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만나는 마산이야기'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리아미디어)

좁은 골목길과 허름한 건물과 낡은 굴뚝은 항상 말을 걸어왔다. '내 말 좀 들어보라'고.

하지만, 우린, '바쁘니 다음에 보자'며 그냥 지나쳐왔다. 그런 탓에 '마산의 역사'는 풀이 죽은 채 지나는 이들의 뒷모습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느 누가, 책임을 면할 수 있을까. 안아만 줘도 될 것을 그렇게 무심하게 지나쳐버렸다. 그래서 이들이 나섰다.

경남대 유장근 교수의 도시탐방대 30여 명은 '쇠퇴해가는 마산을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 끝에 길을 나섰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2009년 10월부터 4개월간 마산이라는 도시를 걸으며 말을 걸었다. 내용 곳곳에 '사진만이 그 흔적을 증명했다'라는 기록이 많은 것을 보면, 도시 곳곳이 다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우 목숨만 유지하는 곳도 많은 것으로 보인다.

좁은 골목·낡은 굴뚝 역사 이야기…마산 흔적 좇아 4개월 간 도시탐방

   
 
탐방대가 말을 걸었던 건, 오래된 골목길도 있고 건물도 있다.

그리고 덩그러니 선 낡은 굴뚝도 있다.

빽빽이 늘어선 아파트 단지 속에 모습을 드러낸 옛 사진 속 굴뚝. 건축사 신삼호는 탐방후기에 유일한 증거인 옛 사진을 통해 역사를 거슬러 올랐던 '짜릿한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과연, 이 낡은 굴뚝과 마산은 어떤 인연이 있었던 것일까?

마산박물관에는 '술 전시관'이 따로 있다. 술의 역사와 마산이라는 도시는 떼려야 뗄 수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탐방대가 첫 탐방주제로 잡은 건 '마산 청주주조장의 마지막 모습'. 앞서 말한 굴뚝은 삼광청주 공장이 있었다는 증거이다.

청주는 일제강점기 지금의 양주 못지않은 고급술이었다. 일제 강점기 마산이 청주주조장의 집산지가 된 데는 그만의 '역사적 이유'가 있다.

1907년까지만 해도 집에서 술을 빚는 '가양주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1907년 7월 조선총독부가 주세를 거둬들이면서 우리의 전통주는 점차 사라져갔고 일본인에 의한 청주공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마산이 청주의 도시로 변하게 된 건, 안타까운 역사의 단편이다.

유난히 많은 마산의 골목길. 전설적인 떡볶이 가게 복희집과 삼겹살로 유명한 삼도식당 등, 마산사람들이라면 익숙한 먹을거리가 있는 골목길은 사실 조선시대부터 이어온 길이었다.

특히 표지석만 남은 '원동무역주식회사 터'는 1919년 마산 최초의 회사인 원동무역이 있던 곳. 건축가 허정도 씨는 이곳이 마산포 사람들의 자부심을 한껏 채워준 건물이었다고 적었다.

독립지사 옥기환 선생과 명도석 선생이 설립한 이 회사의 이익금 일부는, 백산 안희제 선생과 상해임시정부로 건너갔었기 때문이다.

   
 
   
 
신마산이란 명칭은 조선의 원주민들이 살던 원마산과 비교해 '일본강점기 때 새로 만들어진 시가지'라는 뜻으로 붙여진 것이다.

경남도민일보 김주완 편집국장은 마산 중앙동의 눈에 띄는 일본식 건물을 찾아 섬세하게 기록으로 남겼다.

그는 옛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일본인 주택을 조사한 끝에 '한일와사'라는 전기회사의 관사였다는 것을 밝힌다.

그냥 지나치기엔 뭔가 아쉬웠던 한 채의 건물. 그는 이 책속에서 그 궁금증을 속 시원하게 풀어내고 있다.

이외에도 네덜란드식 마을과 같은 '화란주택', 마지막 황제 순종의 행차길이었던 '진주가도' 등 잊혔던 역사가 줄이어 등장한다. 역사의 흔적은 탐방후기에 담겨있다.

<걸어서 만나는 마산이야기>는 한눈에 볼 수 있는 탐방지도와 상세하게 정리한 탐방자료도 곁들어져 있어 '손 안의 역사여행지'로도 충분하다.

출판기념회는 14일 오후 7시 마산 중성동 '시와 자작나무'에서. 리아미디어. 2만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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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아프니까 청춘이다 김난도 쌤앤파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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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공지영의 지리산 행복학교 공지영 오픈하우스
<마산 학문당서점 246-2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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