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규명 계기로 역사적 현장 보존 필요성 대두
희망연대·이 씨 문중, 창원시에 지정 신청 추진

1950년 8월 11일 마산 진전면 곡안리에서 미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이 60년 만에 진실로 규명됐다. 이에 당시 학살 현장을 문화재로 등록해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역사적 가치나 비슷한 사례를 고려하면 당위성은 충분하다는 분위기다.

◇학살 현장 고스란히 남아 =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위·위원장 이영조)가 내놓은 '미 지상군 관련 희생 사건 진실규명 및 진실규명 불능 결정서'를 보면 진실이 규명된 경남지역 민간인 학살 사건은 모두 6건이다. 마산 진전면 곡안리 사건을 비롯해 △마산 진북면 예곡리 사건 △창녕군 성산면 방리 무태재 사건 △함안면 괴산리 사건 △가야읍 가야삼각지 사건 △군북면 사촌리 절골 사건 등이다.

이 가운데 곡안리 사건은 가장 많은 희생자(86명)를 낸 사건이다. 그리고 학살이 저질러진 성주 이(李) 씨 재실은 아직도 그날의 상처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지난 10여 년간 곡안리 학살사건 진실규명에 앞장서 온 김영만 4월 혁명 발원지 문화재 추진위원장(전 열린사회 희망연대 대표)은 "재실 마루나 벽, 마당의 우물에는 총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어 그날의 아픔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민족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한 역사적 현장으로 보존할 가치가 충분하다"고 말했다.

86명의 무고한 주민의 목숨을 앗아간 곡안리 민간인학살 사건의 현장인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곡안리 성주 이(李)씨 재실. 우물 테두리석에는 아직도 기관총 탄흔이 선명하게 남아 있다. /박일호 기자 iris15@

◇등록문화재 지정 충분히 가능 = 역사적 가치로 보나 비슷한 사례로 보나 곡안리 성주 이 씨 재실의 등록문화재 지정 가능성은 커 보인다. 김영만 위원장은 "근현대사 건물은 50년이 넘으면 등록문화재 대상이 된다"며 "이미 역사적 가치가 증명된 만큼 충분히 등록문화재로 지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역사적 가치를 증명할 수 있는 자료와 토지대장·건축물대장 등 서류를 갖추면 해당 지방자치단체를 통해 등록문화재로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사례도 있다. 미군이 저지른 민간인 학살 현장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충북 영동군 황간면 노근리 쌍굴다리는 이미 2003년 등록문화재(59호)로 지정됐다. 진실위가 '진실규명'을 공식 확인했고, 상당한 피해자 수와 잘 보존된 현장 등을 고려할 때 곡안리 재실의 역사적 가치도 이에 못지 않다.

김영만 위원장은 "재실 소유주인 이 씨 문중과 희망연대가 함께 준비해 창원시에 등록문화재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등록문화재로 지정되면 = 창원시에 등록문화재 신청을 하면 이는 문화재청으로 넘어간다. 문화재청은 자료를 검토해 역사적 가치가 인정되면 현장 실사를 하게 된다. 이어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통과되면 등록문화재 지정을 받게 된다. 등록문화재는 정부·지자체 관리를 받아 보존되며 소유주는 등록문화재 보존을 위한 일정한 혜택을 받는다.

김영만 위원장은 "무엇보다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을 품은 현장을 가감 없이 생생하게 후손에게 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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