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도민일보 주최 '열아홉을 위하여' 대상팀 한일전산여고 'H The Grace'

12월 3일, 경남도민일보가 주최한 일곱 번째 '열아홉을 위하여' 행사가 열린 창원 3·15아트센터 대극장은 수능 시험을 끝낸 수험생들로 가득찼다. 다들 인생의 큰 짐 하나를 내려놓은 덕에 표정은 한결 가볍다. 하지만, 이제 즐기는 일밖에 남지 않은 관객석 800여 명의 학생들과는 달리 공연을 선보이기 위해 대기실에 머물러 있는 참가 학생들의 표정이 대조적이다. 제법 공연을 많이 뛰어본 경험 있는 학생들이라 해도 이날처럼 엄청난 수의 관객 앞이라면 얘기가 달라지는 모양이다. 하물며 이번이 처음이라면? 말 다한 거다. 드디어 무대의 막이 오르고, 마산삼진고·한일전산여고·무학여고·합포고·창신고·마산고 등 6개 학교 8개 팀 20여 명이 참여한 경연이 시작됐다. 그리고 두 시간이 흘렀다.

"우와~ 대박. 대상은 생각도 못했어요. 실수도 많이 했는데. 하하. 얼떨떨하기는 하지만 기분은 정말 좋네요. 아자!"

   
 

이날 경연대회의 최고 자리에는 한일전산여고 댄스팀 'H The Grace'가 올랐다. 고송이·이아람·이지민·조은영·성주희 양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이었다. 대상 받을 실력은 아니라는 겸손까지 떤다. 그래도 표정은 숨길 수가 없다. 헤벌쭉한 아이들의 입꼬리가 귓불에 닿을 지경이다. 상금을 어떻게 써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서로 재잘거리는 동안 그렇게 다섯 여고생들의 축제는 천천히 막을 내렸다.

송이와 아람이, 지민이, 은영이, 주희를 지난 10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공연장이 아닌 교실이다. 화려한 댄스복보다는 단정한 교복이 훨씬 잘 어울린다고 했더니 "이제 이 옷이랑도 영원히 작별이네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러고보니 아이들의 고3 생활이 얼마남지 않았다.

수능 성적 얘기를 안 할 수가 없었다. 그러자 은영이가 배시시 웃었다. 지민이랑 주희, 아람이, 송이는 다들 수시에 합격했는데 은영이는 아직이다. 성적도 생각만큼 나오지 않아 속상하단다. 그래도 이번 정시모집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지민이는 케드모델링과를 택했다. 주희는 컴퓨터공학과를, 아람이는 호텔관광학과를, 키가 175㎝나 되는 송이는 실용무용을 전공으로 택했다. 다들 대학생이 될 생각에 신이 나 보였다.

   
 

춤 연습은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공연 일주일 전에 결성해서 딱 5일 동안만 연습을 했단다. 세상에나. 달랑 5일만 연습하고 대상을 먹다니. 어지간히 운이 좋은 아이들이다. 그런데 알고보니 웬만한 기본기는 갖춘 실력자가 있었다. 주희와 아람이는 'Grace'라는 댄스 동아리 회원이다. 이 둘이 중심이 돼서 안무를 짜고 연습을 주도했단다.

"저희도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진학반에 있다 보니 공부 스트레스가 제일 많죠. 머리가 묵직하면 춤을 춰요. 춤을 추면 행복하죠. 온 몸이 땀으로 젖을 때쯤이면 스트레스도 말끔히 사라지죠." 주희와 아람이의 댄스 예찬이었다.

상금으로 받은 100만 원을 어떻게 썼는지 궁금했다. 20만 원씩 공평하게 나눴단다. 그 중에 5만 원씩을 거둬 반 아이들과 응원을 와준 친구들에게 토스트로 생색을 냈다. 그러고 남은 돈을 지민이는 통장에 고스란히 넣었고, 은영이는 지금 다니는 학원비에 보탰다. 주희랑 아람이는 친한 친구들과 '우정반지'를 맞춘 다음 나머지를 부모님께 드렸고, 송이도 엄마에게 5만 원을 헌납(?)한 다음 친구들과 함께 기분좋게 썼단다.

조금만 더 있으면 대학생이 될 아이들이다. 12년을 딱딱한 틀 속에 갇혀 있다가 드디어 자유가 담보된 세상 밖으로 나오는 셈이다. 하고 싶은 게 당연히 많아 보였다.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아이들의 눈이 반짝했다.

"대학생이 되면 제일 먼저 체대 남학생들이랑 미팅을 해보고 싶어요. 그리고 전공 관련 자격증도 딸 거예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내 손으로 꼭 돈도 벌어보고 싶거든요." 지민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은영이가 대뜸 "해외여행. 진짜 가보고 싶어요. 배낭 짊어지고"라고 하자 ==송이도 거들었다. "스위스. 꼭 가보고 싶어요. 물론 배낭여행. 뭐, 돈이 문제이긴 하겠지만. 헤~."

아람이는 대학생이 되면 무조건 유학을 갈거라고 했다. "공부하고 싶었던 전공인지라 이곳저곳 다니며 많이 배우고 싶어요. 그리고 공부도 열심히 할 거예요. 장학금이 목표거든요." 주희도 대학을 다니면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했다. "해외 봉사단에 참여할 거예요. 해외봉사를 다녀온 사촌 언니에게 들었는데 병들고 가난한 나라가 너무 많더라고요. 꼭 도움이 되고 싶어요."

아이들은 여건이 허락하는 한 대학에 가서도 춤은 계속 추고 싶다고 했다. 춤 덕에 얻은 게 많기 때문이란다.

"전문적으로 추기에는 우리 실력이 한참 모자란다는 건 알아요. 그래도 춤은 버릴 수가 없어요. 춤을 추면서 많은 것을 얻었거든요. 춤을 추는 동안은 행복할 거예요. 이렇게 좋은 우정도 얻었잖아요. 경남도민일보가 마련해 준 이번 행사는 두고두고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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