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스 현장을 가다 (5) 대안공간 마루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경남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2010레지던스 사업이 도내서 처음 시행되면서 주관을 맡게 된 여러 단체별로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대안공간 마루의 경우는 '유별스러운' 구석이 있습니다.

다른 주관 단체 작가가 국내 작가와 도내 작가의 교류에 초점을 두었다면 대안공간 마루의 경우는 중국, 일본 작가와 한국의 작가가 삼자대면 방식의 레지던스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름 붙여 'The Project of Asia Art Program(이하 AAP)'으로 진행된 사업은 중국 요령성 요령화원 5명(렁쒸, 쑨샤오둥, 리췬, 리우멍, 추이샤이바이)과 일본 교토 저팬아트포럼에서 추천한 5명(토노이소 히데쯔쿠, 미야케 유리코, 야마시타 쇼고, 다나카 슈스케, 시모노 유지)의 작가가 교대로 입국해 창작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운영되었습니다. 한국 작가 10명(정동근, 최경애, 전병수, 오미숙, 김학일, 이경태, 김현주, 강주연, 하춘근, 홍기녀)도 이름을 올렸습니다. 사업은 이들 3국의 작가가 교차 창작을 통해 서로간의 파생적 문화충격을 기록하고 재조명하는데서 사업 목적을 찾기로 한 것입니다.

원숙한 기교의 중국작가·젊은 일본작가, 지역작가와 솜씨겨루며 집단·자유 창작

서예가 다천 김종원이 레지던스 중국작가들과 작품을 겨루고 있다. /대안공간 마루

사업비와 운영 인력의 부족에서 보면 애초에 불가능한 사업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대안공간이라는 스스로 붙인 정체성이 전위적인 레지던스로 이어졌는지도 모릅니다.

여러 달 동안 준비로 시작된 사업은 일본작가들이 입국한 12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작가들의 창작공간으로 개조된 대안공간 마루의 전시실에는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토노이소 작가는 달걀의 유선형을 모티브로 하는 작업을 시도하는 바람에 1판의 달걀이 차례로 깨어지고 있었고, 창원의 인상을 그대로 간직하고픈 야마시타 작가는 거리서 주워온 메타세쿼이아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나뭇잎이 정돈되어 있었습니다. 쇠붙이를 산화시켜 만든 녹으로 작업하는 시모노 작가의 책상에는 압축을 위해 주워온 소주병이 이리저리 굴러다는 바람에 의심을 받기도 했지요. 유일한 여성작가였던 미야케 작가는 일본 특유의 꼼꼼함이 드러나는 판화작품으로 밤을 새우는 일이 부지기수여서 주변 관계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대학을 갓 졸업한 다나카 작가는 일본의 젊은 작가들의 불안감을 그대로 보여주는 그로테스크한 작업으로 촉망받는 신진작가의 실력을 그대로 전해주었습니다.

국내 작가 중국·일본 레지던스도 참가

일본 작가 다나카 씨가 작품을 구상하고 있다. /대안공간 제공
1월에는 중국작가들이 입국하면서 더욱 부산스러워졌습니다. 전 과정이 오픈 스튜디오 형식으로 진행되다보니 작업실 앞을 지나가던 지역 작가들이 창작실을 방문해 중국작가들과 직접 솜씨를 겨루는 과정도 있었고 일반인과 학생들의 교육 프로그램이 매주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의 작가들은 서예가인 다천 김종원의 작품에 매료되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명성을 이미 획득한 중국작가의 원숙한 기교와 미래의 불안감을 잔뜩 안고 있는 젊고 상상력 풍부한 일본작가의 배합은 예상치 못한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작가들은 경남아트페어, 부산아트페어를 비롯하여 여러 미술행사와 경남도립미술관, 통영 옻칠박물관, 3·15아트센터, 성산아트홀, 서양화가 김태홍 작업실, 서예가 김종원 작업실을 방문하기도 하였습니다.

짧게 느껴졌던 두 달간의 집단, 자유 창작과정과 작가 워크숍을 거쳐 지난 1월 26일 전람회 1부가 오픈했습니다. 그리고 2월 16일 2부가 오픈합니다. 아쉬웠던 레지던스 프로그램은 2월 28일 공식적으로 막은 내리지만 진정한 레지던스는 이제 시작입니다.

처음 레지던스를 기획하면서 중국 요령성 화원과 일본 저팬아트포럼과 상호 교류 레지던스로 MOU를 체결했기 때문입니다. 타국의 작가를 초청해 창작의 기회를 제공하는 대신 상호 호혜적인 레지던스 프로그램으로 만들 작정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여러 달 동안 진행된 레지던스 설계의 힘입니다. 따라서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국내의 작가 10명은 각각 올해 9월에 요령성화원과 11월 일본 마이쓰루에서 또 다른 레지던스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됩니다. 대안공간 마루가 벌인 'AAP'는 도내 예술단체가 국제 레지던스 사업을 진행할 때 미리 준비해야 할 것들을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주위의 '우려'속에서 진행된 3개월의 프로그램에 대한 평가는 조금 더 미뤄야겠습니다.

아트 디렉터 황무현, 큐레이터 정종효, 통역 겸 코디네이터 손여진, 통역 심소영, 커미셔너 최개(중국), 이시다 조(일본).

미야케 유리코 씨가 작품 작업을 하고 있는 모습. /대안공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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