습니다."

/황교욱(우리겨레하나되기경남운동본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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