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록지 않았던 2010년 한해가 저물어 갑니다. 거리는 온통 맵찬 바람만이 혹독합니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비례대표 도의원으로 당선된 후 정신없이 뛰어다니다 보니 어느덧 연말이 되고 말았습니다. 어려운 경제 여건과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정치 현실에 대한 답답함 때문일까요? 연말이면 왁자한 모임도 잦았건만 올해는 많이 가라앉은 분위기입니다.

지난 6개월은 초선의원으로서의 부족한 점을 채우는 열심히 공부하는 시간으로 삼았습니다. 짧은 기간 의정활동 하면서 개인적인 한계와 소수 야당의원으로서의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도민들의 복리 증진을 위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고, 작지만 소중한 결실도 하나둘씩 맺어 보람을 느끼는 소중한 시간이기도 했습니다.

전체예산 적정성 따지기에 개인적 한계

특히 예결특위위원으로서 2010년도 하반기 추경예산 심의를 시작으로 2009년 결산, 2011년 예산 심의로 이어지면서 도정의 전반적 살림살이에 대해 깊이 있게 공부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여야 간의 첨예하게 대립된 무상급식과 어르신 틀니 사업, 장애인 문화회관 건립, 낙동강 사업 등에서는 회차를 변경하면서까지 이어진 밤샘 토의와 열띤 토론은 집행부까지 함께 긴장하며 밤을 새우는 유례없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그러한 가운데서도 아쉬운 점도 없지 않습니다. 정당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대립된 민감한 사안마다 그러한 논쟁의 중심에 실제 수혜를 받는 서민들의 복지가 맞물려 있기에 상임위 예산 심의에서부터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음도 절감했습니다.

5조 원을 훌쩍 넘기는 예산을 심의하면서 전체 예산의 적정성 여부를 따지는데도 개인적 한계를 노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초선의원으로서의 경험 부족과 정치적 입장에 따른 동료의원 간의 경직성, 자료 요구에 늑장 대응과 불성실 답변으로 일관하는 집행부의 자세에서 기인된 문제로 원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는 데 어려움으로 가중되었습니다.

또한 지역적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릴 수밖에 없는 선출직 의원으로서의 현실적 역할도 심도 있는 예산 심의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저 자신부터 특정 지역의 개발 예산과 현안 사업에 우선적으로 관심을 갖는 모습을 보며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극적타협'서 초당적 도정 공감대 형성

우여곡절 끝에 2011년도 예산안 심의가 끝났습니다. 말 많고 탈 많았지만 힘든 심의 과정을 통해 '극적 타협'을 이끌어내어 의원 상호 간에 당적을 초월한 도민을 위한 도정이어야 한다는 데는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돌이켜 보면, 아쉬운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무상급식과 어르신 틀니 사업 등의 예산이 부활되고 일부나마 시행될 수 있어 서민들의 부담은 다소나마 경감되리라 생각됩니다.

한해 의정활동을 정리하며 스스로 더욱 다잡기 위해 서산대사의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를 읊어 봅니다.

   
 
踏雪野中去 눈 덮인 들판을 밟아 갈 때,

不須胡亂行 모름지기 어지럽게 가지 마라.

今日我行跡 오늘 나의 발자취는,

遂作後人程 뒷사람의 이정표가 된다.

아무쪼록 매서운 추위에 도민 여러분들의 건강 유의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기원합니다.

/김경숙(경남도의원·민주당 비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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